
그건 조용히 있으면 손해이고, 나서면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불편한 지점은, 그런 사람들은 대개 자기 과거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기억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첫째, 사람은 자기 죄를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 ‘그때의 사고’로 축소해서 기억한다. 특히 시간이 오래 지나고, 법적으로 처벌이 끝났고, 사회생활이 유지되면 더 그렇다. 그러면 머릿속 서사는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 “예전에 큰 실수 한 번 한 사람”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스스로는 은둔해야 할 존재라고 느끼지 않는다.
둘째, 전문직도 실력만으로는 잘 안 먹히고, ‘인격 브랜드’를 팔아야 돈이 커진다. 번역만 조용히 하면 번역료로 끝나지만, SNS를 하고, 책을 내고, 강연을 하고, 방송에 나오면 수입과 영향력이 급격히 올라간다. 즉, 조용히 사는 건 안전하지만 규모가 작고, 나대는 건 위험하지만 돈, 명성, 존중, 자기애 보충이 훨씬 크다. 많은 사람은 여기서 안전보다 보상을 택한다.
셋째, 대중은 “실력 있는 사람”보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더 강하게 끌린다. 그래서 단순한 전문가보다, 다정하고 깨어 있고 사회적으로 올바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상품성이 훨씬 높다. 실력만 파는 것보다 인품까지 패키지로 파는 쪽이 훨씬 잘 팔린다.
넷째, 앞으로 나서는 행위 자체가 방어막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무명 범죄자보다, 평소에 친절하고 재치 있고 문화적으로 세련된 이미지가 쌓인 인물을 더 쉽게 의심하지 못한다. 즉, “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평판을 대량 축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 전략일 수 있다. 이미지가 쌓일수록, 폭로가 나와도 일부는 “설마?” 하고 버텨 주기 때문이다. 아주 지저분하지만 현실적인 PR 논리이다.
다섯째, SNS는 인간의 자기 서사를 중독적으로 강화한다. 매일 사진 올리고, 생각 올리고, 반응 받고, 칭찬 받고, DM 받고, 영향력을 체감하면 “나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이 생긴다. 그 감각은 웬만한 불안보다 더 강하다. 그래서 찜찜한 과거가 있어도 숨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자기 자신을 전면에 세우는 경우가 많다. 숨어 있으면 불안만 남지만, 드러나 있으면 박수와 관심이 계속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언젠가 털릴 수 있다”는 위험을 생각보다 낮게 평가한다. 특히 오래된 사건이면 더 그렇다. 기록이 묻혀 있고, 업계가 조용하고, 본인 커리어가 점점 커지면 “이제 와서?”라는 심리가 생긴다. 일종의 생존자 편향이다. 지금까지 안 터졌으니 앞으로도 안 터질 거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번에 뒤집히는 것이다.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