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드 ‘로즈 비비에’ 뮬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튤 레이스 브라톱과 새틴 맥시스커트는 에르마노 설비노(Ermanno Scervino)

‘필그림 포켓’ 마이크로 백과 버건디 ‘로즈 비비에’ 펌프스는 로저 비비에. 모크넥 하프 슬리브 니트 톱과 플라워 미디스커트는 포츠 인터내셔널(Ports International)

블랙 ‘트레 비비에’ 이어링과 블랙 ‘로즈 비비에’ 펌프스, 크로커 프린트의 블랙 ‘벨 비비에’ 클러치는 모두 로저 비비에. 페플럼 실루엣의 레이어드 드레스는 애슐린(Ashlyn)

골드 ‘벨 비비에’ 이어링과 나이트 그린 ‘로즐링’ 백은 로저 비비에. 슬리브리스 레이어드 니트 톱은 잉크(Eenk)

블랙 ‘비브 레인저스 플라워’ 로퍼는 로저 비비에. 캐미솔과 스캘럽 스커트 쇼츠는 나나재클린(Nana Jacqueline).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린 ‘트레 비비에’ 헤어 클립과 캐멀 ‘비브 인 더 시티 도르세이’ 펌프스는 로저 비비에. 니트 베스트는 애슐린. 레오퍼드 미니스커트는 마크공(Mark Gong)

‘쇼크 오버 더 니’ 부츠는 로저 비비에. 플로럴 레이스 코트는 에르마노 설비노

브라운 ‘에플로레센스’ 펌프스는 로저 비비에. 하이넥 드레이프 미니드레스는 오우드 왜그(Oude Waag)
오늘 화보에서 파격 변신을 했어요. 금발은 처음 아닌가요?
시안을 받고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결과물이 잘 나와 만족스러워요!
요즘 김유정의 가장 익숙한 모습은 어떤 건가요?
아무래도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촬영이 한창이라, 캐릭터인 ‘이가경’의 모습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오늘 이 자리도 tvN 20주년 기대작 <100일의 거짓말>을 이끄는 주역으로 만났는데, 대본의 어떤 점에 끌렸어요?
우선 제가 처음 접하는 시대라 궁금했어요.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 참여했지만, 경성 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없었거든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시대잖아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대죠.
맞아요! 그 시대를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100일의 거짓말>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어요. 제가 맡은 ‘이가경’을 비롯해 제 또래 인물이 등장하며 그 시대를 살아간 어린 친구들의 아픔과 열정,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잘 녹아 있었죠. 대본을 보자마자 단순히 ‘재밌다’는 단어만으로는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깊이가 느껴졌어요.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 시대와 인물의 삶으로 직접 들어가 보니, 대본을 읽을 때와는 많이 달랐나요?
촬영하면서 감정적으로 고될 때가 많아요. 역사적 상황은 물론, 개인의 서사에도 슬픈 순간이 적지 않거든요. 글로 읽을 때는 그렇게까지 느끼지 못한 장면도 막상 그 상황에 들어가 겪다 보니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인 ‘가경’은 100일간 조선총독부 통역생으로 위장 잠입한 밀정이 되죠. 김유정표 밀정은 어떤 모습인가요?
많은 분이 떠올리는 밀정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표현될 것 같아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점이 가경의 매력이고 작품의 재미 요소가 될 거예요!
유독 도전으로 다가온 부분도 있었나요?
사실 저는 매번 작품을 시작할 때 도전이라는 마음보다 ‘재미있고 좋으니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해야 하다 보니 준비 과정에서 해야 할 것이 많았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통해 섬세한 캐릭터 연출을 보여준 유인식 감독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촬영하고 있어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시고, 감독님의 의견도 명확히 들려주세요. 현장에서 주시는 코멘트도 ‘왜?’라는 의문이 생길 틈 없이 깔끔하고요. 처음 뵌 뒤에 감독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는데, 그때 사람을 존중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믿고 의지하며 뜨겁게 찍고 있습니다.
<100일의 거짓말> 이야기 속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뭔가요?
관계성요. 이 작품에는 정말 다양한 인간관계,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감정의 폭도 풍부해요. 저는 그 지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작품을 준비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음악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모두 사랑에 관한 이야기더라고요. 그게 바로 이 작품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조국 등 사랑의 힘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있잖아요. 그게 자신의 꿈일 수도 있고요.
그 중심에 있는 가경은 거짓말로 살아남는 인물이에요. 김유정이 발견한 가경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생존력요. 최근에 깨달았는데, 제가 생존력이 강한 인물에 끌리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친애하는 X>의 백아진, <마이 데몬>의 도도희, <홍천기>의 홍천기 모두 망설이더라도 결국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이었네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존재에게 살고자 하는 의지는 필수적이잖아요. 그 의지가 다채롭게 드러나는 인물에게 끌려요. 이번 작품을 하며 ‘내가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고 흥미를 느끼는구나’라는 걸 더 선명히 알게 됐어요.
그 생존력은 단순히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넘어 끝까지 ‘나’로 존재하려는 의지처럼 보여요.
맞아요. 저 역시 나로 오롯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거든요. 나아가 백아진, 도도희, 홍천기와 같은 인물을 연기하며 그냥 해도 되는 것, 일단 해보는 것의 힘을 알게 됐어요. 예전의 저는 고민이 많아 결정을 어려워하곤 했는데, 그들을 거치며 ‘뭐가 됐든 일단 가보자!’ 하는 저돌적인 용기가 생겼죠.
과거 인터뷰에서 완벽주의 성향으로 괴로워한 때도 있었다고 말했어요.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사람에게 ‘그냥 해보는 것’은 큰 변화였겠네요?
어릴 때부터 계획하는 걸 좋아했고, 뭐든 정해진 대로 완벽히 해내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다행히 운동이나 여행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주는 방법을 찾으면서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됐어요.
운동과 여행에서 오는 행복은 뭔가요?
행복의 이유가 정반대예요. 운동이 루틴으로서 삶을 안정시킨다면, 여행은 그 안정감을 깨뜨리며 찾아오거든요. 제게는 운동이 일단 하면 편안해지는 방공호 같은 존재예요. 반대로 여행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줘요. 저 스스로 안정감을 깨는 거죠. 그때 그 짜릿함이, 참 좋아요.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캐나다 기차 횡단을 하는 등 일부러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들어간 건가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도 받았고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할 때 알지 못했던 어떤 세상이 갑자기 확 열리는 느낌이 들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안절부절못한 저를 되돌아보면서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까지 굳이 붙잡으려고 했구나’라는 걸 깨닫기도 하고요.
여행지에서 ‘배우 김유정’을 전혀 모르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죠?
그럼요.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오는 안도감이 있었어요. 저는 원래 제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고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어려워했어요. 스몰토크도 정말 못했고요.(웃음) 그런데 여행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다 보니 이런 대화도 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선물 같은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나요?
너무 많아요. 여행에서 만난 분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어요. 어떤 도시에서 머무는 며칠 동안 친해진 친구가 있었는데, 제가 한국으로 떠난다니까 “왜 네가 떠나야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가족이 있고 책임질 것들이 있다”고 했더니, “왜 네가 그걸 책임져야 하느냐”고 다시 묻는 거예요.
와, 너무 당연해서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네요.
그렇죠.(웃음)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는 말인데, 그 질문이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는 어디인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작별 인사를 하며 그 친구가 제게 “언제든 힘들면 여기로 돌아와. 아무것도 없이 와도 품어줄 수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태어나지 않은 곳이고 내 집도 아닌데 집처럼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떠나다 보니, 돌아갈 곳의 의미도 더 잘 알게 되더라고요. 돌아갈 곳, 돌아갈 현장이 더 소중해졌고요.
배우 김유정으로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딱히 큰 고민은 없어요…. 미래에 대해서도 정확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아요. 미래를 정확히 그리고 한계를 두면 그 방향으로만 가게 되잖아요. 저는 어디로든 가고 싶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뭘 할 때 편안한지,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한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으려고 해요.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겠군요.
맞아요. 자연을 정말 사랑하고 아껴요. 자연 속에 있거나 바라볼 때 경이로움과 감사함을 느끼고요. 처음에는 경이로움이었어요. 압도돼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벅찬 감정요. 이게 뭘까 곰곰이 생각했는데 결국 ‘감사함’이더라고요.
요즘 고민하는 자연스러움도 그 모든 과정 끝에 닿아 있겠네요?
그래서 계속 찾는 중이에요. ‘나한테 자연스러움이란 뭘까?’ 하고요.
자연스럽게 오래 곁에 두고 있는 물건도 있나요?
대부분 여행의 흔적이 담긴 물건이에요. 오래 신어 쿠션이 다 닳은 등산화와 가방 등 을 버리지 못하고 있죠. 색도 바랬는데 그 모습이 좋아요. 아! 최근에 김현주 선배님이 직접 떠서 선물해주신 가방이 있는데, 앞으로 가장 아끼는 물건이 될 것 같아요.
20주년을 맞은 tvN의 콘텐츠 중 특별히 애정하는 작품이 있나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정말 좋아해요. 제 인생 드라마로 꼽을 정도죠.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도 즐겨 보고요.
역시 사람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에 끌리나 보네요.
풍부하고 지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을 수 있으니까요. 게스트가 아니더라도 스태프로 참여해 현장에서 무편집본을 듣고 싶을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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