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디 안녕? 샄방 죽순이이지만 샄덬노키 사연은 처음 써봐용. 너무 떨리네용 데헷
원덬이는 2018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친구들과 함께 홍콩 여행을 떠났어요.
친구들과 같이 가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기에 원덬이와 친구들은 두근두근대며 여행을 준비했고 원덬이는 엑셀로 날짜별 행선지 스케줄까지 짜면서 기대했는데......
여행 가기 며칠 전부터 갑자기 홍콩에 슈퍼태풍이 상륙할 거라는 뉴스가 뜨기 시작했어용....... 그것도 우리가 가는 바로 그 날짜에..... 띠로리........
홍콩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제주항공이었는데, 당시에는 망쿳 관련으로 괌, 사이판 결항 소식은 떠 있었지만 아직 홍콩 결항 소식은 없었어요
태풍의 이름은 망쿳...... 다들 네이버에 망쿳을 검색해봐요.... 다행히 14일 15일은 괜찮을 예정이었지만, 16일부터는 제대로 망쿳의 세력권 안에 들어간다고 했어요....
어쨌든 14일 15일은 정말 재밌었어용. 14일 새벽 5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체력을 갈아가며 하루종일 디즈니랜드를 돌아다녔고, 지하철도 타보고 일반버스와 2층버스도 타보며 침사추이나 센트럴, 레인크로포드 백화점, 소호, 빅토리아피크 등 유명한 곳들을 돌아다녔고 페리스휠이라는 대관람차도 탔고 맛집들도 여러 곳 갔어요. 15일 오후까지만 해도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태풍이 온다는 거야?!" 하며 현실을 부정해보려 했는데.....
15일 오후 9시쯤.... 빅토리아피크에서 야경을 실컷 보고 나서 이제 내려가려고 피크트램 줄을 설 때쯤.............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낮까지만 해도 더웠는데......... 고지대라서 부는 의례적인 산바람이라기에는.... 정말 태풍 바람이 슬슬 오고 있는 것 같은 센 바람이었어요....... 흑흑............
그 스산하고 불길한 기운..............
반신반의하면서 15일 밤에 숙소로 돌아와 자고 일어났더니............ 창밖에는 폭우가 무서운 소리로 창문을 두드리며 내리고 있었어요
원덬이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V에서는 온통 태풍 이야기만 나왔고, 여기저기 폭우가 쏟아지는 홍콩 지역들이 나왔어요
배고파서 셋이서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봤지만 문을 연 식당들이 없었어요..... 겨우겨우 어느 카페에 들어가 아침으로 요거트 시리얼과 샌드위치 같은 걸 사먹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볶음밥과 비상식량을 사왔어요..... 친구들은 샌들을 신고 갔는데 원덬이는 멋모르고 운동화 신고 나갔다가 운동화와 양말이 제 기능을 상실해 버렸답니다^^......
그래도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운영하지 않을까? 했지만 홍콩은 태풍이 불면 다 예외없이 문을 닫나 봐요.... 문을 연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오늘의 일정은 망했음을 깨달았는데, 문제는 숙소였어요. 태풍 때문에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고, 17일 새벽 2시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아무리 봐도 결항될 각이었는데 숙소는 17일 정오에 체크아웃 예정이었거든요.
원덬 일행은 돈을 아끼기 위해 호텔 대신 셩완 역 근처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에 묵었는데, 혹시 체크아웃 시간을 늦출 수 없을까 해서
'우리가 원래 오늘 체크아웃해야 하는 게 맞지만 태풍 때문에 공항 가는 지하철도 끊겼고 비행기도 결항될 것 같아요.. 혹시 체크아웃을 조금만 더 늦게 해도 될까요'라며 숙소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봤는데, 주인이 완전 천사여서 그냥 아예 하루 더 묵고 가도 된다고, 추가요금은 안 내도 된다고 우리를 구원해 줬어요 흑흑흑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주인님...
호텔이었으면 아마 얄짤없었겠지?
원래 16일에는 리츠칼튼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도 먹을 예정이었는데 이 비를 뚫고 갈 수 있을까? 하다가
오후 2시 넘어서는 그래도 비는 좀 그쳤고, 다른 호텔 식당들에 전화로 물어봐도 태풍 때문에 미리 예약된 손님들 아니면 안 받는다고 해서 원덬이 일행은 호텔로 향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지하철엔... 사람이 정말 한 명도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프터눈 티 때문에 지하철역 갔을 때 봤던..... 대충 허리케인 때문에 지하철 운행 제한한다는 안내문)
멍하니 체리를 보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되어서 원덬이 일행은 다시 식당으로 갔어요
식당도 우리 말고는 한 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어서 진짜 전세 낸 기분이었어요.....
메뉴판에 있는 중국어 메뉴를 해석하기가 어려워서 대충 사진 보고 맛있어 보이는 걸로 찍어서 주문했는데,
중국어를 못하는 우리의 주문을 최대한 열심히 알아들으려고 노력하며 계속 웃어주셨던 점원분 감사합니다.....
(대충 우리가 전세낸 것 같았던 식당짤)
(대충 태풍 때문에 텅 비어버린 홍콩 거리 사진...... 태풍 때문에 버스도 안 다님.... 사진 오른쪽에 있는 SKY CUISINE이라는 식당이 우릴 구원해 준 그 식당)
대망의 17일..... 원래 새벽 2시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16일 오전에는 오전 11시로, 오후에는 아예 기약없이 미뤄졌었는데, 다행히 자고 일어나 보니 오후 5시 출발 예정이라는 카톡이 와 있었어요..... 오전에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근할 예정이었던 원덬이의 친구는 하루 휴가를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막상 공항 가보니 비행기에 탑승하는 시간도 미뤄졌고 탑승하고 나서도 한 1시간 정도 연착돼서 실제로 이륙한 건 거의 오후 7시 다 되어서였어요 ㅠㅠㅠㅠ
17일부터는 공항 가는 지하철도 다시 정상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했어요. 하마터면 이렇게 홍콩에 갇히나 싶었는데 말이죠
전날 아침에 폭우를 뚫고 카페 갈 때 신고 나갔던 운동화는 하루 동안 화장실에서 말려 놨더니 그래도 신고 나갈 수는 있게끔 되어 있었어요
근데 친구가 씻고 나오면서 화장실 문을 닫고 나왔더니 뜬금없이 화장실 문이 안에서 잠겨버리고 열쇠도 찾을 수 없어서
홍콩 현지 열쇠공을 불러서 고치고 한국 돈 6만 원을 냈다는, 정말 마지막까지 대환장 개그쇼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안 열고 가버릴까 하기엔.... 원덬이의 하나뿐인 운동화가 여전히 화장실에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어요.......................ㅎ
그렇게 원덬이와 친구들의 슈퍼태풍과 함께 한 좌충우돌 홍콩 첫 여행기는 그렇게 끝이 났답니다
태풍만 없었다면 16일에도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을 텐데 정말 아쉬웠어용 ㅠㅠ
그래도 나름... 특별한 추억이라면 특별한 추억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 14일 15일에는 열심히 돌아다녀서 다행이었어용
홍콩 디즈니랜드는 규모가 작아서 별로라는 후기를 듣고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어서 매우 만족했어요
홍콩 야시장을 못 가보고 온 건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네요
길거리에 널려 있던 딤섬집 중 한 곳에 들어가 딤섬을 먹다가 고수가 들어간 걸 모르고 한 입 베어물었더니, 무슨 비누맛 같은 게 나서 바로 뱉어버렸던 건 비밀이에요
원덬이는 그때 고수를 처음 먹어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게 고수 맛이야???? 하고 깜짝 놀랐지 뭐예요
입 안에 퍼지던 비누맛에 깜짝 놀라서 원덬이는 마리텔에서 고수를 씹었던 꾸라와 은비 혜원이의 표정이 되고 말았어요
원래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장문주접충이라서 미안해요 겸디 그리고 샄방덬들
샄덬노키 사연 이렇게 길게 써도 되나요? 안 된다면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우리 모두 여행 스케줄을 짤 때 슈퍼태풍 같은 돌발변수들도 미리 고려할 수 있는 예언자가 되어보도록 해요
원덬이의 신청곡은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OST였던 하타 모토히로의 <Rain>이예요
신청하는 이유는 그냥 제목이 Rain이라서 태풍 생각이 나서예요....... 물론 노래도 좋아용
아이즈원 화이팅 사쿠라 화이팅 피에스타 제발 컴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