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의 주인>이라는 영화 만든 윤가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수상 소식 미리 알려주셔서 엄청 열심히 썼거든요. 달달 외우고 계속 보면서 '나는 안 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앞자리에 저희 엄마 앉아 계셔서.. 갑자기 보자마자 눈물이. 죄송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상이 너무 무겁고 감사한데, 너무 놀랐어요. 제가 지금 세번째 영화거든요? 근데 이렇게 상을 주시면.. 저한테 남은 거는 공로상인가? 절대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계속 만들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큰 상을 왜 주실까'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 계시겠지만, 영화 <세계의 주인>은 친족성폭력 생존자인 이주인이라는 여고생이 그런 주인이를 주인이답게 만들려고 애쓰는 주변 세계와 함께 공명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불편하고 어렵고 힘드니까 관객들이 안 좋아할 거야. 그런 얘기를 굳이 꺼내지 마'라고 말하는 세상에 맞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용감하게 이야기를 내라고 모든 여성영화인들 모든 창작자분들에게 보내는 용기의 지지와 응원을 대신해서 저한테 주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이 이야기를 처음에 꺼내려고 했을 때 감히 이야기를 해보라고 말씀해주신 구정아 대표님 너무 감사드리고요. 같이 영화를 만들어주신 김세훈 대표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수빈아 너무 고마워. 주인이로 찾아와줘서 진짜 고마워.
그리고 이 영화 만드는 내내 '진짜 이 이야기를 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저랑 아주 친한 감독님들이 계속해서 용기 주셨습니다. 제가 이름 이야기하면 깜짝 놀라실 수도 있지만 꼭 얘기하고 싶어요. 김초희 감독님, 임선애 감독님, 이옥섭 감독님, 윤단비 감독님. 가장 어려울 때 계속 힘내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신경숙 씨, 우리 엄마. 제가 9년 전에 여기서 감독상 받았을 때 엄마 모셨는데, 지금 제가 40대 중반 향해가는데 아직 집도 없고 직업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계속 영화 해도 된다'고, '하고 싶은 얘기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길어지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제가 올 초에 친한 여자 감독님들이랑 같이, 너무너무 존경하는 좋아하는 감독님 현장에 놀러갔습니다. 간식 배달을 한다는 핑계로 사실은 감독님 현장이 궁금해서 슬쩍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 계신데 임순례 감독님 현장이었고요. <노무사 노무진> 드라마 찍으시는 현장에 잠깐 방문했습니다. 한강변에서 너무나 많은 스태프분들 앞에서 정말 편안하게, 감독님 속은 모르지만 어쨌든 편안한 얼굴로 진두지휘하시는 모습 보면서, '우리 2~30년 후에도 현장에 있자'고 계속계속 다짐했습니다. 계속 현장에 계셔주시는 여러 여성영화인 선배님들 후배님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제가 2~30년 후에도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은데 그럴 수 있으면 좋겠고, 2~30년 후에도 임순례 감독님 현장에 간식 조공 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