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ailorcontents.com/2019/08/05/midsommar/
아리 에스터 신작 [미드소마]를 본 약 8만 명의 국내 관객은 알 것이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이 작품이 무섭지 않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보는 이의 정신을 산산조각 낼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드소마]는 치(명적)유(해)물‘이라는 평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멘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니(플로렌스 퓨)와 일행이 하지 축제가 열리는 스웨덴의 한 마을에 도착한 다음날, 첫 의식인 ‘절벽'( Ättestupa )부터 관객의 ‘멘탈붕괴’가 시작된다. 72세가 된 두 노인은 오랜 전통에 따라 높은 절벽에서 몸을 내던진다. 한 명은 곧바로 ‘생명의 순환’의 일부분이 되지만, 단(비요른 안드레센)은 온몸이 으스러진 채 고통을 호소한다.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그의 고통에 공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갖가지 비명과 함께 몸을 있는 힘껏 비튼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기괴하고 끔찍한 장면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윽고 거대한 나무망치를 든 주민들이 단의 머리를 몇 차례 내려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뒤돌아선다. 당연한 것인 양 이를 바라보는 평온한 주민들의 표정을 뒤로한 채,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곤 화면을 채운 사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정신적 충격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충격이 조금 가신 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도대체 누가 저런 인체 모형을 만든 거지? 사실적이고 끔찍한 모형들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바로 이반 포하르록(Iván Pohárnok), 전설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딕 스미스([엑소시스트])의 제자다.
포하르록은 ‘시신 모형 전문가’들이 모인 Filmefex 스튜디오의 설립자다. 어감이 조금 이상하긴 하다. [더 테러], [에일리어니스트], [블레이드 러너 2049], [택시더미아]에 등장했던 사실감 넘치는 시신 모형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인체 모형을 제작하는 방식은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배우의 몸을 딴 틀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실리콘으로 사실적인 인체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일단 한 번 만들고 나면, 굳이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시간적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는데, 그럼에도 [미드소마]에 등장한 시신 모형이 대부분 나체여서 눈썹과 두발 등의 체모를 심는 작업에만 몇 주가 걸렸다.
[미드소마]에서 사망하는 캐릭터는 총 12명이다. 이들은 질식, 둔상, 소살(燒殺)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데, 죽음을 최대한 ‘끔찍하게’ 묘사하는 게 포하르록의 과제였다. 흔히 ‘피의 독수리’라 불리는 끔찍한 모습의 시신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지만, 앞서 이야기한 단의 죽음을 연출하는 데에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추락한 단의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깊게 판 구멍에 들어간 비요른 안드레센 앞으로 모형을 설치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이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나무망치로 단의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이었다. 영화에서 이를 상당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인데, 단 한 테이크로 촬영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서야 제작하는 데에만 6주가 걸리는 머리 모형을 몇 개씩이나 만들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그때 포하르록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자동으로 함몰도 되었다가, 나중에는 복원까지 가능한 머리 모형을 만든다면 어떨까?’였다. Filmefex 팀은 곧바로 모형 제작에 총력을 기울였다. 기압 실린더가 내장된 두상은 버튼 작동만으로 ‘파괴’와 ‘복원’을 오갔고, 가짜 피까지 뿜을 수도 있었다. 촬영한 테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버튼 한 번 누르고 모형에 묻은 피를 닦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본 모두의 뇌리에 며칠이고 박혀있던 충격적인 장면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하마터면 더한 것도 볼 뻔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장면이 영화에 포함될 뻔했다고 한다. “결말부에서 크리스티안이 불에 타는 동안, 그의 눈알이 폭발(!)하고 얼굴이 녹아내리는 장면도 있었다”라고 크리스티안 역의 잭 레이너가 밝힌 바 있다. 이를 본편에서 제외시킨 편집실과 아리 에스터에게 감사할지, 원망을 표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아리 에스터 신작 [미드소마]를 본 약 8만 명의 국내 관객은 알 것이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이 작품이 무섭지 않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보는 이의 정신을 산산조각 낼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드소마]는 치(명적)유(해)물‘이라는 평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멘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니(플로렌스 퓨)와 일행이 하지 축제가 열리는 스웨덴의 한 마을에 도착한 다음날, 첫 의식인 ‘절벽'( Ättestupa )부터 관객의 ‘멘탈붕괴’가 시작된다. 72세가 된 두 노인은 오랜 전통에 따라 높은 절벽에서 몸을 내던진다. 한 명은 곧바로 ‘생명의 순환’의 일부분이 되지만, 단(비요른 안드레센)은 온몸이 으스러진 채 고통을 호소한다.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그의 고통에 공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갖가지 비명과 함께 몸을 있는 힘껏 비튼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기괴하고 끔찍한 장면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윽고 거대한 나무망치를 든 주민들이 단의 머리를 몇 차례 내려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뒤돌아선다. 당연한 것인 양 이를 바라보는 평온한 주민들의 표정을 뒤로한 채,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곤 화면을 채운 사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정신적 충격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충격이 조금 가신 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도대체 누가 저런 인체 모형을 만든 거지? 사실적이고 끔찍한 모형들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바로 이반 포하르록(Iván Pohárnok), 전설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딕 스미스([엑소시스트])의 제자다.
포하르록은 ‘시신 모형 전문가’들이 모인 Filmefex 스튜디오의 설립자다. 어감이 조금 이상하긴 하다. [더 테러], [에일리어니스트], [블레이드 러너 2049], [택시더미아]에 등장했던 사실감 넘치는 시신 모형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인체 모형을 제작하는 방식은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배우의 몸을 딴 틀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실리콘으로 사실적인 인체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일단 한 번 만들고 나면, 굳이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시간적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는데, 그럼에도 [미드소마]에 등장한 시신 모형이 대부분 나체여서 눈썹과 두발 등의 체모를 심는 작업에만 몇 주가 걸렸다.
[미드소마]에서 사망하는 캐릭터는 총 12명이다. 이들은 질식, 둔상, 소살(燒殺)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데, 죽음을 최대한 ‘끔찍하게’ 묘사하는 게 포하르록의 과제였다. 흔히 ‘피의 독수리’라 불리는 끔찍한 모습의 시신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지만, 앞서 이야기한 단의 죽음을 연출하는 데에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추락한 단의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깊게 판 구멍에 들어간 비요른 안드레센 앞으로 모형을 설치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이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나무망치로 단의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이었다. 영화에서 이를 상당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인데, 단 한 테이크로 촬영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서야 제작하는 데에만 6주가 걸리는 머리 모형을 몇 개씩이나 만들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그때 포하르록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자동으로 함몰도 되었다가, 나중에는 복원까지 가능한 머리 모형을 만든다면 어떨까?’였다. Filmefex 팀은 곧바로 모형 제작에 총력을 기울였다. 기압 실린더가 내장된 두상은 버튼 작동만으로 ‘파괴’와 ‘복원’을 오갔고, 가짜 피까지 뿜을 수도 있었다. 촬영한 테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버튼 한 번 누르고 모형에 묻은 피를 닦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본 모두의 뇌리에 며칠이고 박혀있던 충격적인 장면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하마터면 더한 것도 볼 뻔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장면이 영화에 포함될 뻔했다고 한다. “결말부에서 크리스티안이 불에 타는 동안, 그의 눈알이 폭발(!)하고 얼굴이 녹아내리는 장면도 있었다”라고 크리스티안 역의 잭 레이너가 밝힌 바 있다. 이를 본편에서 제외시킨 편집실과 아리 에스터에게 감사할지, 원망을 표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