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대구 이적설? 강원 김건희 “어떤 대화도 나눈 적 없어”···“정경호 감독님 믿음에 반드시 보답할 것” [이근승의 믹스트존]
Q. 5월 17일 울산 HD전을 마치고 휴가가 있었다. 좀 쉬었나.
평소 같았으면 쉬었을 텐데 부상이 있어서 전반기 때 쉰 시간이 길었다. 휴가 때도 운동하면서 후반기를 준비했다. 정경호 감독께서도 부상 우려가 있으니까 몸 관리를 철저히 해주길 바라셨다. 후반기 땐 감독님과 동료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Q. 몸은 좀 어떤가.
체력적으론 문제없다. 다만 올 시즌 초 다쳤던 부위가 완벽히 회복되진 않았다. 약간 불안한 느낌은 있다. 조심스럽게 관리하고 있다.
Q. 어디를 다쳤던 건가.
1년에 한두 번씩 자잘한 부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엔 부상 없이 한 해를 보냈다. 한 시즌을 부상 없이 보내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튀르키예 동계 훈련에서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다가 문제가 생겼다. 왼쪽 근육이 뭉치는 듯했다. 이후 훈련량을 조절했는데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스프린트 중 햄스트링이 조금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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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경호 감독은 어떤 얘길 해줬나.
정경호 감독께 가장 죄송했다. 정경호 감독님이 계셔서 강원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감독님은 항상 나를 믿어주신다. 그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 정말 힘들었다. 죄책감이 들었다. 감독님도 사람이다. 감독님도 실망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후반기 땐 그라운드 위에서 감독님에게 보여줘야 한다.
Q. 월드컵으로 시즌 중반 휴식기가 긴 시즌이다. 반등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공격수다. 공격 포인트로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전반기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겨내야 한다. 보여줘야 한다. 올 시즌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안 좋았던 기억은 잊고 후반기 땐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Q. 김건희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대구 FC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도 소문으로 들었다. 대구란 팀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내가 연락한 적도,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 나와 정경호 감독님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소문을 낼 순 없었을 거다. 내가 전반기 때 선발로 못 뛰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선수는 이적시장을 앞두고 연락을 받을 때가 있다. 이적 의사를 물어보는 거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대구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정경호 감독님이 내게 그 얘길 하셨다.
Q. 정경호 감독이 ‘대구로 가는 거냐’고 물어본 건가.
정경호 감독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물어봤다. 앞서 말한 그대로 이야기했다. 이적 의사라도 물어봤다면 그 얘기라도 해드렸을 텐데 ‘아니’란 말 외 전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강원에서 잘해야 한다. 다른 것보다 정경호 감독님이 보내주신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Q.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
팀이 전술을 바꿔서 반등을 일궜다. 나는 (고)영준이나 (최)병찬이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영준이나 병찬이처럼 강도 높은 압박을 펼치는 건 어렵다.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팀이 원하는 역할을 100% 해내는 건 조금 힘들다고 본다. 팀 경기력과 성적이 좋아서 받아들였다. 내가 감독이어도 안 바꾼다.
Q. 김건희의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팀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몇 분을 뛰든 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하겠다. 우리 감독님은 정말 좋은 지도자다. 팬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축구가 이를 증명한다고 본다. 팀, 선수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후반기 때 팀이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강원에서 김건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과물 아닐까. 결과가 나와야 정경호 감독께서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지실 거다. 내가 팀 전술에 최대한 녹아들면서 내 장점까지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후반기엔 코리아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로 아시아클럽대항전까지 소화한다. 경기 수가 많다. 한두 번 안 됐다고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부딪히고 도전하겠다. 악착같이 다 쏟아내면 좋은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Q. 강원 유니폼을 입기 전 일본 축구를 경험했다. 2025-26시즌 ACLE에서 J1리그 팀들의 상승세가 대단했다. 직접 부딪혀 보면서 느낀 J1리그 팀들의 상승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201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축구라고 하면 ‘빌드업’을 떠올렸다. 짧고 빠른 패스, 점유율 중심이었다. 그런 일본 축구가 큰 과제에 직면했었다. 일본 팀을 상대하는 팀들이 볼 점유율을 포기하고 내려선 거다. 일본 축구계에서 ‘축구가 재미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여기서 해답을 제시한 지도자가 세 명 있었다.
Q. 어떤 지도자였나.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이끌었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현재 나고야 그램퍼스를 이끌고 있는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감독,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황금기를 이끌고 현재는 가시마 앤틀러스를 지휘하고 있는 오니키 토루 감독이다.
Q. 이 세 명의 지도자는 어떤 특징이 있었나.
강력한 전방 압박이다. 높은 위치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큰 성과를 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토루 감독 모두 J1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그때부터 일본 축구가 전방 압박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최근 J1리그에선 비셀 고베와 마치다 젤비아가 좋은 성적을 냈다. 이 팀들은 강한 전방 압박에 킥 앤 러시 전술을 구사했다. 앞에서부터 피지컬을 활용해 강하게 부딪혔던 거다.
Q. 고베와 마치다는 ACLE에서 K리그1 팀들을 상대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양한 루트로 알아보니 과거 전북 현대를 대단히 인상 깊게 본 것 같았다. 이동국 선배와 김신욱 선배가 전북에 있었을 때 말이다. 당시 전북을 보고, 피지컬이 좋은 선수를 지속적으로 키우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던 거다. 현대 축구의 트렌드는 기본적으로 따라가면서 강한 피지컬과 힘을 가미했다고 할까.
Q. 일본은 국가대표팀은 물론 J1리그 팀들도 좋은 축구를 편견 없이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데 능한 것 같다.
직접 경험해보고 느낀 부분이다. 좋은 건 정말 빠르게 받아들인다. 일본은 본래 기술이 좋았다. 지금은 어떤가. 체력과 힘 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우위를 점한다. 일본 축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자기들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조별리그에서 독일, 스페인을 잡아내지 않았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더해지니 발전 속도가 더 빠르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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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건희의 축구 인생에서 정경호 감독은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정경호 감독님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군 복무 시절이다. 감독님이 코치로 계셨을 때다. 그때 정경호 감독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압박과 빌드업 훈련을 할 때였다. 감독님의 설명이 하나하나 이해됐다. 지도자가 훈련장에서부터 선수를 이해시키면, 선수는 그 지도자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감독님은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이다. 강원에서 다시 만나서도 정말 많이 느낀다.
Q. 김건희의 강원 합류는 정경호 감독의 강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정 감독도 김건희에 대한 신뢰가 크다.
나는 앞서서도 말했지만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 잘할 수 있는 법을 찾고 싶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엔 지도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 정경호 감독님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그래서 더 소중하다. 나는 감독님과 미팅하는 시간도 정말 재밌다. 감독님은 아이디어가 끊이질 않는 분이다. 감독님의 아이디어와 내 생각을 비교하면서 새로운 답을 도출하기도 한다. 나뿐 아니라 강원의 모든 선수가 감독님을 향한 믿음은 아주 확고한 것 같다.
Q. 쉴 땐 국외 리그도 많이 챙겨보는 것으로 안다.
내 취미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축구를 본다. 축구를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찾고, 동기부여를 얻는다. 유럽 빅클럽의 경기는 웬만하면 빼놓지 않고 본다. 앞서 언급했던 페트로비치 감독님이 계신 나고야의 경기도 챙겨본다. 삿포로에 있을 때 페트로비치 감독님의 지도를 받았다. 내 축구 인생에서 정말 큰 영향을 끼친 감독님이다.
Q. 페트로비치 감독은 무엇이 달랐나.
정경호 감독님처럼 축구를 선수에게 진짜 잘 가르친다.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 축구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이해시킨다. 매일 축구를 배운다는 느낌을 받았고, 준비 과정에서부터 재밌다고 느꼈다. 페트로비치 감독님은 특별한 지도자다.
Q. K리그 타 구단 경기도 챙겨보나.
나의 친정인 수원 경기만 챙겨본다.
Q. 강원 생활엔 완전히 적응했을 것 같다.
정경호 감독님에게 배우는 시간이 즐겁다. 프로축구 선수에게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생활하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 맛집도 많고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나와 잘 맞는 팀이다.
Q. 후반기 목표는 무엇인가.
안 다쳐야 한다. 내가 무조건 선발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경기 수가 많다. 현대 축구에선 스트라이커가 90분을 온전히 다 소화하기도 어렵다. 몇 분을 뛰든 모든 걸 쏟아낼 거다. 최대한 많은 공격 포인트로 정경호 감독님을 웃게 해드리고 싶다.
Q. 강원이 2시즌 연속 ACLE에 나서려면 감바를 넘어야 한다. 감바는 지난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투(ACL2)에서 우승한 팀이다. 플레이오프가 강원 홈에서 단판 승부로 치러진다는 건 강원에 유리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우린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되는 경기다. 일본의 빌드업과 기술은 예전부터 강점이었다. 감바는 고베나 마치다와 달리 킥 앤 러시보단 일본의 기존 강점을 살리는 팀에 가깝다. 그런 일본 팀이 우리의 강도 높은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 건지 궁금하다. 우린 우리 축구에 대한 확신이 있다. 지금처럼 나아가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Q. 강원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항상 감사하다. 많은 팬이 매 경기 우리를 응원해 주신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강원에 와서 ‘정말 좋다’고 느끼는 게 있다. 선수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팬들과 마주할 수 있다는 거다. 수원에 있었을 땐 경기장 구조가 조금 달라서 팬들과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강원에 와선 팬들과 직접 소통도 하고 사인도 해드린다. 팬들께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게 정말 큰 힘이 된다. 전반기 때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렸다. 죄송하다. 후반기 땐 정말 좋은 모습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