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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에스콰이어 인터뷰] Part1. 고경표가 말하는 '실제 고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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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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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와 ‘이따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그것을 얼마나 잘 해내고 싶어 하는 배우인지에 대해서. 혹은 얼마나 모든 순간 순수한 자기 자신이고 싶어 하는 인간인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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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아한 화이트 니트 셔츠 안에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 티셔츠를 입고 오셨네요.
(웃음) 저도 나와서 깨달은 건데 오늘 되게 희한하게 입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일부러 이상하게 막 섞어 입은 것 같고. 심지어 신발은 이렇게 뒷부분이 뚫려서 슬리퍼 형태인 가죽 구두예요. (다리를 들어서 신고 온 뮬을 보여주면서)

 

Q. 신발까지 보니까 ‘친구 집에서 자다가 해장하러 나온 사람’ 같은 코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하. 맞아요. 지금은 그래도 좀 가라앉았는데, 아까 봤을 때는 머리도 뒤쪽이 이렇게 눌려서 떠 있었거든요. 오늘 낮에 일정이 있어서 갔다가 촬영 오기 전에 잠깐 낮잠 자는 바람에. 어차피 옷도 머리도 촬영장에서 예쁘게 해주실 테니까 오늘은 그냥 대충 하고 나왔습니다.

 

Q. 보통은 화보 촬영이 끝난 후에 인터뷰를 하는데, 오늘은 스케줄 문제로 역순으로 하게 됐잖아요. 그런데 화보 촬영에 대한 긴장이나 걱정이 별로 없어 보여요.
오늘 화보의 시안을 보니까 의상보다는 그냥 저라는 인물을 중점적으로 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했는데, 사실 뭐 큰 생각은 안 했어요. ‘가서 재미있게 찍고 와야지’ 했죠. 요즘 살이 찐 상태라 좀 더 좋은 시기에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좀 있었고요.

 

Q. 인터넷에 떠도는 경표 씨의 체중에 관한 밈들이 있잖아요. ‘입금 전, 입금 후’라든가 ‘행복 경표’라거나. 체중 관련해서 스트레스는 안 받는 편인지 궁금했어요.
그게 옛날에는 좀 능숙하게 됐거든요? 찔 때 찌고, 빼고 싶으면 빼고. 그런데 요즘은 그게 마음먹은 만큼 안 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최근 들어 조금씩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예전보다 운동 효율이 낮아지게 된 걸까요?
그런 것도 있고, 예전만큼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기도 하고요. 여전히 머리로는 운동이나 식단 같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자꾸만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내가 당장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거든요. 운동을 하고 있으면 이 시간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물론 제 직업 자체가 자기관리로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요즘 제 안에서 그 두 갈래의 생각이 계속 충돌하고 있어요.

 

Q. 그건 혹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지쳤다’는 상태는 아닐까요?
맞아요. 지쳤어요. 최근에 제가 전에 안 하던 것들, 유튜브나 예능을 하다 보니까 평소 쓰지 않던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거든요. 평소 저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들이는 노력도 있고, 그런 노력 때문에 집에 돌아와서 느끼는 허탈함도 있고요. 요즘 굉장히 즐겁고 행복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좀 지친 것 같아요.

 

Q. 즐겁고 행복하지만 지쳤다. 그럴 수도 있군요.
여유를 찾기가 어려운 거죠.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사람들 앞에서 저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또 그런 채로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됐다고요. 그런데 계획하고 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올해 좀 겹쳐서 그런지 최근에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Q. 그런데도 최근 들어 예능이나 유튜브 출연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게 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미디어에서 회자되는 제 이미지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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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무 경표’(2022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고경표가 축하무대였던 지코의 ‘아무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면서 붙은 별명) 같은.
맞아요. 그런 느낌으로 비쳐지는 제 이미지가 있는데, 그게 사실 제가 생각하는 제 자신과는 좀 차이가 있거든요. 그 모습을 워낙 좋아해주시니 저는 또 거기에 적응하고 맞춰가야 하지 않나 생각도 하고, 기본적으로 절충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뭔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거죠. 저는 제 자신을 많이 믿으면서 살려고 하는 편인데, 제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제 자신과 사람들에게 비쳐지는 저라는 사람 사이에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생긴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제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측면에서 좀 더 진중하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고경표라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다양한 면을 지닌 입체적인 사람이라는 건 다들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좀 정적인 사람이거든요. 지금 에디터님이랑 대화하고 있는 이 느낌이 저한테는 제일 편해요. 하지만 방송에서는 이런 느낌이 보일 여지가 거의 없는 거죠. 반대로 ‘밈’들에서 회자되는 제 이미지를 충족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모르겠어요. 저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Q. 저도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게, 경표 씨가 굉장히 섬세하고 조용한 측면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또 갑자기 머리를 ‘히메컷’으로 자른다거나 길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며 걸어 다니는 엉뚱한 고경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잖아요(배우 김우빈은 연남동에서 운전하며 가다가 길에서 혼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걷는 사람이 있어 봤더니 고경표 배우였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부분은 스스로 어떻게 이해하고 있어요?
(웃음) 저는 일단 혼자 있을 때 제일 자유로워요. 흥이 올라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 순간을 만끽하죠.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작아지고요.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시상식에서 춤을 춘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때도 ‘뭔가를 해야지’한 게 아니라, 옆자리 (서)인국이 형이 잠깐 화장실 가느라 자리를 비웠는데 축하 공연을 하던 지호(가수 지코의 본명)가 거기에 앉는 거예요.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들떴어요. 막 너무 반갑고.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그냥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인 거죠.

 

Q. 지금 출연 중인 <백패커2>는 경표 씨의 그런 자연스러운 측면들을 담아내기에 비교적 적합한 포맷의 예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재미를 위해 캐릭터를 만들어내거나 무리할 필요가 없는?
맞아요. 사실 처음 생각한 것보다는 예능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긴 한데요. 그래도 <백패커2> 촬영이 저한테는 치유의 시간처럼 작동하는 것 같아요. 요즘 생각이 너무 많은데 거기 가 있는 동안은 아무 생각이 안 나거든요. 단절되어 있고, 단순 노동이고, 업무량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무엇보다 함께하는 분들이 다 좋아요. 특히 (백)종원이 형님, (이)수근이 형님, (안)보현이 형, (허)경환이 형 모두 따뜻한 분들이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분들이죠.

 

Q. 제가 어릴 때는 그런 노동 예능을 그냥 별생각 없이 봤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자꾸 걱정이 먼저 되더라고요. ‘아이고 저거 다음 날 몸살 날 텐데’ ‘등근육이 아려서 못 일어날 텐데’ 하면서.
(웃음) 정확합니다. 이게 살면서 아마도 다시는 해보지 못할 강도의 노동이긴 하죠. 몇백 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어떤 때는 재료 손질만 하다가 반나절이 다 가니까요. (<백패커2>는 방송인이자 셰프인 백종원과 개그맨, 배우들이 함께 전국 곳곳에 있는 단체를 찾아가 식사를 만들어주는 포맷의 예능이다.) 그래서 굉장히 좋은 경험이죠. 그리고 저희가 한 음식을 맛있게 드셔주는 거, 그게 또 묘한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너무 좋아요. 제가 이 시기에 이런 예능을 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운이 좋다고 느껴요.

 

Q. 하지만 바꿔 말하면 노동의 강도나 들이는 시간에 비해 개별 인물을 매력적으로 다뤄줄 수 있는 포인트는 비교적 적은 스타일의 예능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오히려 저를 도드라지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사실 그동안 제가 예능을 잘 하지 않은 이유도, 사람들이 저라는 사람을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컸거든요. 인간 고경표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거죠. 어떨 때는 제가 본직으로 하고 있는 일보다 그런 데에서 잠깐 스치는 부분들이 더 크게 화제가 되니까요. 어릴 때는 그런 지점들이 있어도 ‘내가 연기를 열심히 해서 바꾸면 되지’ 하고 호기롭게 받아들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연기자로, 배우로,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로 회자되고 싶다는 인정욕이 더 커요.

 

 

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186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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