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일 믿기지 않는 부분은
3시간짜리라는거 아닐까?
체감 상영시간 절반밖에 안됨
앉아있느라 몸이 부서질거같아서 그렇지 ㅠ
왜 이 이야기가 200년동안 수천개 버전으로
변주해도 먹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
신문 연재 작가였던 뒤마는 지금 와서 보면
스토리를 넘어선 프로그램, 엔진,
알고리즘을 개발한 셈인데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의외로 '내용' 의존도가 낮음
무슨 줄거리, 무슨 인물, 무슨 사건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어도 먹힌다는거
여기서 가장 강력한 핵심 기능은 지연 보상임
무고한 주인공을 만들어서 모든것을 빼앗고
14년동안 감옥에 가둔다는건 19세기
연재 소설에서 매우 위험한 설정일테지만
독자가 떠나지 않고 계속 늘어난 이유는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파리아 신부를 통해
교육, 지식, 철학, 전략, 보물의 위치
이런 것들을 주인공에게 계속 주기 때문임
이 이야기는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더 대단한 걸 줄 생각이구나!
하는 걸 끊임없이 깨닫게 하는 것
원수를 다시 만나고, 새로운 신분으로 접근하고
복수는 끊임없이 미뤄지는데도
읽는걸 멈출 수 없는 도파민 실험
에드몽은 원수를 죽이는 걸
최대 목표로 두지 않았음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남
하지만 정체성을 부수면
당사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영원히 고통받음
그리고 원수들의 두려워하는 얼굴을 보며
신과 같은 전능한 위치에서 모든 판을 짜고
몰락 시점을 천천히 결정하고, 하나씩 무너뜨리고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게 복수라는 선언
서사공학 최대의 발명 ㅠ
사실 원작의 사이다를 10점 만점으로 했을 때
이 영화가 그만큼의 사이다를 주는가!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한데
3시간 영화에서 다섯권 책의 300수짜리
복수를 전부 재현하는 건 불가능한 것이라
줄이고 바꾸면서 결정을 해야 하니까..
그래도 나쁜 놈들은 확실히 망하고
계획된 함정들은 대부분 그대로 작동하고
에드몽을 더욱 고독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여운과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원작(10점 만점) 대비 다른 맛의 사이다를
영화에서 7~8점 정도는 준다고 봄
여주 2명에게 원작과는 다른 역할과
정서를 부여한 것도 훌륭한 점
특히 아이데의 엔딩을 복수의 일부,
복수의 보상이 아닌
복수 이후의 세계로 넘겨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버리게 한 그 선택이 좋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