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는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대신 실패할지언정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경기를 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짊어지고 “내가 책임질게”를 외치며 뛰어드는 용기. 심지어 그것이 도전자의 패기가 아닌 정상에 오른 이의 선택이라면 그 무게는 감히 짐작조차 어렵다. 페이커가 LoL 역사상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을 수 있는 건 현재를, 순간을 불태우는 그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에 온몸을 던져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이 전설에는 어제의 영광 대신 ‘오늘’의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유일무이’란 칭호는 업적의 높이를 말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반복되지 않는 시간의 축적, ‘지금 이 순간’의 무한한 연장이야말로 우리를 누구와도 닮지 않은 무언가로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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