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ㅂ 진짜 이래서 예술충은 안됨ㅋㅋㅋ
그러던 중 어떤 예술가가 사원을 찾아왔다. 바로 카다 진이었다.
금빛으로 찬연하게 빛나는 여름이었다. 흐웨이는 진과 동행하며 코이엔섬을 두루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자주 창의적 관점을 교류했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했다. 진의 재능을 알아본 흐웨이 역시 진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진은 떠나기 전날 밤, 흐웨이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진은 이미 흐웨이가 타인들에게 내보이는 모습이 꾸며낸 허울임을 간파해냈던 것이다. 진은 흐웨이의 본모습을 보기 원했다. 흐웨이는 한사코 부정했지만, 눈빛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무의미한 작품을 만들며 허송세월하지 않았던가. 흐웨이의 창의력은 카타르시스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흐웨이는 붓을 들었다.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실력이 붓에 녹아들었다. 찬란하고 무한한 흐웨이의 정신에 물든 밤은 마치 생명을 얻은 듯이 춤췄다. 조화롭고 생생한 감정이 쏟아져 들어왔다. 흐웨이는 두 팔을 벌린 채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였다. 금단의 환영을 타인과 나누는 경험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그리고 흐웨이의 작품에 담긴 힘, 바로 유대와 영감, 자유분방한 창의성까지 돋보이게 했다.
진은 이 모든 광경을 두 눈에 담았다. 곧이어 그는 알기 어려운 눈빛과 어조로 작별을 고했다. 내일 '연꽃의 개화를 감상하러 떠난다'는 말과 함께.
이튿날 동이 텄을 때, 비극이 흐웨이와 동료 화가들에게 연이어 찾아왔다.
첫 번째 비극은 역사적인 그림 4점이 파괴된 것이었다.
두 번째 비극은 가지런히 나열된 4구의 시신이었다. 흐웨이가 어린 시절 목숨을 앗아갈 뻔한 스승들이었다.
세 번째 비극은 사원 최하층 4곳에서 시작된 맹렬한 불길이었다.
불길 속에서 흐웨이는 형형색색의 빛깔로 물든 세상을 떠올렸다. 흐웨이의 내면에 담긴 세계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리도록 섬뜩했다. 또한 아름다웠으며, 가히... 예술적이었다. 파멸. 황폐. 고통. 흐웨이는 자신의 힘에 담긴 음험한 잠재력을 인지했고, 어렸을 때 느꼈던 공포와 미혹을 다시금 느꼈다.
사원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했고, 폐허 속에서 흐웨이만이 홀로 살아남았다.
흐웨이는 피로와 죄책감에 찌든 채 깊은 비탄에 잠겼다. 그 와중에도 상상력은 폭주하고 있었고, 참사가 일어나던 모든 순간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