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12년 된 친구가 있어
예전에는 같은 아이돌 덕질도 했었는데 나는 손 놓은지 n년됐고 걔는 꾸준히 새 아이돌 찾아서 좋아하다가
n년 전에 중소돌 중에 한 아이돌한테 정착함
주변에 딱히 팬이라고 할 사람이 없어서 말할 곳도 없으니까
무슨 이슈나 앓이 할 거 생기면 나한테 이야기함
사실 벌써 나는 아이돌에서 손놓고 맘뜬지 오래돼서 엄청 기계적인 리액션만 하는데도 굳이 나한테 이야기해....
그 돌 데뷔한지 n년 동안 들어주는 것도 지쳐서 sns에서 친구를 만들어서 이야기해봐라
커뮤에다가 꾸준히 글 써봐라 별별 말 다 해봤는데
아무 반응이 없데....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매번 나 붙들고 이거 봐봐 저거 봐봐 하면서 나한테 들볶음
영통팬싸 미달 뜰까 봐 매번 내 것까지 응모해서 강제로 그 돌이랑 영통도 함... (실제로 미달도 뜸)
사실 할 말도 없어서 맨날 그 친구가 짜주는 데로 해....
매번 그거 따라 연기하는 것도 피곤함....
그나마 영통은 집에서 가능하니까 양반임... 오프 다닐 때는 늘 약속은 그 돌 오프 뜨면 만나는 게 돼버렸고
강제로 팬싸도 가고 행사도 가고.... 물론 같이 갈 때는 차로 집 앞에서 픽업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밥값에 커피에 전부 다 사주긴 하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당연히 친구는 늘 진심이고 오프도 다 다니고 서포트도 혼자 하고 하니까
멤버는 물론 회사에서도 얘를 다 알고 있음
맨날 징징대면서도 그 뽕에 다니는 건지 뭔지.... 솔직히 헷갈리기도 하고
사실 받아주는 게 좀 지쳐....
내가 좀 지친다고 관심이 안 생긴다고 진짜 진지하게 몇 번 말했거든?
그러면 좀 참다가도 결국 말할 사람이 없으니까 다시 돌아와....
불쌍하기도 한데 나도 이제 더 할 리액션도 없어
사실 이런 걸로 12년 동안 이어진 인연을 끊는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친구가 좋다고 하는 것 때문에 손절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혼란스럽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