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본을 읽고, 그런 황동만을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구교환은 “내 일기장이 유출된 기분이었다”는 강렬한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어 “다 읽었을 땐 우리 모두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것 같았다”며 누구나 숨기고 싶어 하는 내면의 민낯을 가감 없이 꺼내 보여주는 박해영 작가 특유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했다.
여기에 그는 황동만의 대사를 꺼내 보여줬다. “내가 그런 놈이야. 나한테 조그만 호의라도 보이면 간 쓸개 다 내줘. 나 싫어하는 놈들한테 내가 왜 잘해야 하는데? 나는 리트머스지 같은 남자야. 상대가 산성이면 나도 산성! 상대가 알카리면 나도 알카리!”다. “무의식 중에 제가 일상에서 즐겨 쓰는 단어가 인물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 신기하고 놀랐다”는 이유였다.
배우 본인의 실제 언어 습관까지 대본에 녹아든 소름 돋는 일치감은 구교환이 ‘황동만’이란 인물을 연기하는 수준을 넘어, 진짜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투명한 생동감을 전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 박해영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깊이가 구교환이라는 독보적인 필터와 일기장을 들킨 것 같다는 진심을 거쳐 영상 속에 어떻게 구현될지 벌써부터 설레게 한다.
빨리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