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렇게 헤어졌어도 다시 만나 그렇게 절절할 마음이 남았는데
왜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해서 으이구 은호야
근데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어
지하철 못탔을 때 말야
유난히 지하철 내부는 밝고 정원이는 말끔해보이고
은호는 꼬질꼬질 비도 맞고 주변은 어두워보이고
정원이 없는 세상이 흑백이 되어버린건
원래 은호의 세상이 어둠이어서 더이상 어둠 속에 정원이를 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정원은 해를 봐야 꽃과 풀이 자라나니까
은호가 아무리 망가졌어도 마지막 남은 사랑으로 자신의 어둠밖으로 도망치길, 그래서 정원이는 흑백의 세상에서 살지 않기를 바라던 건 아니었을까
정원이는 은호가 집이 되어주었다고 했잖아
정원은 집에 붙어있는 거니까
정원이를 정원이답게 해주었던, 해를 다가지라고 하고 투자하겠다고 공부하라고 했던 은호를, 정원이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마지막에 찌질했던 은호를 힘들어서 그런거라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으니까 버틴거고. 그래서 정원이의 추억 속에 마지막의 모습은 들어있지 않을 거야. 어쩌면 그 모습을 더이상 보지 않으려고 도망친 거기도 할 거고.
반면에 은호는, 그 마지막 기억 속에 남아서 정원이를 어둠 바깥으로 보내준 거잖아. 자신의 가장 찌질하고 어둡고 괴로운 순간에서 정원이를 보내고 그 기억에 혼자 남아서, 어쩌면 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아온 거지 게임처럼, 흑백의 세상에서 벗어나려고 싸우고 나아가고 앞만 보며 살아왔을 거야.
그래서 정원이는 은호와의 기억이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 될 수 있지만 은호는 정원이와의 기억이 돌아갈 수 없는, 어쩌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삶으로 남았던 게 아닐까.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지하철을 탄 정원이만 콕 뽑아서 그 이후의 은호의 성공한 삶에 콕 놓고 싶을, 그런 말도안되는 상상에서만 가능할 그런.
은호는 그래서 아이템 줍듯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빛나는 것들을 다 가졌을 거 같아 잃어버린 색을 찾아올 수 없으니까. 그래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라고 문득 이해가 됐어. 아이는 그래도 흑백의 세상에 커다란 빛이 되어주었겠지? 은호와 정원이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각자의 삶에서 둘은 또 나름의 최선의 행복을 향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봐. 그래서 영화가 해피엔딩은 아닌데 해피엔딩 같고 그래
개봉전이라 강스포 달고 후기 쓰면 안되려나?
문제시 알려줘 삭제하고 개봉후에 다시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