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랑은 어릴 때 실종된 후 12년 만에 과거를 잃은 채 집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가장 가까웠던 이복누이 ‘재이’(조보아)는 그를 가짜라고 의심하는 상황인데,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처음 대본을 8~9화 정도까지 받았는데, 홍랑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고문당하고 등에 문신이 새겨져서 인간 부적이 되는 등, 이 아이의 감정과 그 아픔을 한 10% 밖에 이해 못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험한 적이 없는 환경이다 보니까 홍랑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대본을 보면서 내가 가장 아팠던 경험이나 속상했던 감정을 계속 되뇌어 구축해 나갔었다. 나머지 90%는 현장의 주는 무게감 덕분에 채울 수 있었다. 공간이 정말 짓눌릴 정도로 무거웠었다. 스스로 현장 공기의 흐름을 입고자 했다.

원작을 읽었는지. 원작의 방대한 서사와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이 선물로 주셔서 원작을 읽었다. 원작은 묘사가 디테일하고 잔인한 반면, 드라마는 시청자가 한결 보기 수월하게 풀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님께 가장 많이 물어본 부분이 드라마의 결말이 원작대로 끝나는지 여부였다. 그랬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하시더라. 11부 안에 원작의 모든 관계와 감정을 담는 건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알차게 담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탄금>의 메시지는 운명을 거슬릴 수밖에 없는 사랑이 아닌가 한다. 이런 부분은 원작에서 많이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홍랑은 미스터리하고 감정의 스펙트럼도 넓은 인물이다. 그의 어떤 면에 집중했는지.
날카로움이다. 대사가 많지 않아서, 적은 대사로 상대들을 설득하려면 절제된 말과 보이스가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홍랑의 시선 끝에는 항상 재이가 걸리도록 했다.
액션 칭찬이 많다. 정말 유려하더라. 어느 정도 직접 소화한 건가.
90% 이상은 직접 몸으로 뛰어서 촬영했다. 산에서 찍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 (웃음) 부담감이 들 정도로 스탭들이 고생해서, 덕분에 더욱더 집중했던 것 같다. 이번 액션의 컨셉은 스타일리쉬라고 생각했고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었다. 촬영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적어도 주에 한 번은 가서 계속 트레이닝 받았다. 액션에 욕심이 있고, 액션에 대해 칭찬을 받는 건 너무 보람찬 일이다.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칼 액션뿐만 아니라 맨몸 액션도 하고 싶고, <탄금>을 하면서 여러 액션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커진 것 같다. 이건 여담인데 감독님이 찍다가 ‘재욱아!’ 하고 부르면 셋이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나, 김재욱 선배, 또 무술감독님 이름도 재욱이라서. (웃음)
상의 탈의도 여러 차례 하는데 감량했다고. 체지방이 5%대까지 내려갔다고 하던데.
등에 문신이 있는 설정이라 촬영 전부터 준비한 부분이 있다. 노출에 대한 부담감은 모든 배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만큼 그 노력이 잘 안 담겼을 수도 있지만… (웃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방법인 덜 먹고 시간이 없어도 꾸준히 운동하고 그러다보니까 체지방이 5~6%까지 떨어졌더라. 다행이 힘들고 고단한 느낌을 감독님이 잘 잡아 주신 것 같다. 후반부에 액션씬이 몰려있는데, 식사 후 촬영하면 스스로 불편해서 안 먹고 하다 보니까 저절로 빠진 부분도 있다.
피폐물은 처음 아닌가. 소화한 소감은.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다 보니까 몸이 고단한 부분은 있더라. 촬영 중간 쉴 때는 거의 넋이 나갔던 듯. (웃음) 그런데 다 하고 나니 보람찬 부분은 있다. 당시는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재미있는 거지. 내게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를 떠나 스스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기적인 성장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부닥쳐 보고 싶은 그러니까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재욱 선배, 보아 누나와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실제는 홍랑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밝고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댕댕이 같은 면이 있다. (웃음)
부정적인 감정으로 있다 보면 저절로 웃음기가 사라지게 되지만, 캐릭터에서 잘 빠져나오는 편이다. 작품과 현실의 구분도 확실하게 하는 편이다. 이재욱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밝은 사람’이라 하겠다. (웃음) 그러니까 홍랑은 내 정서와는 다른 캐릭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20대 배우의 대표주자인데, 2018년 데뷔하여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지금의 성공을 이끈 요인은 무얼까.
운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운 때문이 맞는 것 같다. 전공이 연극영화과라 주변에 연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고 또 비주얼적으로 훌륭한 친구들도 너무 많다. 안길호 감독님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처음 캐스팅되었는데 그날 감독님이 기분 좋은 상태였을지도. (웃음) 나는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 거지. 연기를 시작한 초반의 꿈을 다 이룬 것 같다. 주역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여러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 홍랑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비극적인 캐릭터인데 그의 얽히고설킨 감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이런 아쉬움이 다음 작품에서는 보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 이재욱의 강점은.
음, 나는 날 것의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료를 취합해서 구체화하기보다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것을 선호해서 갑자기 대사가 튈 때도 있고, 몸이 움직이는 대로 하는 내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감독님들이 입체적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이런 면이 강점 인듯. 대사는 툭 치면 튀어나올 정도로 철저히 준비해 가지만, 공간이나 의상이 주는 무게에 많이 기대는 편이다. 숲의 나무가 되고 싶다고 할까. 현장의 부담감을 즐기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평소 쉴 때도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지.
너무 많이 한다. 히트 친 다른 작품에 대한 질투도 있다. (웃음) 혼자 하는 질투지만… 얼마 전에 <약한영웅>을 보고 나라면 어떻게 연기했을까 스스로 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왜 나에게 (이 배역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이재욱이 있다.
연기자극을 받으면 어떻게 하나.
말했듯이 너무 멋있는 대사가 있으면 혼자 따라 해본다. 나였다면 저 숲의 어떤 나무가 되었을지 생각해 본다. 상대방의 연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 번 자극을 받는 거지.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작품을 작품 자체로 보지 못하는 면도 있다. 항상 저 작품의 저 캐릭터였다면 하는 가정이 탑재되어 있어서 그렇다. 직업병 같기도. 잔인한 장면을 봐도 막 잔인하다는 생각보다는 디테일하게 잘 표현했네 하면서 본다. (웃음)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또 군대를 염두에 두고 많은 작품 활동을 하는 건가.
<탄금>과는 간극이 큰 캐릭터다. 재미있게 찍었고, 재미있는 작품이니 많이 관심 주시면 감사하겠다. 군대 이슈도 있지만 쉬는 걸 잘 못한다. 다른 작품들을 보면 질투가 나서 빨리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군 복무 기간에도 작품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달리고 있는 부분도 있다. 시기적으로 얼마 남지 않아서… 그래서 스케줄만 맞는다면 특별출연 등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참여 자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전문 https://m.movist.com/people/view.php?c=atc000000011863&l=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