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1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을 넘어서 1540원에 육박하고 있다. 원화는 다른 통화 대비로도 유독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2시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20.0원 오른 1535.7원이다.
오후 1시49분께 1536.5원까지 뛰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17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오후 들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더 뚜렷해진 모양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원 가까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박항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달러화 지수 상승폭은 지난 30일 기준 2.2%에 불과하지만 원화 가치는 약 5% 이상 큰 폭으로 하락 중"이라며 "더욱이 원/달러 환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달러/엔 환율은 160엔선에서 상승세가 일단 제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원/달러 환율의 급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독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그 동안 지적되었던 달러 수급 불안 이외에 유가발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 흐름이 원/달러 환율에 부정적"이라며 "이번 4월에는 기업들의 배당 정책 강화로 외국인들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 수급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악화 우려도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최근 OECD는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고유가 충격에 상대적으로 한국 경제가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란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상당기간 원유 등 에너지 및 관련 제품의 공급망 차질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은 한국 경제 혹은 한국 금융시장의 전쟁 이후 강한 반등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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