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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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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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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냥의 시간> 역시 비슷하다. 영화는 정교한 내러티브로 극을 밀고 나간다기보다 시대의 불안한 상황과 인물의 위태로운 심리를 동력 삼아 극적 긴장을 유지한다. <사냥의 시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은, 말하자면 인과율 제로의 디제시스(diegesis : 영화 속 허구의 세계)에 갇혀있다. 애초에 갇혀있는 것을 왜 갇혀있냐고 묻는 것은 때에 따라 공허하다. 즉 이 영화를 바라보는 가장 합당한 시선은 내러티브의 인과율이 아니라 어두운 시대와 벼랑 끝에 내몰린 인간들이 발산하는 이미지의 활력과 생기에 초점이 모여야 한다.

낡은 구분법이긴 하지만 굳이 영화 스타일로 분류하자면 <사냥의 시간>은 표현주의 영화에 가깝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내러티브와 그것을 이루는 소재들은 이미지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성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고도로 조작되고 양식화된다. 이에 따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터무니없는 인물과 사건들의 무질서한 연쇄는 <사냥의 시간>이 갖고 있는 고유한 영화적 리듬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냥의 시간>의 가장 압도적인 소구(訴求)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준석(이제훈)과 한(박해수)의 첫 대면 장면과 그 뒤로 이어지는 지하 주차장, 병원, 폐공장에서의 이미지들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하 주차장 장면에서 감독은 쫓기는 자(준석)와 쫓는 자(한)의 ‘진짜 대결’을 한 차례 유예하면서 극적 긴장을 증폭하는데,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강렬한 콘트라스트(contrast : 명암 대비)로 발현하는 순간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됐다는 점이다. 이미지의 힘이 뛰어난 영화일수록 극장에서의 체험이 중요한데, 넷플릭스 상영으로 영화의 본연적 재미가 크게 반감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의 시간>은 장르적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이며 윤성현이 보여준 일련의 영화적 시도들은 천편일률적인 기획·상업 영화가 판치는 충무로에 유의미한 파장을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사냥의 시간>은 단연 올해의 화제작이다.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8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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