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정말 별 거 없는 날이었다.
정말, 이런 날이 며칠이나 더 있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날.
" 비 안 오려나. 덥다~"
"으응~~더워~~~~"
그렇게 말하며 우리 둘은 테이블에 늘어져 있었다.
주문했을 당시의 시원한 아이스티의 얼음은 어느새 녹아 미지근해진지 오래였다.
"근데 할 말이 뭐야?"
그 날은 왠일로 미야타 쪽에서 먼저 나를 불러냈다.
평소라면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들이닥쳤을 텐데, 밖에서 보자니 그것도 드문 일이다.
"후훗, 놀라지 마시라!"
"뭔데."
"나 독립함!"
"..어?"
나는 그 자리에서 순간 굳었다. 갑자기 웬...? 벙찐 내 표정을 본 그가 또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이대로는 안 될것 같아서. 기분 전환 겸?"
"야, 기분 전환으로 독립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말에 그는 또 쓰게 웃었다. 가끔 보여주는, 왠지 안타까운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미소였다.
"셀프 희망고문은 이제 질려서."
"희망고문..?"
"그냥, 이젠 나도 마음 정리 좀 해볼까 하고. 왜, 시험기간에 더 게임하고 싶어지고 그러잖아.
그런것처럼 괜스레 더 욕심나게 될까봐."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어."
어느새 훌쩍 큰 손이 다가와 내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응, 모르는 게 좋아. 몰라야만 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불안한 기분이 되었다. 이대로 왠지, 영영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왜 그래, 마치 다신 안 볼 것처럼."
"응? 너야말로 왜 그래, 내가 어디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근데, 근데.. 너 말하는게 꼭..."
그는 웃었다.
"걱정도 참 많네,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으응."
우리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가 먼저 '그럼, 나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하고 떠난 후에도,
나는 그 자리에 남아 가만히 있었다.
그는 거짓말을 할때의 버릇이 있다.
왼쪽 입꼬리를 살짝, 들어서 어색하게 웃는 것.
그리고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라며 웃는 그는, 왼쪽 입꼬리를 올려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 Bad Ending~
*배드엔딩 플래그 2개 이상 나왔을 때 자동 진행되는 엔딩이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