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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스즈메) 스즈메의 감정선... 스즈메는 oo ooo다 (강스포, 후기? 분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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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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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 해석글
*강강강 스포,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임
*일주일쯤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함. 틀린 내용이나 디테일이 있을 수 있음 
*글이 길어서 평서문으로 작성했음. 김, 진짜 김.... 


스즈메는 재난 생존자다.

그것도 사망자가 이 만 명에 가까운 대지진의 생존자다. 동시에 지진으로 하나뿐인 엄마를 잃은 유가족이기도 하다. 재난처럼 거대한 사건은 불가피하게 개인에게 흔적을 남긴다. 스즈메에게도 다를 리 없다. 언뜻 과해 보이기도 하는 영화 속 스즈메의 행동들은 스즈메가 재난을 겪은 생존자라는 점을 성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가는 구석이 있다.


스즈메의 여정의 시작, 스즈메가 소타를 따라나선 이유

스즈메는 학교도 내팽개치고, 보호자인 이모에게도 대충 얼버무린 채 소타를 따라간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딱히 고민하지도 않는다. 만난지 얼마 안 된 소타때문에 급작스럽게 며칠씩 무단결석을?

그런데 스즈메는 소타에 대한 호감만으로 그 먼 길을 간 것일까? (기본적으로 스즈메에게 금사빠 기질이 존재하는 건 맞는 것 같지만) 스즈메는 소타가 문을 닫아 지진을 막는 토지시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요석을 해방시키는 바람에 소타가 의자가 된 것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소타가 제모습을 되찾는 것은 소타 개인의 안위가 걸려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재난을 막는 것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수기에서 자주 관찰되는 감정 중 하나가 후회이다. 다르게 행동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재난의 현장에서 멀리 있던 이들 중에도 적지 않은 수가 한 번쯤 떠올렸을 것이다. 그 날로 돌아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설사 그것이 불가능한 것을 안다고 해도.

그런데 소타와 만남으로써 재난을 막는 일은 가능의 영역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재난 생존자인 스즈메에게 소타와 동행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니까. 이를 증명하듯 영화 속에서 스즈메는 미미즈를 볼때마다 망설임 없이 달려간다. 이는 스즈메가 처음으로 교실 창밖으로 미미즈를 보았을 때, 소타와 미미즈에 대해 정확히 몰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즈메가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스즈메의 입을 통해서도 두 번이나 말해진다. 폐교의 문을 닫은 후, 성공 앞에서 즐거워하는 소타 옆에서 스즈메는 맞장구친다.
“우리 둘 대단하죠?”(와 비슷한 뉘앙스의 대사였음…)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치카의 말에도 스즈메는 자신 있게 답한다. 자신은 (그리고 소타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치카는 자기가 직접 말하는 거냐고 놀리기까지 한다) 이때의 스즈메는 들떠보이기 까지 한다.


스즈메의 두 번째 여행, 스즈메는 왜 소타를 잃는 것을 두렵다고 했을까?

사실 더 뜬금없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전반부 스즈메의 행동보다도 소타가 요석이 된 후의 행동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소타를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소타의 할아버지 앞에서 스즈메는 토해내듯 말한다.

목숨을 잃는 건 두렵지 않아요. 하지만 소타씨가 없는 세상은 두려워요.

소타를 구하고자 하는 스즈메의 행동에 동의하는 입장에서도 **‘응? 그 정도였어?’**라는 의문이 나오기 쉬운 대목이다(실은 내가 그랬다…). 두 사람이 함께 생사를 걸고 특별한 일을 했다고는 해도 단기간에 쌓은 감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깊어 보이니까.

어쩌면 스즈메의 대사만 달랐어도 더 쉽게 납득했을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만약 스즈메가 그래도 소타씨만 희생시킬 순 없다고 했다면? 그러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거라고 했다면?

책임감과 정의감은 관객으로서도 외면하기 힘든 동기다. 스즈메의 눈앞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는 재난을 막으려고 대가도 없이 누구보다도 노력하던 사람이다. 게다가 그가 그렇게 된 데에는 스즈메 자신의 탓도 상당부분 있다. 충분히 죄책감에 휩싸일만한 느낄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영화는 스즈메의 행동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는 대신에 스즈메의 개인적인 감정만을 보여준다. 왜일까? 그리고 왜 하필 두려움일까?


스즈메가 두려워하는 것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살펴보면 영화 속에서는 스즈메의 두려움과 관련된 언급은 상당히 여러 번, 그것도 눈에 띄는 형태로 등장한다.

스즈메는 소타와 소타와 할아버지에게 두 번이나 콕 찝어 질문 받는다. 너는 목숨을 잃는 게 두렵지 않니? 스즈메는 두 번 다 즉답한다. 두렵지 않아요!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한 대답이다. 스즈메는 히어로가 아니라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용감하다고 해도 죽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좀 이상해 보인다.

사실 스즈메의 초연함은 용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목숨에 대한 집착이 약한 것 또한 재난을 겪은 사람들에게 흔히 관찰되는 태도다. 재해는 느닷없다. 무차별적으로 덮쳐온다. 스즈메는 이미 살고 죽는 것이 그저 운에 달린 일임을 여실히 경험했다. 삶에 대한 초연함은 그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체득된 것이다.

따라서 이는 공포심을 완전히 극복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포기선언에 가깝다. 오히려 재난 트라우마의 연장선 상에 존재하는 발언인 것이다. (스즈메는 관람차 안에서 무서웠다, 라고 말한다)

반대로 스즈메가 직접적으로 두렵다고 하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 소타가 없는 세상이다.

재난이 스즈메에게 남긴 가장 큰 상처가 무엇인지 잠깐 돌아보자. 아마도 하나뿐인 가족,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 상실이다. 고통은 오늘 날에도 이어진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스즈메는 여전히 엄마를 찾아헤매는 꿈을 꾼다.


소타는 왜 의자로 변했을까.

어머님의 유품인 의자는 스즈메와 엄마의 사랑과 관계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스즈메의 엄마가 제대로 등장하는 장면은 엄마가 스즈메를 위해 의자를 만들어주는 회상씬 뿐이다. 의자를 만드는 동안 엄마의 모습은 행복으로 충만해 보인다.

그리고 다른 물건이 아닌, 소타는 바로 그 의자로 변한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개인적으로 의아했던 장면이 있다. 상처를 치료받으러 스즈메의 집에 들어온 소타가 의자에 앉는 장면이다. 누가 봐도 유아용 사이즈에 다리 한짝까지 없다. 그런데도 소타는 굳이 그 위에 몸을 구겨 앉는다. 돌이켜보면 이는 스즈메와 소타의 관계 변화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소타를 상실하는 것은 소타만을 잃는 일이 아니다. 스즈메가 이미 겪었던, 그래서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상실의 반복이다. 스즈메가 두려워하는 것은 상실이라는 경험 그 자체이기도 하다.

목숨을 잃는 것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소타가 없는 세상은 두렵다. 두려움에 대한 대사가 연이어 배치된 것은 우연일까? 그보다는 지진이 남기고 간 스즈메의 트라우마, 하나의 상처의 서로 다른 면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연결일 가능성이 높다.

(나 진짜 왜 의자라는 아이템일까 진짜 한참 고민함ㅋㅋㅋㅋㅋ 왜 의자지? 앉는다는 건 뭐지? 이러고…. 근데 영방와서 감독님 아버지가 감독님 아버지에게 의자를 만들어준 적이 있다더라…영방덬 아니었으면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을 듯)

(잠깐 추가로...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무단속에서 계속해서 변주되어왔던 테마는 세상 그리고 ‘너’와의 관계이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너를 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구해야한다. 너를 구하는 일이 곧 세상을 구하는 일이다. 날씨의 아이에선 반대로 너와 세상이 대립한다. 날씨의 아이는 남주는 ‘너’를 구하기 위해 세상도 외면한다.
소타가 요석이 된 이후 스즈메의 상황은 날씨의 아이와 유사하다. 지진은 막았다. 하지만 그 결과 소타는 희생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스즈메는 날씨의 아이의 남주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세상의 붕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즈메는 백만 명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결코 ‘너’만을 택할 수 없다. 그래서 스즈메는 고통스러워하며서도 요석이 된 소타를 자신의 손으로 미미즈에 꽂아넣는다.





하지만 스즈메는 상실을 반복할 자신도 없다. 그래서 가장 쉬운 선택을 한다.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두렵지 않은 선택을 한다)



스즈메의 문

그런데 영화는 스즈메의 트라우마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스즈메가 예전의 집으로 돌아가 일기장을 펼쳐들기 전까지는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는 모습은 영화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다정하며 쾌활한, 건강한 고등학생(체력은 평범하지 않다)으로 그려낸다.

그렇다면 스즈메가 아직 트라우마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스즈메가 반복해서 꾸는 꿈만이 증거일까.

이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스즈메의 문이다. 소타의 할아버지는 스즈메에게 말한다. 소타를 구하려면 스즈메 자신이 들어갔던 뒷문을 찾아가야 한다고. 다른 문으로는 갈 수 없다고. 그 문은 스즈메에게만 허락된 스즈메의 문이다.

재난을 막는 방법은 잠그는 것이다. 문이 다시는 열리지 않도록 닫고 완전히 잠가야한다.

스즈메가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해 스즈메의 문이 아직 열려있다는 뜻이다.

(문 저편은 저세상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접근할 수 없다. 그런데 스즈메는 문 너머를 볼 수 있다. 문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문 너머의 풍경에 이끌리기도 한다. 이 대목에 이르면 스즈메의 삶에 대한 초연함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스즈메는 소타를 구하러 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문의 존재를 깨닫고 마주하게 된다. 스즈메의 후반부 여행은 소타를 위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스즈메 자신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여정이기도 하다.

영화는 어린 스즈메가 문으로 들어가 저세상을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해, 현재의 스즈메가 자신의 문을 잠그면서 끝난다. 이는 영화가 그리고자 한 여정이, 즉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여정이 어떤 여정인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

실은 내용이 좀 남았는데 정리가 끝나지 않네?? 남은 걸 마저 정리해서 올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중...

뭔가 써놓고 보니까 내가 스즈메 극호에 신카이 마코토 팬인처럼 보이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평잼 이상? 평점으로 치면 5점만점에 3.5정도? 극장 가서 볼 영화 고민이면 봐라, 이런 장르 좋아하면 극장에서 한번 봐 요정도? 

다른 덬들이랑 감상이나 해석 나누고 싶어서 올려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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