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누구든 도와주러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날 밤 국회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나서기만 하면 되는 거였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꼭 찾아달라”고 했던 시민의 정체가 밝혀졌다. 직장인 김동현(33)씨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당시 국회 인근을 지나던 군용차량을 홀로 막아섰다. 김씨가 차량의 앞부분을 짚고 운행을 저지하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곧바로 합세해 차량을 막아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이 장면을 포착해 영상을 올린 뒤 온라인에서 널리 공유됐고 이 대표까지 김씨를 찾아 나섰다.
김씨는 영상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밝히는 데까지 고민이 많았다. 김씨는 지난 2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인 데다 자신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까 봐 우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관심을 받은 김에 그날 국회를 지켰던 모든 분을 대신해 말할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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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는 4일 0시30분께 강서구 화곡동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여느 날처럼 퇴근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역에서 켠 휴대전화 화면에 ‘계엄’이라는 두 글자가 떴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계엄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고 한동안은 현실감이 없었어요.”
필시 국회에서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가 두꺼운 옷부터 챙겼다. 그리고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1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사료와 물을 준비해 뒀다. 가까운 친구 몇 명에게는 예약 문자를 보내놓기도 했다.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고양이를 챙겨줄 수 있도록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
‘내란의 밤’은 지났지만 김씨의 일상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회사나 집에 있으면 불안해서 첫 일주일 동안은 날마다 국회 담장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고 한다. 김씨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요 혐의자들이 체포될 때까지는 긴장이 최고 수준이었다. 2차 계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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