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포함 모든 사람들이 꼭 영화관에서 이걸 봤으면 좋겠는 이유를 적어봄.
OTT로? 절대 이거 제대로 못느낄거야
PTSD가 올 정도라는 건
반대로, 모든 면에서
영화 잘 만들었다는 극찬이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가장 화제인 흑백요리사에 빗대 적어보자면
이 영화는 말그대로
2시간 동안 쉬지않고 먹게되는
<한정식 파인다이닝>
영화같아
뻔한, 우리가 아는 재료거든? 근데 이걸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게? 그것도 2시간 내내 맛있어서 안쉬고 먹게된다고??
감독과 스태프가 정말 수백번 생각, 계산, 고뇌한 것 같은 그 노력이 모든 씬에서 보여.
0️⃣) 들어가기에 앞서
이 영화 일부 사투리 대사가 안들려서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 안들림 또한 100% 의도했음으로 보여져.
구도, 조명, 편집, 소품,미술 등을 저렇게까지 디테일하고 심도깊게 고민했는데 음향,자막을 내버려뒀다? 코웃음 칠 일.
일부 장면은 따로 녹음까지 딴 걸로 보였거든.
그리고
관객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와 대사는
'선명하게 / 여러번 / 반복해서 말해줘.'
일부 대사가 안 들려도 괜찮아.
몰라도 되거나, 다 알겠는 내용이거든.
⭐️이 영화 진짜 친절해⭐️
이 영화에서 경상도사투리는 장애물이 아냐.
오히려 몇장면은 웅얼거리게 냅둬서
경상도 지역색에서 좀 벗어나려고 한거같아.
(모든 관객들 집안이 경상도는 아니니까)
즉,
이 영화는 일부러 안보여주거나 모호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많이 쓰는 거 같고
그리고 굳이 직접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없어.
왜냐면
1️⃣) 보편성
그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라서야. 혹은 내가 그 인물이거나.
등장인물들 크게 분류하면
1세대 일제강점기, 6.25를 겪은 조부모님
2세대 산업화,민주화운동 전후의 7080세대
3세대 IMF 전후의 MZ 청년세대
세분화하면
엄근진한 할아버지, 활달한 할머니, 능력 부족하고 허세 가득한 아빠, 수동적인듯 하지만 약해보이진 않는 맏며느리 엄마, 집안마다 하나쯤 있는 잘 나가는 (비교되는) 친척.
남동생과 투닥거리는 누나. 종교에 의지하는 고모. 돈에 허덕이는 예술전공 청년. 아무것도 모르는 중2병 사촌동생. 허허실실 가끔 아재개그 날리는 사람좋은 고모부. 아기엄마. 열심히 일하는 건실한 예비아빠.
이중 하나는 우리의 모습이거나 지나왔잖아ㅎㅎ 혹은 매우 익숙한 인물이거나. 결국 우리는 이 중 한 명의 편에 서서 영화를 보게 돼.
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
이 영화는 시작~20분만에 익숙함을 바로 느껴.
철저하리만큼 지명, 상호 다 가려놨더라.
(집주소 문패까지 가려놨어ㅋㅋ)
관객에게 정보를 직접 주지 않아서 더더욱 내가 봤던 그 집, 내가 아는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
* 사건과 갈등 또한 너무나 익숙한 것들.
우리 모두가 겪은 명절. 장례. 시골. 친가.
영화 내의 큰 갈등 또한 = 영원히 해소되지않는 세대 간의 문제일거고 (관객들도 모두 공유ing하는)
극중 인물간의 작은 갈등은 다 우리가 살면서 다 겪어본 거잖아 (부모-자식 간의 잔소리. 형제자매간의 은근한 싸움 등등)
결국 이 가족의 이야기를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같이 보게 돼.
2️⃣) 친절한 영화 (눈이 편안해짐)
내가 위에서 파인다이닝 비유 했는데
인테리어와 음악은 물론
음식들이 나올 순서와 그 맛의 조화. 그리고 먹는 사람이 소화할 시간. 앞선 음식과의 대비. 그리고 직원들이 접시 내려놓는 타이밍까지
철저한 계산.
이 영화도 똑같다고 느껴져.
컷 전환과 시간의 흐름은
주로 <자연 풍경>으로 보여줘서
관객들이 직전 사건과 인물에 대해 충분히 정리,환기 & 자연 풍경으로 인해 눈이 편안해짐...ㅠ
그리고 정말..정말 아름다워.
꼭 영화관에서 봐.
전환 시간 또한 딱 적당하게. 너무 늘어지지도 너무 성급하지도 않게 딱 감상하기 좋은 정도야. 얼마나 편집을 많이 고민했을까 싶어짐.
- 실외는 넓게 와이드로 많이 보여줘서
1) 풍경, 전통,자연의 아름다움
2) 관객들이 피로,긴장 해소.
3) 소재에 대해 다시금 익숙함을 느끼고
- 실내는 지형, 가구, 사물로 일부 가려져서
1) 인물들에게 더 집중
2) 우리가 남의 집 한 장면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얼마나 친절한지ㅋㅋ
예를들어. 종교에 의지하는 큰고모를 알려주기 위해
컷이 바뀜과 동시에
성결 구절 간판과 십자가가 달려있는
전통가옥 전경을 2초정도 보여주고,
혹시 관객이 그 십자가를 못 알아챘을까봐
바로 이어서 실내에서, 어둠속에서 기도하는 고모의 모습을 3초가량 보여줘
이런식의 세심함이 모든 씬에 담겨있어.
그리고 모든 장치를 매우 효과적으로 써.
예를들어
장손 성진이가 할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트는 장면이 있는데
1)성진이의 배려심과 깊어진 조손의 유대감.
2)민망한 상황을 보는 관객의 심리적 불편 해소
3)시간과 장소 흐름의 빈 여백 채워줌
4)그리고 노래 가사로 인한 미래 암시까지
4가지 기능 이상을 하더라..
진짜 보면서 미쳤다고 생각했어
쓰이는 노래들까지 일부러 녹음한거 같은데 이런 사람들이 대사가 뭉개지는걸 방치했다고? 글쎄😁
계절마다 템포감과 에너지, 감정의 농도도 다르게 표현했더라고.
3️⃣) 밀당 조절을 기가 막히게 해서 얄미운 영화.
ㅡ약스포ㅡ
큰 사건들(돈에 관련된)과 그에 얽힌 여러 사건들
누가 ㅇ을 가졌을까?
누가 ㅇ을 냈을까?
과거에 무슨 일이?
등등 모든 사건에 대해 다 보여주지 않아.
딱 '아 그랬겠구나' 유추할 정도로 일부만 알려주거나
여러 등장 인물들의 각자 생각을 보여줘.
야금야금 감칠맛나게 10중 6정도.. 일부만. 그래서 관객들은 계속 호기심을 갖고 누굴까? 무슨일이지? 왜? 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되지.
그리고 자기가 선택하고 이입한 사람의 편에 서서 어느 순간 분노하고 놀라고 속상해하게 돼.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극한 상황!이 지나가면 웃음으로 해소해버리거나, 웃다가도 갑자기 분노나 슬픔 섞인 진지한 대사가 나오는 등 밀당 완급 속도 조절이 미쳤더라.
작은 갈등과 사건들을 매번 관객들한테 찝찝함이 안남게 잘 정리하는 것도 정말 대단했어
+ 연기 디렉팅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감정 저감정 다양하게 보이게끔 복합적으로 주문한거같음
4️⃣) 배우들. 연기 합이 기가막힘
이건 솔직히 한 편의 연극 같아.
그리고 모두 프로들을 데려다 둠.
연극뮤지컬 덬들은 알겠지만 n차 할수록 인물 한 명 한 명 곱씹어 보게 되잖아?
주요 성진이네 가족들이 많게는 10명정도인데
한 씬에 적게는 2명,
많게는 7명이상 잡힌단말야?
근데 그 모든 사람이 한 장면 안에서 각자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의도인지 하나하나 다 보이고
그 안에서 살아서 행동하고 있어.
그리고 그 주고받기 합과 타이밍이 미쳤다 싶었어.
연극처럼 뚜렷하게 보여지게도 아니고
드라마처럼 흐르듯이도 아니고
딱 영화스럽게. 모두가 알아차릴 정도로
눈빛 리액션 동작... 크 절묘하더라
와 배우분들 뽑아와도
그 간극을 아는 분들만 데려다 찍어놔서
서로 합이나 에너지가 좋아서 행복했어
그리고 배우들이 은근히 서로 닮았더라고ㅎㅎ 분장을 그렇게 한거 같기도 하고.
연기공부 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하는 작품..
뚜렷한 인물들 성격 표현도 그렇고
여러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 심리, 갈등, 반응, 그들 사이의 매번 바뀌는 미묘한 서열을 배우들이 미친듯이 잘 연기해서 헛웃음나올 정도야.
5️⃣) 고증
이 영화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가르칠 때
무조건 보게 해야하는 사료라고 생각해.
전통가옥.장례식. 제사. 장례풍습 등등
근현대사 사건들, 가부장제의 붕괴,
그 속에 각 가족마다의 문제까지...
심지어 제사상 순서, 장례식에서
며느리는 삼베옷 입는데 출가외인 딸들은 검은 상복 입는 것까지 지독하리만큼 고증해놨어
같이 집안 일을 해도 딸보다 남인 며느리가 일을 우선적으로 더 하는것까지...ㅎ
서툰 성진이의 사과깎기 껍질 두께란ㅋㅋ
고모가 신은 양말의 리얼함은 또 어떻고ㅋㅋ
거기다 소품,미술,문화 고증의 섬세함.. 와...
어릴때 사진, 초등학교 표창장, 어린이 전집만 가득하고 어린시절에 멈춰 있는 성진이 방과
초등학생용 책상에 안어울리게 몇 권 놓여진 연기 관련 책들의 간극을 보며
성진이가 몇 년간 어디론가 유학 갔다온 걸 유추할 수 있고 대사로도 알려주지
(친절하게도,, 어린 시절 떠올리는듯
어린이용 키재기로 키 재보는 훌쩍 큰 어른 성진이까지도 보여줌)
6️⃣) 감정적으로도 친절한 영화 222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님이
이 말을 하셨던거 같아
자신은
영화에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사람의 표정에 더 집중한다고.
이 영화는 그 말을 되게 잘 보여줘.
주된 시점인 성진이의 시점으로 우리는 인물들을 바라볼 때가 종종 있는데
매우 심각하거나 감정적으로 격한 사건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격정적으로 감정을 토해내는 그 표정을 안 보여주고 소리만 들려준다거나, 뒷모습만 보여줘.
얼굴을 보여준다해도 최소 10초라도
관객들이 마음의 준비할, 받아들일 시간을 줘.
그리고 그 다툼의 당사자들 모습을 바로 보여주지 않고, 그 말을 듣는 성진이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성진이의 심리도 보면서 동시에
관객인 우리도
지켜보는 성진이랑 함께 그 오고가는 격한 감정과 표정을 상상하게 되고, 더 집중하게되고.
관객으로서는 직접적인 노출과 감정소모를 피할 수 있지.
그래서 2시간을 감정소모 최소화하며
푹 빠져 몰입해서 이 영화를 쭈욱 볼 수 밖에 없게 만들어놨어. 중간에 나갈 수 없게ㅎㅎ
몇장면은 매우 롱테이크임에도
배우들 얼굴 안보여주고
감독님이 뚝심있게 뒷모습만 보여주는 것에 박수침ㅋㅋㅋㅋ
- 폭력적 혹은 불쾌하게 느낄 행동도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여줘서
관객들의 감정 소비와 윤리적 불쾌함을 막아.
- 19금 드립도 한번 나오는데 (외부사람이)
등장인물들이 대놓고 항의하기 + 미성년자는 못들었음까지 다 보여줘서 관객들이 불편해 할 요소를 피해가 ㅋㅋ
내가 얼핏 듣기론 이 씬에서
"I don't understand anything." 대사를 일부러 선별해들려주며 미성년자는 못들었어요~ 하며 관객한테 넌지시 또 확인시켜주더라 ㅋㅋㅋ
와 섬세함이... 대단하다 싶었어
그리고 다른 덬들이 말한 것 처럼
나만 겪는.
우리 가족만의
아픔이나 고통이 아닌
그냥 모든 가족이 크고 작게 다 겪는 거구나.
내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구나
알게되니 위로가 좀 되는 것도 있어.
제발
꼭 봐
이 영화 정말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에 대해
수십번,수백번의 고뇌가 엿보이고
배려가 가득한...
관객이 두 시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수작이야.
이동진 평론가의
이 말이 딱인 영화야
시나리오 진짜 보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