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터더보랑 행찾을 진짜 미친 사람처럼 간절하게 보러 다녔거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냥 그때의 여름과 겨울이 온통 대학로야
터더보 하던 해에 참 더웠는데
더워서 힘들었던 것보다
그때 터더보 덕에 그 여름이 얼마나 찬란했는지만 떠오르고
행찾 보던 겨울도 그 해 겨울이 통째로 크리스마스 같이 남았어
그러다 행찾 이후론 아예 공연을 안 봐서
그 감각을 좀 잊고 살았는데
오늘 극장에 가서 티켓 찾고 플북 사고 하면서
갑자기 넘 설레는 거야
걍 내 일상 안에서도 진짜로 간만에 너무 떨리고 설렜어
극장이 일단 너무 쾌적하고 좋더라
대학로에서 옆사람 팔이 닿지 않는 넓은 좌석이라니 ㅋㅋ
난 1층 중간쯤이었는데 잘 보였어
근데 터더보랑 행찾이 극장이 워낙 작았어서
그때보단 거리감이 있으니
만약 표정 더 생생하게 보고 싶으면 작은 망원경 써도 좋을 것 같아
선호가 안경을 쓰고 있어서 눈이 좀 덜 보이기도 하고ㅠㅠ (유일한 아쉬움)
아무튼 떨레며 앉아있는 새에 공연이 시작되고 선호가 등장했어
첫 등장은 선호 혼자 먼저 하더라
너무 슬렌더에 너무 잘생겼고
머리 포슬포슬 파마한 것 같은 스타일링
굉장히 미스테리한 시공간에서
주인공들은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모른 채 어리둥절해하고
관객들도 그걸 함께 따라가며
점차 이 시공간의 비밀을 알게 되는 구조가 재밌었어
그리고 선호가 보여주는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인물이
그동안 내가 보던 캐릭터와 다르게
선호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라 신선했어
드라마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내가 본 조나 우진이도 선호의 얼굴이 잘어울리는 캐릭터들이었는데
이 극에서 맡은 인물들은 정말 절대 선호처럼 생기지 않은
인상도 생김새도 몸매나 자세 같은 모든 게
모두 아주아주 다를 인물들이라 더 새로웠어
극 설정 자체도 그냥 우리 앞에 있는 저 남자는 어떠한 영혼 같은 거고
삶마다 생김새와 이름과 성격 등 모든 게 다른 사람이었던 거니까
그래서 그런 연기를 보는 게 너무 재밌었어
선호는 역시 코믹 연기를 너무 잘하고 ㅋㅋㅋㅋ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은 사람처럼 만들어
자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그리고 선호 부산 아부지 연기할 때 발음 들었어?
경상도 사투리 강하게 쓰는 사람들
쌍시옷 발음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라는 단어 발음하면 [역싸]가 되잖아
근데 그걸 못하는 연기를 하더라 ㅋㅋㅋ
마치 ‘역,사’라고 발음하는 것 같았어
또 선호가 길게 보여주는 캐릭터 두 명이 둘다 공통적으로
좀 자아와 아집이 쎄고 목소리도 크고 좀 신경질적인데
그래서 선호가 연기할 때 들어본 적 없는 처음 듣는 목소리도 들었어
근데 그 화내는 목소리가
너무 딱 그 나잇대의 중년 남성들이
고집스럽게 화낼 때의 목소리라는 게
직감적으로 전해져서 또 감탄했어
그리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지
호모 에렉투스인지 연기할 때
불 피우는 거 미틴 거임?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유인원 마스크 쓰고 앉아서 불 피우는 게 너무 웃겨서
자꾸 생각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 침팬지 소리 내는 것도 그렇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럴 때 막 정신없이 웃다가도
극 후반으로 갈수록 눈물도 나고 감동도 있고🥹
극의 메시지가 참 좋았어
우린 늘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가고
심지어 인생을 두번세번 살아도 늘 시행착오 뿐이고
언제나 누군가에게 완전히 갚지 못한 빚을 남긴 채 죽지만
그러니까 그럴수록 이 생을 더 웃으면서 후회 없이 살자고
행찾 작가님이랑 같은 분이라고 하셨나?
행찾도 과거를 돌아보는 컨셉 자체는 비슷한데
이번엔 또 완전히 다르게 풀리는 또다른 극이라
비슷한데 다른 방식과 메시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재밌었아
아 그리고 커튼콜 때 선호
코트 걸잖아 벽에
근데 그 못?ㅋㅋ같은거 떨어져서
머쓱하게 웃으면서 옷 의자랑 바닥 사이?ㅋㅋ에 꾸깃꾸깃 내려놓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노가 뿌순건지 원래 떨어쟈있던건진 모르겠는데
여전히 얼레벌레 선호 너무 귀여웠어
역시 나는 선호 연기 없이는 몬살거따🥹
선호야 연기해줘서 고마워
또 보러 가야지!
+ 나 경상도 출신인데
선호 ‘치아라 마!’ 억양이랑 발음 너무 잘함👍🏻
아 그냥 사투리를 너무 다 잘함👍🏻
근데 치아라 마가 귀에 팍팍 꽂힘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