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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에스콰이어 인터뷰] part2. 고경표는 코미디 연기에 쏟아지는 찬사가 영광스러운 한편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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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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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정욕. 솔직한 표현이네요.
(웃음) 사실 제가 이런 게 잘 안 돼요. 좀 완곡한 표현, 오해를 사지 않을 좋은 말을 골라서 하는 거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 기준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그런 화법이 너무 당연해진 사회 분위기도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고요. 저는 좀 더 진정성 있게 삶을 대하고 싶다는 욕망이 크거든요.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요즘은 나름 절제하면서 얘기하는 편인데, 너무 그렇게 가다 보면 가끔 스스로 몸서리가 쳐져요. 집에 가서 잠들기 전에 문득 후회하기도 하고요.

 

Q. <비밀은 없어>라는 작품을 택한 데에 경표 씨의 그런 가치관도 영향을 끼쳤을까요? (드라마 <비밀은 없어>는 본심을 숨기며 사는 데에 익숙한 아나운서 송기백이 어느 날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냥 그 작품이 들어왔을 때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거죠. 이야기도 신선했고, 무엇보다 악역이 없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비밀은 없어>가 코미디 요소도 크지만 작중 인물들에 동화되면 되게 가슴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드라마거든요. 대본을 읽는데 작품이 예쁘더라고요. 역경을 이겨내고, 서로 의지하고, 소소한 위로를 건네고. 그런 게 시청자들에게도 가닿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작품의 메시지 측면은 저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히려 방영본을 모니터링하면서 느꼈죠. ‘맞아, 우리 드라마에 저런 메시지도 있지’ 하고. 담백하게 잘 얘기해주신 것 같더라고요.

 

Q. ‘잘할 수 있는 작품’.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특히 진심이 자꾸 튀어나오고 거기에 당황하는 초반부의 연기를 보면서 저는 ‘저런 연기를 고경표처럼 할 수 있는 배우가 또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영광스러운 말씀이네요. 저도 제가 통상적인 배우의 루트와는 좀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요. 에디터님처럼 그걸 저라는 배우의 특징적인 카테고리로 여겨주는 분들이 있다면 큰 영광이죠. 제 길을 인정받는 기분이고, 너무 기쁜 말씀이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두렵기도 하고.

 

Q. 두렵다고요?
그 이면에 있는 제 것들을 아직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비밀은 없어>의 초반부나 영화 <645>의 장면들이 밈으로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이제는 저라는 배우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확실히 인지가 되거든요. 물론 많은 분이 저를 호감으로 받아들여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고, 칭찬이 무관심이나 욕보다야 훨씬 좋은 일이죠. 하지만 제 안의 욕심이 두려움을 만드는 거예요. 더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많으니까.

 

Q. 그럼 배우로서 경표 씨가 지금 좀 더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걸까요?
저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설계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작품을 하나 찍으면 그걸 시청자가 보는 순서대로 찍지 못하잖아요. 촬영 회차를 계산해서 사건의 순서가 뒤섞인 상태로 촬영을 하죠. 그럼 배우에게는 연기의 방향성과 작품의 설계도가 필요한 거예요. 인물 간의 관계, 사건을 대하는 작품의 긴장, 인물의 심리 변화, 그런 것들이 다 미리 설계되어야 하는 거죠.

 

Q. 그러네요. 듣고 보니 <비밀은 없어>의 송기백은 초반과 후반의 무드가 굉장히 달라졌는데, 거기서 오는 위화감은 없었어요.
사실 4화까지는 작품 자체가 굉장히 코믹하죠. 송기백의 표현도 좀 과한 것들이 많고요. 하지만 그런 모습도 있는가 하면 반면에 온우주(강한나 분)라는 사람을 만난 뒤 둘의 관계 안에서 진지한 모습들도 필요했거든요. 그게 억지스럽지 않으려면 내러티브가 잘 쌓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 측면에서 설계를 굉장히 열심히 했고, 현장에서 정말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에디터님이 유심히,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네요. <비밀은 없어>가 사실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가 큰 작품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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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 <커넥트>에서 사이코패스 빌런을, <월수금화목토>에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물을 연기하기도 했죠. 그건 말씀하신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과는 좀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확장의 의미로 선택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뇨. 기본적으로는 같아요.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을 택한 거예요. 이게 어떤 표현으로 옮기느냐에 따라 다른 건데요. 정확히는 ‘이걸 하는 동안 내가 굉장히 즐겁겠구나’ 싶은 걸 우선적으로 본 거죠. 고통스럽거나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라도 이 작품을 촬영하는 과정 전체로 볼 때 나에게 즐거움을 줄 거라는 믿음이 생기면 하는 거예요. 사실 <커넥트>의 경우에는 그래서 좀 아픈 손가락처럼 된 부분이 있죠. 준비 기간이 굉장히 타이트했는데 제가 그냥 호기롭게 들어갔거든요. 미이케 다카시라는 거장 감독이 있고, 정해인 배우와 김혜준 배우가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존경과 선망만으로 좀 급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는 거예요. 그 작품이 또 코로나 기간에 만들어져서 대본 리딩 한 번 없이 바로 촬영하게 됐고, 대본의 각색과 번역 문제도 있고, 감독님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당연히 다른 작품보다 어렵고…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 삶이라는 관점에서 돌이켜봤을 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고, 촬영 내내 좋았어요. <월수금화목토>도 마찬가지고요.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언정 재미있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그간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니까요.

 

Q. 사실 저는 <헤어질 결심>이나 <차이나타운>의 고경표 배우를 제일 좋아해요. 코믹 연기도 아닌데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신이 나고, 언제 또 나올지 자꾸 기다리게 되고요. 그게 경표 씨의 연기나 에너지가 가진 어떤 측면 때문인지 스스로도 설명을 못 하겠어요.
그건 저도 신기해요. 말씀하신 부분에 첨언을 하자면, 사실 <차이나타운>에서는 제가 총 다섯 신밖에 안 나왔거든요. 그런데 그랬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있어요. 그것밖에 안 나왔었냐고요. 그래서 저도 어떤 부분인지 아직 명확히는 모르지만 그걸 좀 길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제가 사실 최근에 조그맣게 영화 제작사를 차렸거든요. 거기서 프로젝트성으로 준비 중인 영화에서 주연을 맡게 됐는데, 그 작품에서 그런 면을 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Q. 영화 제작사를 만든 줄은 몰랐어요. 인터뷰에 나가도 괜찮은 얘기인 건가요?
네. 오피셜하게 발표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숨길 이야기도 아니니까요. 별로 거창한 것도 아니거든요. 그냥 제 주변에 마음이 맞는 분들, 크게 흥행할 이야기인지는 확신할 수 없더라도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는 분들과 함께 ‘우리가 좋아할 영화를 만들어보자’ 하고 시작한 거죠. 물론 “아직 영화 한 편 내놓은 게 없는데 왜 제작사 한다고 떠들고 다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긴 한데요.

 

Q. 송기백도 아니고 누가 면전에서 그렇게 직설적인 비난을….
(웃음) 저도 그게 어떤 말인지는 알겠어요. 그런데 그냥 ‘뭐 어때’ 싶은 거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면서 좋은 작품 만들겠다는데, 좋은 일이잖아요. 다른 이유로 눈치 보고 싶지 않아요.

 

Q. 고경표는 참 순수한 사람인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순수하게 살고 싶어요. 바보처럼 살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아주 솔직하고 콤팩트하게 사는 거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가려우면 긁고, 배고프면 먹고, 운동이 하고 싶으면 운동하는 거예요. 제가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거기에 많은 미사어구를 붙이고 싶지 않아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에게도 그랬으면 좋겠고요. 제 앞에 있는 게 뭐든 늘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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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186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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