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대리님, 진짜 무섭지 않냐?"
"어어, 진짜. 아까 회의때 봤어? 과장님 가뿐하게 발라버리는거. 말빨도 말빨인데 눈빛 장난 아님.
거기 찔리면 죽을 것 같어."
"동감, 동감!"
"근데 그렇게 무서워서, 남자들이 기피하더라."
"솔직히, 그 성격.. 누가 감당하냐? 철인정도 되면 몰라."
"어우야~ 너무 돌직구 아니냐?"
그렇게 말하며 그녀들은 뭐가 즐거운지 깔깔 웃었다.
- 다 들리거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에 든 종이컵을 구겼다. 하, 그렇지 않아도 회의때 과장이 깐족거리면서 속 긁어서 짜증나 죽겠는데,쉬러 오자마자 듣는 평가질이라니.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야 이 루저들아 일이나 똑바로 해!' 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다.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끌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 츄대리."
젠장. 속에서 욕지기가 나왔다. 오늘 무슨 날인가? 아침부터 운이 이렇게 없어도 없을 수가 있나. 방금 전 나에게 신나게 발렸던, 재수없는 과장과 딱 마주친 것이다.
"아,하하.. 과장님."
"아까 꽤 무섭던데? 잡아먹히는 줄 알았어~"
"하하하. 제가 뭐 뱀이라도 됩니까."
"뱀이라니! 이렇~게 예쁜 뱀이 어딨나?가만 있자..예쁜 뱀이라고 하면...꽃뱀? 껄껄껄."
껄껄, 웃으며 재수없는 말투로 말하는 과장을 보며 그 자리에서 정말, 육성으로 욕을 내뱉을 뻔 했다. 해도 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지! 아침에 지가 후달려서 발린걸 가지고 지금 저런 저질 농담으로 화풀이 하는거야? 하지만 나는 사회생활 프로다. 절대, 동요한 모습을 내비쳐서는 안된다. 사회란 그런 곳이니까. 그렇게 나는 여지껏 버텨왔으니까.
"하하하, 과장님 농담도. 제가 조금 일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먼저 가 볼게요."
"어이쿠, 그래야지! 우리 츄대리 바쁜 사람이니까. 그럼 수고하게."
"네, 과장님."
끝까지 유치하게 비꼬는 과장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어울리지도 않는 가식 웃음으로 분노를 누르며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분노로 몸이 떨려 자칫하면 발목이 꺾일 것 같았다. 후, 참자. 참자. 참아야 한다. 서랍속에 들어있는 사직서를 꺼내어서 과장 얼굴에 집어 던지며 '야 이 만년 과장 개새끼야! 나잇살 쳐먹고 유치하게 개짓거리하냐!'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지끈지끈 아파오는 이마를 누르며 나는 분노를 삭히려고 애를 썼다. 좋은거 생각하자 좋은거.
'...그러고보니...'
재빨리 대기 모드에 들어가 있던 노트북을 켰다. 수요일이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수요일, 수요일이다! 집에 가면 만날 수 있어! 나도 모르게 번지는 웃음을 참으려고 나는 꽤나 애를 쓰고 있었다.
"츄대리님."
"...뭡니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가 있었다. 들어온지 이제 한달쯤 된 신입 사원 니카이도. 나름 이 칙칙한 회사에서 화사한 빛을 뿌리고 다니는 존재였다.
"오늘 7시에 회식 있대요. 참가하실거죠?"
그가 한 말에 방금전까지 좋았던 기분은 바람빠진 풍선마냥 푸시식, 하는 불쌍한 소리를 내며 쪼그라들었다. 역시 오늘은 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A. 핑계를 대서 빠져나간다
B. 어쩔수 없지, 싫지만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