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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7개월 전이다. 배우 이정재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 사이에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됐고, 시즌 3는 방영을 앞두고 있다.
그가 쓰던 시나리오도 탈고했다. 7개월 전에 미처 못 물어본 질문들을 꺼냈다.
성기훈과 시나리오, 그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에 대하여.
이번에도 구찌와 함께 촬영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화보 작업을 했는데, 이번 촬영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에디터와 포토그래퍼를 비롯해 여러 스태프의 호흡이 잘 맞아서 수월하게 끝난 느낌이에요. 색감이 좋았어요. 일반적이지 않게 조명을 설계한 게 보였어요. 조명을 비롯해 전체 색감을 많이 고민해서 준비했다고 느꼈죠.
배우 이정재 하면 수트 혹은 수트에 준하는 깔끔한 스타일이 떠오릅니다. 과감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선을 지키면서 스타일이 좋은 느낌이에요.
그런 밸런스를 잡으려고 항상 신경 써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상의해서 만들어가죠. 이번에는 이런 콘셉트로 입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기도 하고요. 있는 것 중에서 최선을 다해 뽑는 거죠.
그러고 보면 집에서도 홈웨어를 갖춰 입을 듯합니다.
상상의 정반대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웃음) 밖에선 긴장하고 다니니까 집에서는 편하게 있고 싶죠.
7개월 전에 만나고 다시 만났어요. 그 사이 인상적인 일은 아무래도?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공개한 일이죠. 그와 관련한 대외 활동이 많았어요. 시즌 1 때와 비교해서 행사 자체가 컸죠. 전 세계 도시별로 프로모션을 했으니까요. 시즌 1 때는 이렇게 흥행할 줄 몰라서 프로모션을 안 했어요.
거대한 프로모션을 경험하며 보람과 부담, 어느 쪽이 더 컸나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다가왔어요. 반응이 좋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걸 보니 보람도 느꼈죠.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통해 긴 시간 성기훈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얘기해왔어요. 이렇게 오래 한 캐릭터에 집중한 경우는 흔치 않잖아요. 성기훈이란 배역이 남다르게 다가오나요?
이 일을 오래 해왔고, 많은 캐릭터를 맡아왔어요. 그중에는 호응이 좋았던 캐릭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캐릭터도 있죠. 성기훈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덤덤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워낙 성공한 작품이고 캐릭터지만, 성공에만 빠져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당연히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촬영하고 관객분들과 소통한 역할이다 보니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캐릭터로 남는구나 하는 기쁨도 있죠.
배역을 오랫동안 곁에 두면서 연기하면 처음에는 미처 모르던 배역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반영하기도 하나요?
대본을 많이 읽고 준비하지만, 촬영장에서 다른 배우분들과 호흡하고 깨닫는 것까지 다 예견할 순 없어요. 그 부분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죠. 이 작품이 이런 거구나. 혹은 내가 생각한 주제와 좀 다른 결이 있구나. 그러면서 성기훈도 다른 결 안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겠구나. 이렇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죠.
그런 변화에 잘 대처하는 편인가요?
상황에 따라서 다르죠. 어떨 때는 자기가 생각한 것을 지켜야 하고, 또 어떨 때는 빨리 버려야 하기도 하죠. 연기란 함께하는 상대방이 어떤 호흡, 어떤 감정으로 연기할지 모르니까요. 예측하지 못하는 움직임이 있으니 상황을 봐야죠.
연기하다 보면 배역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힘들다거나 새로운 걸 알게 되기도 하죠. 성기훈은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큰 영향은 아니지만, 조금씩 저도 모르게 영향이 쌓인다고 생각해요. 특히 <오징어 게임> 은 주제도 굉장히 강렬하고 현실 사회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예리하게 도려내듯이 다시 보게끔 하는 작품이기에 깊게 사고하게 되죠.
아무래도 극단적인 상황이기에 느끼는 게 많죠.
극단적인 삶보다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짧게 설명하기가 조금 그렇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자기만 살아야겠다는 사람들과 그 상황에서도 타인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면서 함께 이겨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죠. 그게 <오징어 게임>의 주된 내용이잖아요. 타인이라고 했을 때 너와 나로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는 점도 내포돼 있죠. 수많은 타인이 하나의 타인이 아닌 개별적인 타인이기에 각각 이해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 A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감정이 다르고, B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또 감정이 다르죠.
확실히 인간 군상을 조명하는 드라마에 참여하면 삶의 지혜 같은 게 쌓이겠네요.
우리가 살면서 이러면 안 되지 하는, 너무나도 단순한 진리 같은 거죠. 분명히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들이고 소중한 약속인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살고 있었다는 걸 다시 느끼죠.
특별한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니, 그동안 연기한 수많은 역할을 돌아봐도 좋겠네요. 매력적인 역할을 꼽아볼까요?
성공한 캐릭터도 그렇지 못한 캐릭터도 있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나름대로 다 매력 있고 소중해요. 그래서 뭔가 하나를 뽑기가 어려워요. 제일 어려운 질문 중 하나죠. 뭐가 제일 애착이 가냐, 뭐가 당신과 제일 닮았느냐 하는 질문들요. 그럼 답은 없는 거냐고 하시면 저는 데뷔작을 얘기해요. <젊은 남자>가 저를 지금까지 있게 해줬고, 연기 초년생 때라서 배창호 감독님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연기도 영화도 배웠죠. 영화인으로서 어떤 자세나 덕목이 필요한지도 많이 배웠고요. 그래서 이런 질문에는 <젊은 남자>가 가장 기억에 남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얘기해요.
7개월 전에 만났을 때 대외적인 활동 외에는 시나리오 작업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물어보려던 건데, 시나리오 작업할 때 자신만의 루틴이 있나요? 꼭 차를 마신다거나, 따로 틀어놓는 음악이 있다거나.
루틴은 없어요. <헌트> 때도 계속 촬영하면서 틈틈이 쓰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 장소, 아무 상황에서나 그냥 써요. 주변에 누가 있든 시끄럽든 30분이고 1시간이고 시간 나면 써야지 다음 신, 다음 시퀀스로 나아가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좋은 습관을 들인 거죠.
지금 작업하는 시나리오의 진척 상황은 어떤가요?
일단 다 썼어요. 이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려고 준비하죠. 이제 누구한테 보여줄 만한 정도니 계속 고쳐야죠.
또 하나를 완성했다는 쾌감이 크겠네요.
사실 처음부터 시나리오까지 쓸 생각은 없었어요. <에콜라이트> 찍으러 런던에 있을 때 연출해달라고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저하고 안 맞았어요. 다른 곳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거절했는데, 조금씩 자료를 보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생기고 구성을 많이 바꾸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제에 맞는 주요 캐릭터들이 떠오르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죠. 7~8개월 전에 시작했어요.
<헌트> 이후에 꾸준히 연출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네요.
솔직히 기획만 하고 싶었어요. 기획안과 스토리 트리트먼트만 썼죠. 많으면 50페이지 정도 분량을 썼어요. 이걸 기본으로 작가분이 써주시길 바랐죠.
효율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네요.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니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나요?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는 큰 회사는 아니에요. 회사라기보다 그냥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집단 정도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회사도 만들어지면 시나리오처럼 나름 생명력이 있어요. 제가 이 방향으로 가고 싶어도 회사가, 시나리오가 꼭 원하는 방향으로 안 가기도 하죠. 회사 스태프분들의 생각과 에너지로 가는 거죠. 내 마음대로 안 돼요. 연기도 내 마음대로 안 되죠.
연기도 그런가요?
출제자 생각이 다르고, 상대 연기자가 또 다르게 하면 제 생각과 달라져요. 그러면 또 상황에 맞춰 바꿔야 하죠. 연출도 그래요. 하고 싶은 대로 다 안 돼요. 세상이 그런 것 같아요. 상황과 흐름에 맞춰서 가야죠. 안 되는 거에 힘쓰면 뭐 합니까.
그래도 지금까진 생각하는 방향대로 잘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경우야 생각보다 훨씬 잘되고 있죠. 이런 성공을 거둘지도, 이렇게 오래 연기할 줄도 몰랐죠. 지금이야 제가 조금씩 더하고 있으니 보는 사람은 쟤는 항상 잘되는 애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죠. 저도 한참 전에 이제 예전 같지 않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면서도 한 작품이라도 더 잘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한 해씩 보냈죠. 한 작품을 잘했기에 다음 해가 있는 거예요. 그건 제가 계획한 것도, 예측한 것도 아니에요. 그러길 바라지만 인생이 바람대로 되지 않잖아요.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어요. 무척 감사하죠.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지만, 어쨌든 잘해나가고 있으니까 감사하죠.
다음 작품이 <얄미운 사랑>이라는 로맨틱 코미디더라고요. 이런 장르, 오랜만이잖아요?
처음에 로맨틱 코미디라고 기사가 났는데, 대본을 10화까지 받아보니 로맨스보다 코미디예요.
지난번 인터뷰에서 그동안 잘 판단해왔다고 했어요.이번에는 편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선택했네요.
첫 에피소드부터 마지막까지 재미있고 발랄한 작품은 오랜만이에요. 이런 작품을 해볼까 하는 생각 반, 이제 이런 캐릭터를 해야 관객분들이 조금 다른 도전을 한다고 여길 거라는 생각 반으로 선택했죠. 촬영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 됐어요. 열심히 찍어야죠.
촬영했을 때 첫 느낌은 괜찮았나요?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단체 리딩은 당연히 하는 거고, 배우들이 그룹별로 모여서도 했죠. 첫 촬영 때는 서로 연습한 대로 하니까 수월했죠. 재밌게 잘 나왔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멋진 남자는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나요?
생각이 건강한 남자. 요즘에는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다 보이는 시대예요. SNS처럼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많잖아요. 이미지나 텍스트, 혹은 육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어떤 사람인지 다 보이죠. 감출 수 없어요. 그러니까 애초에 자기 생각이 건강해야 하죠.
인터뷰 링크
https://www.arena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0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