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내있 봤다.
좋은 영화인데 보는 내내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델리아에게 내내 가해지던 온갖 종류의 폭력이 서러웠고
엄마를 향한 연민과 분노를 오가야 했던 딸의 위치가 서러웠고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여성들에게 공기처럼 지워지는 멸시가 서러웠다.
영화는 결말부에 큰 발걸음을 내디뎠지.
델리아와 마르첼라의 삶이 당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지라도
분명 그날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해.
델리아가 카센터남과 도망갔다면, 마르첼라가 줄리오와 결혼했다면,
델리아가 결혼을 용인하고 딸에게 웨딩드레스 비용을 대줬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건 내일이 아니라 반복되는 오늘에 지나지 않았겠지.
(약혼자놈 얼굴 싹 변해서 화장 벅벅 지우면서 넌내거야 이지랄 할때 ㄹㅇ 공포영화인줄..
남편(남친)에 의해 립스틱이 지워지던 여성들이 스스로 립스틱을 지우고 투표하던 장면도 인상적이었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래서 내일을 살고있는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었음.
분명 나아졌지만, 나아지고 있지만, 현시점에도 여전히 공감되고 되짚어봐야할 여지가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거든.
근데 다른 관객이 영화속 남자들을 악마화 하면서 (지금은) 좋은시대에 살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걸 들으니 뭔가 싱숭생숭 하더라고.
남초커뮤에서 이 영화가 진짜 페미니즘이다 하는 반응을 봤을 때랑 비슷한 기분. 여성차별은 할머니, 엄마세대에나 있었던 개념이라는 그 논리.
이탈리아에서 이 영화 개봉했을 때 여대생이 남자친구한테 살인 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지.
작년에는 넷플릭스에서 소년의 시간이 세간에 경종을 울렸고.
나는 이 영화가 '그땐 그랬지'가 아니라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는 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아직 내일이 있다는 메시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니까. 우리는 계속해서 내일을 바라봐야 하니까.
앞으로 이래저래 무력감이나 좌절감이 들 때면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
아 그리고 난 델리아가 친구랑 웃으면서 담배 피던 장면도 참 좋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