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를 뒤따르는 장면에서 큰 소리 하나 안 내잖아
그렇게 마지막 순간조차 궁인답게 단정하고 품위있지만
모시던 군주를 잃는 애끊는 마음이 관객에게 와닿도록 표정 하나만으로 절절하게 표현한 게 너무 좋아
길지도 않아 딱 몇 초일 뿐인데 파르르 떨리는 안면 근육과 짓무른듯한 눈가를 통해
매화와 홍위가 함께한 시간과 축적해온 유대감을 상상하고 과몰입하게 만들어
가끔 보면 관객을 울게 하는 영화를 모두 싸잡아 '신파'라고 쉽게 폄하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던데...
매화 씬을 포함해서 이 영화의 엔딩만큼은 너무나 담백하고 깔끔해서 신파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내 생각에 이거 맘먹고 신파로 뽑으려고 했으면 일단 뿌옇게 처리한 회상 화면으로 전환되며
아기 홍위가 아장아장 걸음마하다가 자빠진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매화를 포함한 궁인들이 화들짝 놀란다
궁궐 마당에서 어린 홍위가 문종에게 종종 걸음으로 달려가서 인사를 드린다 매화가 뒤편에서 은은하게 웃는다
...이런 장면들 보여주면서 '벗'이나 '누이'가 아닌 '유사 모성애'스럽게 찍었을 것임ㅋㅋ
아무튼 매화의 낙화암 씬을 홍위의 나레이션과 매화의 표정 연기만으로 보여주고
심지어 뛰어내리는 것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카메라 앵글 밖으로 사라지는 방식으로 처리한 게... 완전 감다살임
이런 깔끔하고 담백한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매화의 궁인으로서의 삶과 충신으로서의 선택을 납득하게 만들고 역설적으로 개운한 뒷맛을 주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