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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하얼빈) 후기 :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당연히 ㅅㅍ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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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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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본가에 내려와서 가족들이랑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게 됨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정보는 안중근 의사 이야기라는 거, 정우성이 특별출연한다는 거, 호불호가 좀 갈린다는 거? 정도만 알고 보고 갔던 것 같음

결과만 말하자면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한 번 봐서 나쁠 것 없는 영화였다고 생각해!!! 또 시국이 시국이라 더 마음에 깊게 남는 부분도 있었어 ㅋㅋㅋ

아쉬운 점이랑 좋은 점이랑 인상깊었던 씬을 기록용으로 한번 남겨 보려고 하는데 ㅋㅋ 내가 배우들 이름을 잘 몰라서 걍 작중 인물명으로 쓰겠음

 

일단 아쉬운 점!

1) 영화 톤 자체도 어두운 편인데 다들 어두운 장소에 모여 있는 장면이 많다 보니... 등장인물들 구별하는 게 처음에 조금 어려웠음 근데 사실 이건 내가 원래 사람 얼굴 잘 구분 못 하는 것도 있어서 영화가 문제라기보다는 초반에 사람 얼굴 익히려고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 했던 것 같음

2) 대사가 전체적으로 되게 극적이어서 영화보다 오히려 연극 보는 느낌이 좀 들었음 이게 막 영화를 못 만들었다 이런 의미는 아니고 영화에서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되게 큰데 사용하는 단어나 어투가 연극 대사 같은 느낌이 강한 게 좀 아쉽더라 근데 또 이런 톤이 잘 어울리는 장면도 있었어서 크게 거슬리진 않았음

적인 대사 톤

3) 좀 거슬린다고 느꼈던 건 모리?가 하는 말들이 굉장히 단조롭다는 점이었는데 '안중근은 어디 있나'가 너무 많이 나오는 느낌? 안중근을 잡고자 하는 집착적인 마음과 심리는 이해가 되는데 한두번 묻는 게 아니다 보니 끝에 가서는 저 말 되게 자주 하네... 정도로 좀 의식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 ㅋㅋㅋㅋㅋ

모리의 반복되는 대사

4) 영화 보고 제일 아쉬웠던 점은 '조선의 민초들은 나라로부터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닥치면 일어나 싸운다'는 대사를 이토히로부미가 한다는 점이었어 아마 덬들이라면 유명한 짤 다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ㅋㅋㅋ 나도 대사 듣자마자 그 짤부터 생각나서 좀 몰입이 깨지기도 했고 저 대사를 꼭 이토히로부미한테 시켜야 했나 싶어서 아쉬웠는데 찾아보니까 비슷한 말을 이토히로부미가 실제로 했다더라고... 그래서 그냥 문장이 그 짤에 있는 문장이랑 조금만 달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잠깐 함.

 

좋았던 점은

1) 일단 음악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작중에서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맞춰서 브금이 바뀌는데 진짜 너무 잘 어울리고 내가 그 역사 속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라 좋았어!! 영화관에서 좋은 음향으로 들으니까 더 좋았던 것 같아

2) 이토히로부미...... 사실 따지자면 작품에서 이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진 않잖아? 등장하는 씬도 몇 개뿐이고 대사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근데 그 짧은 씬마다 시선을 확 잡아끄는 연기였음! '늙은 늑대'라고 포스터에서 일컫는데 진짜 그 말대로 뭔가... 조선을 집어삼키고 세계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당시 일본의 야욕이나 이토히로부미의 어떤 교활함? 노련함? 그런 점들을 굉장히 잘 담아내서... 나오는 씬마다 진짜 숨 멈추고 봤던 것 같음 개인적으로 진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러시아 지도자랑 대화할때 조선은 누구의 땅이냐고 물으니까 '누구의 땅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뭐 이렇게 대답했던 씬.... 진짜 영화관 아니었으면 소리내서 감탄했을 것 같애

3)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랄까 고민이랄까... 그런 인간적인 심리들이 잘 부각되어서 좋았음! 사실 보면 안중근이라는 인물은 하고자 하는 바가 굉장히 확고한 편이긴 한데... 사로잡은 포로를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고문 앞에 굴복할 것인가 버틸 것인가, 끝까지 밀정으로 남을 것인가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 안중근이 포로 풀어주는 장면에서도 자비롭다고 칭송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더 큰 위험을 몰고오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통해 대립하면서 인도적인 선택이 과연 무엇일지 관객에게도 고민하게 만들고, 배신자의 정체를 보여주고 관객들이 분노하게 만들었다가 그가 고문당하는 장면을 보고 또 주춤하게 만든다거나...... 그런 장면 배치가 좋았던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씬은 너무 많은데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좋았던 거 딱 다섯 개만 뽑아 보자면

1) 먼저 기차에서 배신자 드러나는 씬!!!!!! 여기서 진짜 와 연출 좋다고 생각함. 배경음악도 긴박감을 조성하는데 뭔가 그 기찻간이 일렁일렁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면서 얼굴이 보일 듯 말 듯한 그... 긴장감이 진짜 대박이었음 과장 좀 덧붙여서 거기서 한 10초만 더 안 보여줬으면 자리에서 일어났을지도 몰라 얼굴 보려고 ㅎ 그리고 거기서 기찻간 흔들리는 장면이 동지를 믿고 싶은 마음과 배신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했어서 더 이입했던 듯...

2) 이어서 김상현이 모리랑 대화하다가 고기 먹는데 눈물 한 방울 흐르고 오열하는 장면. ㅠㅠ 사실 초반에 우덕순이 너무 의심을 받아서 오히려 의심 안 받는 김상현이 밀정일수도있겠다 ㅎ 싶었는데 진짜였더라고...... 그래서 김상현이 밀정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라진 않았고 좀 빡쳤는데...... 그 가스 고문? 씬에서 비명 지르다가 바닥에 머리 박으면서 살려달라고 빌잖아 거기서 김상현의 어떤 살고자 하는 본능? 동물로서의 생존을 향한 욕망? 이 확 느껴져서 거기서는 좀 슬프더라고...... 나였으면 어땠을까 과연 고문에도 굴복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그 장면 이후에 수저도 안 쓰고 손으로 고기 들고 먹다가 조용히 흐르는 한 방울 눈물과 거기서 이어지는 오열에서 동지들을 배신하고 살아남았구나 하는 절망감과 자괴감이 진짜 강렬하게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던 것 같음...

3) 그리고 모두가 꼽는 명장면 까레아 우라!!!!!!!!! 공부인에게 러시아어로 대한독립만세가 뭐냐고 물어보고... 한번 발음해 보더니 이 정도면 알아듣겠냐고 물어보는 그 안중근과 공부인의 대화씬도 참 좋았음...... 죽음을 각오한 안중근을 이해하고 자신답게 격려하는 공부인의 결의가 잘 느껴지는 장면이었고.... 마지막에 모리가 밀고 들어오려는 거 막아주는 공부인도 좋았고 ㅠㅠㅠ 이토히로부미 저격 씬을 공중에서 찍은 게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간 동지들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시점이라고 그래서 너무 좋은 장면이 됨........

4) 처형장에서 가리개 씌우니까 숨소리 크게 들리는 씬도 참 좋았어 뭔가 죽음을 앞둔 사람의... 결의...... 까지는 아니지만 이 사람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살아 있을 것임을 증명하려는 듯 유독 크게 들리는 정적 속 숨소리가 되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

5) 그리고 안중근 마지막 대사!!!!!! '불을 밝혀야 한다'는 대사가 진짜 좋았음 사실 작품에서는 이미 안중근이 사형당한 뒤잖아? 근데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그런 대사를 한다는 게..... 지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전언 같다고 할까 시국이 시국이라 진짜 광화문 초대장이라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 영화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총평!!!

사실 나는 연기나 연출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뭐 메타포가 어쩌고 구도가 어쩌고 소품이 어쩌고... 같은 평을 할 수는 없는데! 작품에서 우리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 살고 있다는 대사가 되게 자주 나오잖아? 근데 어쩌면 그건 독립운동을 하셨던 투사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음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되신 '동지'들의 목숨을 물려받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어두운 시대에 불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의미에서 죽은 자는 산 자를 구할 수 있고 당연히 과거는 현재를 구할 수 있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독립이 있었고 민주화운동 투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는 것처럼!!!!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래도 정말 한 번 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야 ㅎㅎ 만듦새에 대해서는 확실히 취향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난 너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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