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들으면 그게 친한 거라고 했는데 재하 생각은 달랐다.
친하면 원래 연락도 자주 하고 생일도 알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재하는 선우 생일도 몰랐다. 선우도 자기 생일 모를 게 분명했다.
“문 열어.”
그래서 새벽 두 시에 전화해서 이딴 소리 하는 것도 친구라서 그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재하는 자다가 깨서 한동안 천장만 봤다.
“뭔 문.”
“너네 집 문.”
“왜.”
“추워.”
끊었다.
다시 전화가 왔다. 또 끊었다. 세 번째에는 안 받았더니 이번에는 현관문을 두드렸다. 옆집 깨면 자기가 사과해야 될 것 같아서 결국 일어나 문을 열었다.
강선우는 진짜 문 앞에 있었다. 후드 하나 입고 슬리퍼 끌고 와서는 재하를 보자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
“너 미쳤냐?”
“응.”
“술 먹었어?”
“아니.”
“근데 왜 왔는데.”
선우가 대답을 안 했다. 익숙하게 냉장고 열어서 물부터 꺼내 마셨다. 재하는 그 꼴을 보다가 그냥 포기하고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쟤가 저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
잠깐 뒤에 방문이 열렸다.
“야.”
“왜.”
“나도 자게 비켜.”
“바닥에서 자.”
“추워.”
“아까부터 뭔 추워 타령이야.”
그래도 재하는 벽 쪽으로 붙었다.
선우는 기다렸다는 듯 옆에 누웠다.
둘이 싱글 침대 하나에 누우니까 당연히 좁았다. 어깨가 닿고 무릎도 몇 번 부딪혔다. 재하는 짜증 나서 등을 돌렸다.
그러고 한 십 분쯤 지났을 때 선우가 불쑥 물었다.
“너 아까 누구랑 있었어?”
“언제.”
“저녁.”
“과 애들이랑.”
“여자도 있었잖아.”
재하는 눈도 안 뜨고 대답했다.
“있었겠지.”
“걔가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런가.”
그 뒤로 조용해졌다.
재하는 거의 잠들기 직전이었다.
등 뒤에서 선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싫은데.”
재하는 그 말을 제대로 못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강선우가 먼저 사라져 있었고, 베개가 하나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냥 자다가 떨어뜨렸나 보다 했다.
윤재하는 원래 그런 쪽으로 눈치가 더럽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