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김수현에게 원하는 게 너무 많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무게를 잘 견디고 있는가?
작품이 성공하면, 그다음 작품은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배우 입장에서도 그렇고 회사 입장에서도 그렇고. 당연히 지지해주는 팬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걸 생각하면, 결국 방향성을 잃게 되더라. 자기 존재의 무게를 견디는 게 배우에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 모래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가, 풍선처럼 감정을 부풀리기도 하다가, 결국은 제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일련의 훈련처럼 반복하면 세월과 시간에 깎여 조금씩 자신만의 틀을 갖추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러다 보면 알게 되겠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
연기하는 김수현은 집요하고, 침착하면서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보통 남자 김수현은 어떤가?
연기할 때와 일상일 때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김수현이라는 점 위에서 출발하는 것은 같으니까. 다만, 배우라는 선택적 영역이 존재할 뿐이다. 빗금쳐진 그 부분 안에서의 내가 좀 더 예민하고 집중력을 요할 수는 있지만 구심점이 흔들리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일탈을 원하지만 자신이 가져가야 할 책임감이나 의무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연기가 일탈일 때도 있고, 일상의 내가 일탈일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기본적으로 내가 가져가야 할 성향이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배우일 때는 보통의 김수현보다 넘어질 확률이 많으니까 그 확률을 줄이기 위해 집요해지고, 이성적이려고 노력하는 거다.
우리가 보기에 김수현은 다 이뤘다. 모든 작품이 성공했고, 부와 명예와 권력을 쥐었다. 그럼에도 이루고 싶은 게 있을까?
애초에 뭐가 되겠다거나, 뭘 이루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너무 빤한 말 같지만, 좋아서 시작했고 열심히 하니 인정받았다. 성공한 안정감에 마취가 되지 않는 건 그만큼 연예계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매뉴얼도 없지만 추락하는 매뉴얼도 없다. 이곳의 뜨고 지는 모든 것이 ‘순간’으로 결정된다. 이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 중에 그 누구도 게을렀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이 달린 문제에 방관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다 이루고 못 이루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가고 있는 길을 넘어짐 없이 잘 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개멋있지 않냐...ㅅㅂ.... 사람 자체가 존나 단단한게 느껴져ㅜ 2017년 더블유 인터뷰임
http://www.wkorea.com/2017/06/17/ordinary-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