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는 단순히 우승을 많이 한 선수가 아니다. 그는 10년 이상 최정상에서 경쟁했고, 한 종목의 신뢰도를 한 개인이 떠받친 희귀한 사례다. 그의 커리어는 “게임도 세계 최고가 되면 국가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화려한 훈장이 곧장 산업의 성숙으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선수 보호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고, 짧은 커리어 이후의 삶은 개인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 제도와 지원은 스타 선수의 헌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페이커급’이 아니면 존중받기 어려운 구조 또한 여전하다. 이 훈장은 도착이 아니라 질문이다. 이 인정을 산업과 제도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는 이제 게임계가 답해야 할 과제다.
마지막으로, 이상혁에게 개인적인 축하를 전하고 싶다. 2013년, LA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에서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팀 이름을 외치던 열일곱 살의 앳된 얼굴은 이제 한국 e스포츠와 게임을 대변하는 공훈자의 얼굴이 되었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선수로 남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경쟁하며 그 상징을 현재형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훈장은 과거에 대한 헌사가 아니라, 그가 걸어온 시간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태도에 대한 인정일 것이다. 이상혁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이 긴 시간에, 그리고 그 시간을 끝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까지 끌어올린 데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장하다 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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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데 글 진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