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린은 유명한 악마이고 누구 꼬드겨서 먹으려다가 걸린 상황입니다 ^^
(전략)
못은 흙바닥에 꽂히자마자 짙은 남색 선을 그리며 삼각형의 결계를 이뤘다.
속박당한 이블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잘 꾸며낸 미소 대신, 날카로운 이빨을 한껏 드러낸 섬뜩한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생각 좀 해 봐, 코빈. 한심한 늙은이일 뿐이야. 없어져도 아쉬울 사람 하나 없는 무의미한 인생이라고."
로크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그건 네 생각이지."
악마가 허공을 움켜쥘 듯 긴 손톱을 휘둘렀다. "괜찮은 먹이를 맛본 지가 너무 오래됐어. 이 남자의 고통은... 정말 엄청난 진미라고." 말하면서도 허기가 지는지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녀석만은 먹게 해 줘."
"내가 브룩할로우는 출입 금지라고 안 했던가?"
이블린이 결계의 마력에 저항하며 촉수를 들어 올렸다.
"어쩔 수 없었어. 여사냥꾼 하나가 따라붙었거든."
로크가 멈칫했다. "여사냥꾼?"
이블린의 입가에 미소가 비쳤다. "아는 여자인가 보네?"
로크는 안경 뒤로 눈동자를 감춘 채 그 시선을 마주했다. 보라색 렌즈에 굴절된 달빛이 번뜩였다. "어떻게 생겼지?"
이블린이 손톱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딴청을 피웠다. "아, 기억이 잘 안 나네." 목소리까지 순진한 척이었다. "너무 컴컴하기도 했고... 무서워서..."
로크는 잠시 고민하며 손에 든 은제 말뚝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도로 외투에 꽂고서는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인상착의랑 행방을 말하면 풀어 주지. 이 동네에만 얼씬 안 하면 나도 널 내버려두겠어. 여태 그랬던 것처럼."
그 말과 함께 발밑의 결계 이상으로 강렬한, 온몸을 마비시킬 듯한 눈빛이 번뜩였다. 마주하고 있자니 싸울 생각이 싹 달아나는, 그런 눈빛. 이블린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얼굴을 새롭게 바꿨다.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을 한 여자였다.
악마의 눈을 한 샤우나 베인. 로크는 마음을 추슬렀다.
이블린은 베인의 모습으로 태고의 숲 끝자락을 가리키더니, 눈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가르랑댔다.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자기. 나처럼 참을성 있는 악마는 흔치 않으니까. 그리고 그 사냥꾼은, 으음..." 입술을 깨물며 덧붙이는 한마디. "그 달콤한 고통을 혼자 맛볼 동족한테 질투가 날 정도거든."
로크가 대못 하나를 걷어차 결계를 부쉈다. 그러면서 눈썹을 치켜세우는 것이 덤빌 테면 덤벼 보라는 태도였다.
악마는 퇴마사를 잠시 쳐다보더니, 대담하게도 얼굴이 맞닿을 듯한 거리까지 얼굴을 내밀었다.
"재미없기는."
이블린은 짤막한 속삭임을 남기고서는 어둠의 장막 너머로 사라졌다.
(후략)
텐션 오졌죠? ^^ 같이 맛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