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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ㅅ) 조인성이 영화 '호프'로 나홍진 감독과 처음 만났던 날 - 엘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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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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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elle.co.kr/article/1905308

 

 

방금 녹음기를 더 가까이 옮기는 걸 보고 실감했어요. 정호연 배우가 “조인성 배우는 굉장히 티 안나는 ‘고급 스킬’로 배려해 주는 섬세한 선배”라고 했던 것 말이죠.

그런가요(웃음). 오늘도 마찬가지지만, 영화 프로모션 기간이라 자주 만나고 있어요. 

 

 

처음 <호프> 포스터가 공개된 날을 잊지 못해요. 말을 탄 누군가에게 뒷덜미가 잡힌 채 끌려가는 남자의 잔상이 너무 강렬했거든요. 조인성과 <호프>의 시작점도 그토록 인상적이었나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날이 생각나요. 법륜 스님을 뵈러 경주로 향하는 KTX 안이었어요. 메일로 자료가 도착한 걸 확인했는데, 막상 스님을 뵈러 간 곳은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아 끝내 읽지 못했죠. 궁금했어요. 결국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첫 장을 펼쳤습니다. 그 기억이 강렬해요. ‘이걸 대체 어떻게 찍으시려는 걸까?’ 그런 궁금증으로 KTX에서 서울역까지, 아니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까지 읽어 내려갔어요. 저도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느낌이 왔나요? 재미있을 것 같다는 혹은 새로울 것 같다는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은 들었죠.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의 머릿속에 함축된 이미지는 제각각일 테니, 그저 짐작하는 거죠. <추격자>와 <황해> 혹은 <곡성> 등의 전작을 통해 감독이 어떤 그림을 그려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더 확장시키려는 건지. 그런 궁금증이 배우를 움직이게 만들어요. 그게 ‘시네마’니까요. 그리고 얼마 후, 감독님과 만났습니다.

 

첫 미팅이 몹시 궁금해져요. 나홍진과 조인성이 만나,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재미있게 봤다고 인사하고, 곧장 여쭤봤어요. 제가 무릎 수술을 받은 적 있는데 이 핸디캡이 괜찮을지 말이에요. 감독님의 머릿속에 그려진 장면들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 정보는 빨리 드려야죠. 거기에 투영되지 못할 배우라면 해가 될 뿐이니까요. 그런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셔서 저도 “네” 했습니다.

 

 

결국 조인성은 이 영화에서 역대급 액션을 수행합니다(웃음). 말을 타고 깊은 숲과 광활한 국도를 오가면서요

<호프>는 ‘생존’과 ‘생존력’에 관한 이야기고, 사이파이(Sci-fi)라는 장르죠. 여러 영화에서 시도됐지만 나홍진 감독님이 그려갈 이 장르에 대한 궁금증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그저 최선을 다했고, 그간 보지 못했던 걸 만들어내기 위해 모두 용기를 내고, 여한 없이 시도해 봤다는 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말과는 좀 더 친해졌나요? 기마는 이미 능숙하겠지만

말은 매번 새로운 말들이에요. 같은 말이라도 그 아이는 기계가 아니니까,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만나고 인사합니다. 저를 잘 부탁한다고요.


덥수룩한 수염을 한 호포항의 청년 ‘성기’는 돈 되는 일은 뭐든 하고, 강한 생존 의지를 지닌 인물로 소개돼요. 그 뒤편에서 무엇을 보았나요

방금 말한 표현 말고는 제가 그 캐릭터를 풍성하게 설명할 또 다른 방법은 없어요. 나름대로 충실히 감독님의 세계관에 잘 포섭될 수 있도록 그려 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지금의 모든 상상이 깔끔하게 정리될 겁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에너지를 모두 쏟아서 촬영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배우에게 ‘최대한 해봤다’는 감각은 어떤 건가요? 끝까지 해본 결과, 어떤 게 남던가요

물론 제 전작들을 끝까지 해보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타협하게 되는 어떤 부분들, 예컨대 현장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이나 날씨, 로케이션에 따라 유동적으로 촬영할 때가 있거든요. 그건 일종의 묘책일 수도 있고요. <호프>에서는 외부 요건에 맞서 반드시 획득해야 할 것들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몰아붙이며 얻어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이 포착되길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요.

 

‘획득’이라는 표현이 흥미로운데요. 삶에서 끝까지 획득해 내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까

‘끝까지’보다 뭐든 ‘꾸준히’ 해야 되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나홍진 감독이 가장 많이 한 디렉션이 있었나요.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지 마.” “꺾이면 안 돼요!”(웃음). 감독님처럼 분명한 분과 작업할 때는 편합니다. 확실한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거기에 도달하면 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돼요. ‘오케이’를 하면 ‘정말 오케이구나’ 하면 된달까요.

 

조인성이라는 배우도 그런 것 같아요. 안전을 위한 철저한 배려 속에서 촬영했으니 “해야지 어떡해”라며 웃는 사람,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다는 안정감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말까지 덧붙이는 배우죠

끝까지 연기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만들어지면 배우는 후회 없이 내달릴 수 있어요. 그런 공간이 주어졌는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건 배우의 책임이죠. 그러니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아세운 것 같아요.

 

<호프>는 황정민과 정호연까지, 결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 배우가 서로 부딪히고 밀어올리는 앙상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요

좋았죠. 모두 자기만의 결이 분명하잖아요. 특히 정민 형 정도의 경력과 존재감이라면 상대 배우의 호흡을 조금씩 다 맞춰 줄 수 있는 분이거든요. 그러면서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의 합집합을 만들어나갔어요. 이 ‘프로’들의 합이 안 맞을 이유는 없습니다(웃음). 다만 그 앙상블이 관객에게 어떤 감정으로 남을지는, 스크린 앞에서 완성될 거예요.

 

 

현장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일단 정호연 배우는 선배님들의 ‘지방 촬영 맛집 데이터’가 어마어마하다더군요

어마어마하죠. 합천에 맛있는 수제비와 칼국숫집이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할게요. 다 공유하면 못 갈 수도 있으니까요(웃음).


오늘 화보에서도 세 배우가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어요. 어떤 이야기인지 들리지 않아 궁금하더군요

호연이가 최근 ‘2026 F1 루이 비통 모나코 그랑프리’에 다녀왔대요. 저도 형도 F1을 좋아해서, 어땠냐고 물었어요. 그런 경기를 가까이서 볼 기회란 흔치 않으니까요. 특히 베테랑 선수 루이스 해밀턴을 만났냐고 물었더니, 못 만났대요. 제가 분명 사인 받아오라고 DM을 보냈는데 말이죠(웃음).


사인을 희망했군요(웃음). 그럼 작품 제목을 빌려 물을게요. 성기에게 희망은 무엇이었을까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생존일 테죠. 그래서 멈출 수 없는 사람입니다.

 

조인성이 해석한 ‘희망’은 무엇인가요

희망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가가지 않아요. 최선을 다한 자, 간절히 버틴 자 그리고 끝까지 노력한 자에게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호프>는 결국 ‘낯선 것’을 마주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늘 여유롭고 담담해 보이는 조인성도 두려울 때가 있나요

모든 두려움은 기본값 같아요. 자신의 일이 익숙해졌다고 아무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건 ‘도태’ 같거든요.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아도 오늘 주어진 일은 결국 새로운 일이에요. 연기는 오래했지만 매번 두려웠고, 단지 크게 드러내지 않았을 뿐. 그간의 경험으로 ‘중탕‘해서 현장에 놓여 있는 것뿐이에요.

 

늘 성공보다 ‘과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네요

과정은 길고, 결과는 짧아요. 객관적으로 작품 하나를 2년 가까이 찍는다 해도, 소위 ‘결과’란 짧게는 2주, 길어야 4주 안에 판단이 나잖아요. 참 모순적이죠. 그래서 어디에 행복의 기준을 둘지 생각해 보면 결국 과정일 수밖에 없어요. 내가 즐겁고 건강하게 오래 일하려면, 과정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유리해요. 저는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겁니다.


멜로 드라마 전성기부터 OTT 시대를 지나기까지, 매 순간 당대 흐름을 온몸으로 부딪혀온 배우입니다. 자신의 ‘현재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밀려오는 변화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현재’를 사는 것밖에 없죠. 늘 지금을 고민하고, 그 시간들이 쌓여 결국 커리어가 되고요. 필름에서 디지털로, TV에서 OTT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양쪽을 모두 경험했어요.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막을 수 없는데, 내 것만 지키겠다는 건 고집일 거예요. 고집스럽게 살기보다 현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 고민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대중이 허락해 줄 때까지죠. ‘은퇴’라는 건 제겐 좀 건방진 표현처럼 느껴져요(웃음). 하지 말라는 신호가 올 때까지는 제 템포대로 갈 겁니다.


<호프>와 함께한 지금 이 모든 ‘과정’들은 당신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요

이번에도 그저 사람들과 맛있게 밥 먹고, 치열하게 촬영했어요. 그곳에서, 당신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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