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흰 원피스를 입은 채 유리관 안에 갇힌 여성 피해자들이 액션 장면의 배경이자 도구로 활용되는 방식은 <휴민트>가 성공적으로 달성한 신체적, 감정적 스펙터클이 소강된 이후 일말의 미심쩍은 뒷맛을 남긴다. 젠더 기반 범죄를 사건화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여성이 대상화된 풍경을 영화의 절정에서 미장센으로 소비하는 형국이다. 장르의 관습과 재현의 감수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여주는 <휴민트>는 여전히 한국영화의 주류인 남성적 장르영화의 과제를 시사한다. 채선화라는 캐릭터가 박건의 순애보를 완성하는 도구적 위치에 머물지 않고, 영화의 엔딩에서 그녀만의 주체적인 선택을 내리는 장면이 배치된 것은 고무적이다.
[기획] 액션의 빛과 그림자, 설 연휴 한국영화 기대작 <휴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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