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7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명곡들은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를 거쳐 또 한번의 마스터피스로 거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부신 영상미와 완벽한 음악, 환상적인 퍼포먼스” (FanboyNation.com, 숀 멀비힐)를 선보이는 이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 (<할리우드 리포터>, 데이비드 루니)다. 스필버그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에 어떻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짧은 리뷰와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니 역의 앤설 엘고트와 마리아 역의 레이첼 지글러의 인터뷰를 전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언젠가부터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시네마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스필버그가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한 것들만 간결하게 담아 군더더기를 줄여나가는 것을 추구하기. 누군가는 그걸 완벽이라고도 부른다. 스필버그는 오래되어도 좋은 것(Oldies but Goodies)이 무엇인지 안다. 다만 스필버그의 놀라운 점은 그 와중에도 새로움을 향한 도전 또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때 스필버그의 영화는 ‘Good, but not Great’에 가까웠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스필버그의 좋은 것들은 위대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니 좋은 것이 세월을 먹고 위대한 것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번째 뮤지컬영화다. 이제 와 새삼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프닝을 마주하는 순간 왜 이 영화가 다시 돌아와야 했는지 단번에 납득된다. 1950년대 뉴욕 어퍼 웨스트 사이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가운데 카메라는 이제 막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뉴욕 링컨센터의 공사 현장을 자유롭게 누빈다. 이윽고 페인트 통을 들고 등장하는 제트파의 리더 리프(마이크 파이스트)의 동선을 따라잡는 연속 장면은 그야말로 역동적이다. 오프닝부터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든 화면이 어디까지나 영화의 문법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을 화면에 옮겨 담은 듯한 몇몇 뮤지컬영화와 달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영화’만의 매력을 과감히 발산한다.
제트파와 샤크파의 영역 싸움이 벌어지는 오프닝을 비롯해 대부분의 군중 장면은 그야말로 리드미컬하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군무 자체가 워낙에 좋기도 하지만 이걸 극대화하는 것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과 카메라의 동선이다. 특히 이런 역동성은 토니(앤설 엘고트)와 마리아(레이첼 지글러)의 로맨스 파트인 테라스 신처럼 다소 정적인 장면에서 오히려 빛을 발한다. 토니와 마리아의 동선에 따른 절묘한 카메라 블로킹은 그야말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벽하다. 토니의 정신적인 안식처를 자처하는 발렌티나(리타 모레노)가 비극적인 상황 후 과거를 회상하는 오버랩 장면 등은 뮤지컬 공연이 아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연결을 차례로 선보인다. 요컨대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오래된 이야기에 새로움을 더하는 방식은 지극히 영화적이다. 스필버그는 그렇게 “훌륭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증명한다.
물론 원재료가 워낙에 빼어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초연 이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명작이다. 퓰리처상 연극 부문을 수상한 극작가 토니 쿠슈너의 손길을 거친 이야기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언뜻 <레디 플레이어 원>을 연상시키는 뉴욕 한복판 빈민가의 풍경은 단순히 과거 시대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살아 있는 현장감을 제공한다. 브루클린, 맨해튼, 브로드웨이를 오가며 로케이션한 장소들은 작품에 역동성과 사실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무엇보다 귀에 익은 명곡 <Tonight>를 비롯한 O.S.T는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손길을 거쳐 그야말로 고전적이면서 화려한, 시청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모든 이야기는 멜로드라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에는 ‘왜’가 필요치 않다. 그것을 비극으로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 시대의 조건과 장벽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빈민가 내의 갈등을 통해 당대 청춘들의 울분과 우울을 해방시킨, 일종의 시대정신의 발현이었다. 60여년이 지난 지금, 스필버그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무엇을’보다 ‘어떻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고전적인 이야기와 동화적인 사연은 어떤 옷을 갈아입느냐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 반복과는 다른,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 오래되어도 좋은 것이 아니라 오래될수록 좋은 것을 스크린에서 마주할 기회다.
http://naver.me/xWpGVEd1

<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터미널> 등 대표작을 꼽자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인 이 시대 가장 성공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뮤지컬영화를 연출했다. 원작 뮤지컬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그는 현 시대를 향한 메시지까지 힘 있게 담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적인 영화 한편을 선물한다. 10살 때부터 듣고 자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부터 20세기 원작을 21세기에 다시 꺼낸 이유까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란히 앉아 차 한잔한다 생각하라”라며 인터뷰어의 긴장까지 풀어준 그는 친절하고 다정한 영화 거장이었다.
- 예전부터 뮤지컬 장르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나.
=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반복되는 질문을 받아왔다. 당신이 만들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만들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40년이 넘게 나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해왔다. 마침내 뮤지컬영화를 만들게 되어 나 역시 영광스럽다. 수십년 만에 내 꿈이 이루어졌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
- 처음 경험해본 뮤지컬 장르는 어땠나. 예상보다 힘들었나. 아니면 재밌었나.
= 정말 재밌었다. 지금까지 만든 다른 영화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면서 5개월 동안 리허설을 진행한 것이다. 전에는 이런 리허설을 해본 적이 없다. 촬영 들어가기 전 5개월간 댄스 리허설, 연기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을 했고, 녹음실에서 각 파트의 연주자들, 배우들이 모여 뮤지컬 트랙을 녹음했다. 나중엔 거의 뮤지컬 장르의 베테랑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춤과 노래와 연기 등 사람들을 트레이닝시켜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 또한 트레이닝해야 했다. 리허설 기간이 길었던 건 노래와 안무가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뉴욕시티발레단의 안무가 저스틴 펙이 안무를 맡았는데,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안무가다. 제롬 로빈슨의 오리지널 안무에 바탕을 두고 저스틴 펙이 새롭게 춤을 디자인했다. 댄서들이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장시간 훈련하는 동안 나는 뮤지컬 넘버들을 어떻게 찍을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단지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라고 하고 그걸 그대로 찍을 수는 없지 않나. 이건 무대 공연이 아닌 영화니까. 이번 영화에서 나의 카메라는 퍼포머들과 매우 상호적이었다.
-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원작 뮤지컬, 로버트 와이즈와 제롬 로빈스가 연출한 1961년의 영화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안다.
= 뮤지컬이 처음 무대에 오른 때부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나와 여동생들을 뉴저지에서 애리조나까지 데리고 갔고, 음반 가게에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앨범을 사줬다. 그 앨범을 듣고 또 들었다. 곧장 사랑에 빠졌다. 그 음악과 뮤지컬의 이야기에. 그때 나는 겨우 10살이었다. 하지만 그 음악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이후 영화감독이 되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겼는데, 내 아이들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우리 가족 모두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모든 노래, 모든 가사를 기억한다. 1961년작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도 제롬 로빈스와 로버트 와이즈 감독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정말 훌륭한 업적을 이루었다.
- <뮌헨>(2006)과 <링컨>(2013)을 함께한 각본가 토니 쿠슈너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각본을 썼다. <링컨>을 만든 이후 토니 쿠슈너에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각본을 부탁했다고.
= <링컨>을 만들 때 토니에게 말했다. 그때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영화화 권리를 가지고 있진 않았는데, 만약 우리의 버전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다시 만든다면, 그래서 내가 영화화 권리를 갖게 된다면 이 영화의 각본을 쓰는 데 관심이 있느냐고. 그는 즉시 좋다고 대답했다. 토니 쿠슈너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말하는 것, 1957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를 빌려 오늘날의 시대를 말하는 것 모두에 관심이 있었다. 오늘날 미국 전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든지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 등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서 말이다. 8, 9년쯤 전부터 이 나라는 분열되고 추해지기 시작했다. 토니 쿠슈너 역시 이건 우리 시대의 이야기라고 느꼈다. 연극 <미국의 천사들>(Angels in America)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토니는 훌륭한 협력자이자 이 나라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명이다.
- 잠깐 언급해주었지만, 20세기의 시대상이 반영된 원작을 21세기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다시 선보이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 어쩌면 우리가 처한 상황은 20세기보다 더 나빠졌는지도 모른다. 원작 뮤지컬을 탄생시킨 4명의 천재, 스티븐 손드하임(작사), 레너드 번스타인(작곡), 제롬 로빈스(안무·연출), 아서 로렌츠(극작)가 처음 이 이야기를 품었을 때보다도 사회의 갈등과 차별은 더 깊어졌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인본주의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더불어 원작의 음악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특별함이 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추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이야기의 전반부는 삶을 축하하고 다양성을 축하한다. 그런 다음 알다시피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처럼 흘러간다. 비극이 시작되기 전에는 삶을 찬양하는 이야기다.
-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가 영화의 중심을 잡고 간다.
= 이번 영화는 내가 만든 가장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다.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라는 점에선 <타이타닉>의 엔딩과도 비슷하다. 지금까지 몇편의 러브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사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러브 스토리는 영화가 아니라 아내 케이트와 결혼해 우리 두 사람의 사랑으로 7명의 자녀, 5명의 손주들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게 내가 관여한 가장 위대한 러브 스토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웃음)
- 1957년 뉴욕 어퍼 웨스트 사이드가 영화의 배경이다. 실제 뉴욕 거리에서 다수의 장면을 촬영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 다행히 뉴욕시에서 매우 협조적이었다. 뉴욕의 거리 일부를 막고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고, 뉴저지의 패터슨에서도 일부 장면을 찍었다. 나는 이 작품이 연극적이지 않고 영화적이길 바랐다. 실제 뉴욕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보이길 원했다. 그래서 대부분 야외에서, 실제 공간에서 촬영했다. 세트에서 찍더라도 사실성과 진정성이 있는 세트 디자인을 원했다. 놀라운 것은 뉴욕이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거다. 63년, 64년 전 모습 그대로인 구역도 있었다. 뉴욕은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도시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
= 하나를 고르기란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꼽자면 <Somewhere>다. 어릴 때부터 제일 좋아한 노래다.
-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곡은.
= 노노노노! <Somewhere> 한곡만 꼽겠다. (웃음)
- 당신은 영화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감독인데, 뮤지컬영화에서의 음악 작업은 기존의 음악 작업과 어떻게 달랐나.
= 위대한 작곡가 존 윌리엄스와 영화음악 작업을 자주 했다. 그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할 때 많은 자유를 가지고 작업한다. 그런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건 바꿀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고,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없는 음악이었다. 비록 음 하나도 바꿀 수 없었지만,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한 스코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뮤지컬의 음악 중에서, 내가 들어본 최고의 음악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이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작사가로 데뷔했고 뮤지컬 <컴퍼니> <스위니 토드> <숲속으로> 등을 만든 미국 뮤지컬계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이 녹음실에 찾아왔었다고.
= 스티븐이 3주 동안 녹음실에 찾아왔다. 두명의 스티븐(손드하임과 스필버그)이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파트를 녹음하는 동안 스티븐 손드하임이 내게 메모를 건네면 나는 뮤지컬 디렉터에게 그 노트를 전달하고, 뮤지컬 디렉터는 우리의 메모와 자신의 메모를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전달했다. 녹음실에서 스티븐과 일주일에 5번 3주간 나란히 앉아 있었던 그 시간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러웠다.
- 캐스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무엇인가.
= 진짜 어린 친구들을 캐스팅하는 거였다. 30살 어른이 18살 아이를 연기하는 거 말고, 진짜 18, 19살 배우가 18, 19살 캐릭터를 연기하길 원했다. 대부분 뮤지컬에선 나이 든 어른들이 10대 청년을 연기하곤 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더불어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단인 샤크파의 배우들은 남자건 여자건 무조건 라틴계 배우여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무척 중요했다. 우리는 20명의 멋진 푸에르토리코 배우와 댄서들을 캐스팅했는데, 라틴계 배우 50명 중 20명이 푸에르토리코 배우였다.
- 출연진 다수가 신인이고 젊은 배우들이라 이를테면 톰 행크스나 메릴 스트립과 일할 때와는 현장에서 배우들과의 소통법이 다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땠나.
= 서로가 다를 때, 서로 다른 걸 이야기할 때가 더 흥미롭지 않나. 톰 행크스, 메릴 스트립과 나도 늘 서로 다른 것들을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내게 7명의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내 자녀들을 통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세대는 달랐지만 배우들과 많은 생각을 나누며 교류했다.
- 1961년의 영화에서 아니타 역을 맡았던 배우 리타 모레노가 이번엔 발렌티나 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어떻게 성사된 출연인가.
= 그건 토니 쿠슈너와 그의 남편인 마크 해리스의 아이디어였다. 1961년 영화에서 캔디 가게를 운영하던 닥의 캐릭터를 이번엔 여자 캐릭터로 바꿔보자, 닥의 미망인 캐릭터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런 결정을 한 다음 바로 떠오른 배우가 리타 모레노였다. 리타 모레노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깊이 연결된 인물이며, 뉴욕에 사는 푸에르토리코인으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고 위대한 경력을 가진 배우다. 리타 모레노에게 발렌티나 역을 제안했는데 그녀가 흔쾌히 총괄 프로듀서 역할로도 참여해줘서 고마웠다.
http://naver.me/GSg9tRfA

가난한 백인 10대 갱들의 집단 제트파의 일원이었던 토니(앤설 엘고트)는 어느 날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만난 마리아(레이첼 지글러)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마리아는 제트파와는 앙숙인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동생이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 만큼 순수하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는 청년 토니를 <안녕, 헤이즐> <베이비 드라이버>로 이름을 알린 앤설 엘고트가 연기한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영화배우가 된 ‘뉴요커’ 앤설 엘고트는 “내 삶의 많은 것들이 토니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
= 처음으로 만난 건 2018년 오스카 시상식에서였다. 그때 스필버그 감독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준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지만 오스카 무대에서 <Maria>를 불러볼까 하는 미친 생각도 했었다. 나중에 스필버그 감독에게 그 얘길 했더니 그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하더라. (웃음)
- <베이비 드라이버> 등에 출연하며 이미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배우가 됐는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디션에 지원했다.
= <베이비 드라이버> 때도 베이비 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촉망받는 신인이고 연기 경험이 꽤 있다 하더라도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캐스팅을 보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아니라 모두 그 역할에 적격인 사람들이 캐스팅됐다. 이제는 슈퍼스타가 된 레이첼 지글러도 그런 경우다. 나 역시 오디션 테이프를 만들어 보냈다. 오디션 기간, 어떨 땐 <Maria>의 고음이 완벽히 나오지 않아 벽에 머리를 찧기도 했다. 끈질기게 매일, 매 시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렇게 10번은 오디션을 본 것 같다. 이전에 경험한 그 어떤 오디션보다도 가장 길게 진행된 오디션이었다. 계속해서 나를 증명해야 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 토니는 소년과 남자 사이, 빛과 그림자 사이에 놓인 인물처럼 보인다.
= 토니는 필사적으로 남자가 되려 하고 밝은 곳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는 한때 어둠에 빠진 소년이었지만 이제는 삶을 바꾸려고,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주변의 환경이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마리아 역시 더이상 어린아이이길 원치 않는데, 각자 조금씩 외로움을 느꼈던 소년(토니)과 소녀(마리아)는 어른이 되어 독립하고 싶어 한다.
- 가장 어려웠던 혹은 가장 즐거웠던 댄스 시퀀스는 무엇인가.
= 가장 어려우면서도 즐거웠던 댄스 넘버는 <Cool>이었다. 훌륭한 댄스 넘버들이 많지만 <Cool>은 진짜 멋있었다. 리허설 기간에 안무가 저스틴 펙에게 긴 시간 안무를 배웠고, 훌륭한 댄서들과 매일 춤을 추고 댄스 수업을 받다보니 어느 순간 점프력도 상승하고 복잡한 요소도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춤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다. 내가 참여한 건 아니지만 댄스 넘버 중에 도 정말 좋아한다.
- 1957년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10대 갱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찾아본 것들이 있다면.
= 각본가 토니 커슈너가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연출하고 시드니 포이티어 등이 출연한 1955년 영화 <폭력 교실>을 보여줬다. 토니의 억양은 아버지를 참고했다. 아버지가 1940년 뉴욕 워싱턴하이츠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바로 그 시대 토니의 나이와 같았다. 가까운 곳에 답이 있었다.
http://naver.me/51QLpyNn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에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 캐스팅됐다. 그것도 전설적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에. 그야말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데렐라로 부르기에 손색없지만 이런 수식어는 레이첼 지글러의 매력을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 1년의 캐스팅 과정을 거쳐 발굴했다는 이 무서운 신예는 독보적인 음색과 깊은 감정 표현, 내털리 우드를 연상시키는 대체 불가한 매력으로 영화를 장악한다. “그녀에겐 마치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신비로운 자질이 있다”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찬사에는 한치의 과장도 없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에 캐스팅됐다.
=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이라니. 위대한 작품, 그중에서도 마리아의 유산을 이어받을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다. 2018년 6월부터 꾸준히 테스트를 받았고, 2019년 1월 무렵에 확정됐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합류한 건데, 최대한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알다시피 고등학교에서 비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웃음)
- 2022년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다시 한다는 것, 1950년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이건 미국 역사의 일부이고 여전히 우리 삶의 일부와 연결되어 있다. 사라져가는 지역에서 가난한 백인들과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서로 싸우고, 무너지고, 다른 무언가로 변해간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조리와 갈등 속에 놓여 있고, 그건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다.
- 당신이 생각하는 마리아는 어떤 인물인가. 원작과 달라진 점이 있나.
= 마리아는 매우 솔직하다. 내 생각엔 줄리엣이나 1961년작 마리아 모두 이미지처럼 순진무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리아는 세상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 믿는 것을 지켜내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 이 캐릭터를 빛나게 한다. 원작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유지하되 다른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빚어지는 매력을 생생하게 살리고 싶었다.
- 춤과 노래는 물론 감성적인 부분 모두 필요한 배역이다.
= 모든 부분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훈련을 했다. 특히 보컬 감독님은 내 목숨을 구해준 분이다. (웃음) 매일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가운데에서도 목이 상하지 않도록 관리해주셨다. 아침마다 다른 배우들과 발레 바에 다리를 걸치고 몸을 풀며 하루를 시작했다. 마리아는 춤 동작이 많이 필요한 배역은 아니었지만 모두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우리를 가족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런 공동체 의식이 감정적인 토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마리아가 겪을 상실감, 슬픔과 비극 앞에서도 끝까지 서서 앞으로 걸어갈 힘을 준 건 결국 많은 준비와 훈련이었다.
- <Tonight>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탁월한 목소리다. 이 곡을 부를 때 기분이 어땠나. 당신의 목소리로 다시 탄생한 곡은 이전과는 어떻게 다른가.
=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곡을 <드림걸즈> <시카고> 등에 참여한 맷 설리번이 프로듀싱하고,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녹음을 지휘했다. 이런 상징적인 사람들과 상징적인 음악을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만약 곡이 다시 태어났다면 이런 거장들의 손길 덕분이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이어 <백설공주>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 사실 나는 마리아와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18살이 되자마자 뉴욕으로 이사했고 낯선 환경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사생활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할리우드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http://naver.me/GoBubTQ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