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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쓰다가 잠들어서 이제 올리는 9/2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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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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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씬 감정씬 다 미쳤고 미모도 미쳤던 날

장면장면 디테일들은 다들 많이 남겨줘서
나는 감상 위주로 쓸게


내가 선호를 조아하니까 더 그런 거겠지만
선호는 진짜 등장할 때부터 분위기 사로잡는 능력이 장난이 아니야
쾌남 그잡채로 등장해서 대사 치는 씬 볼 때마다 반하는 거 나뿐이니
글구 그때 딱 느낌이 왔지
와 오늘 얼굴 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은 또 어찌나 반짝이는지ㅜㅜㅜㅜㅜ 오늘 내내 그 눈빛에 또 치였어
후 나 뭘자꾸 반하고 치이네


날이 갈수록 바씬은 점점 웃겨지는 것 같아
그래서 가끔 선호 포함 다른 배우분들도 웃참 못하는 순간도 늘어나서
보면서 신나게 웃다가도 괜히 걱정도 됐거든
이거 다시 원래 감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갘ㅋㅋㅋㅋ하고

근데 선호는 진짜
드라마 메이킹이나 짱박에서 연기하는거 볼 때도 제일 신기한 부분이긴 했는데
저렇게 웃음 많고 감성도 풍부한 사람이
연기할 때만큼은 정말 이성적인 것 같아

선호 때문에 읽었던(다는 못 읽음^^!) <배우에 관한 역설>에서 이런 구절이 나오거든

"저는 훌륭한 배우라면 판단력이 좋아야 한다고 봐요. 배우는 냉정하고 침착한 관찰자여야 하죠. 그러니까 저는 그에게 통찰력을 요구하고 감성은 전혀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것을 모방할 수 있는 기술, 혹은 같은 말이 되겠지만, 모든 종류의 성격과 역할에 똑같이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겠어요."

나는 이거 읽으면서 선호가 넘 생각나더라고
물론 선호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넘 조은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저 문장의 요지와 ㅋㅋㅋ 선호 연기의 결이 비슷한 것 같아

그렇게 얼레벌레 말랑이에 눈물과 웃음 모두 많은 본체지만
연기할 때는 누구보다 영리하고 전문가다운? 프로다운 면모가
돋보이는 배우라고 늘 생각했어서 저 문장이 넘 와 닿았어

글고 오늘은
연기 앞에서 늘 침착하고 이성적인 프로 배우 김선호의 면모가
정말 잘 보였던 날이야


터더보에서 선호의 연기를 보면 늘
선호의 목적은 딱 하나 같아
어떤 상황에서든
약속되어 있는 장면과 감정을 연기하는 것
이건 갯차 대본집 보면서도 느낌ㅋㅋㅋ

순발력도 좋고 개그 욕심도 있어서(ㅋㅋㅋㅋ) 애드립도 꽤 하지만
늘 이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이 봐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애드립을 하면서 적정한 선을 넘지 않고

원래 대본에는 없었던 상황이 발생해서 무대와 관객 할 것 없이
왁자지껄 웃음에 휩싸여 있다가도
분명 그 안에서 함께 웃다가도
어느새 보면 선호는 다음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치고 있어

분위기가 조금 어느 정도 이상으로 넘어가려고 하면
선호는 늘 표정부터 딱 다음 장면을 위한 표정으로 변해 있더라고
오늘 트윅스씬이랑 트랄랄라 보면서 확 느꼈어

관객은 지금 선호의 코믹 연기 때문에 웃느라 바쁜데
객석을 그렇게 웃음의 도가니에 몰아넣어놓고
본인은 어느덧 진정하고 진지하게 감정씬을 소화하고 있는 거야
근데 더 대단한 건 관객도 그렇게 순식간에 감정을 넘나들 수 있게 한다는 거지
다들 그렇게 웃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 숙연한 분위기로 접어들어
그건 진짜 선호 연기의 힘이다


코믹씬이 웃겨지는 만큼 감정씬도 깊어져
눈비탈길 씬은 날이갈수록 아파
오늘 초코 생각하라면서 흐느끼는데 ㅠㅠㅠㅠㅠ
그 씬은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조가 느끼는 정신적인 고통 즉 두려움, 외로움도 큰 씬이잖아
점점 그 정신적인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당장 달려가서 손이라도 내밀어주고 싶게 만들어ㅠㅠ
콩조림 한입 열입 민트초코 이런 걸 외치는데 그걸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잖아ㅜㅜ
그걸 슬프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고
그냥 그저ㅠㅠ 내가 다 아프다 몸도 마음도 다


그리고 경야
아 오늘 경야 미쳤다

오늘 선호는 크레바스에서부터 진짜 죽기 싫어 보였어
뮤ㅓ 이것도 늘 그렇겐 한데 오늘은 정말 그렇더라고
경야에서도 마찬 가지
경야씬은 조가 사경을 헤매면서 꾸는 꿈이잖아
대사 자체로는 본인은 본인의 죽음을 모두 받아들이는듯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대하는 듯 하지만
조가 자신 앞에서 그렇게 초연한 태도로 죽음을 대했으면
조는 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해
시한부 환자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라고 의사가 말을 할 정도니까

그 상황에서도 조는 셰익스피어 대사 읊어가며
죽음을 멋진 일 같은 걸로 만들어보려 하지만
선호의 연기는
그게 다 죽는 게 너무 무서워서 조가 애써 해보는 행동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그래서 더 조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전달되게 만들지

죽음이 멋진 일이라 말하면서
표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ㅠㅠ
약간 그런 느낌이야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죽음을 받아들이려 해보지만
그래서 이미 받아들인 척도 해보지만
여전히 너무 죽기 싫어서 눈은 두려움에 가득 찬 채로 울고 있는

생명이 거기 있다고 말하는 누나 대사 들을 때도
생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죽을 것 같아서 두렵고
그래서 외롭고 서러운 감정을 표정을 통해 다 드러내
난 왼블 앉으면 그 표정 볼 수 있단 게 젤 좋더라ㅠㅜ
어젠 오블이라 옆모습만 보였는데도 맴찢ㅠㅠ
그러다 누나 손 뿌리치고 침낭으로 돌아가는 표정이 너무 아파서
(근데 그 순간 특히 너무 예뻤음😇)
오늘 경야 씬 통째로 많이 울었어ㅠㅠ

또 그렇게 연기한 덕분에 조가 발견되는 장몈이 더 극적인 건 당연하고ㅠ
김선호 진짜 내내 웃기고 울리고 그러케 다 하기 있냐ㅠㅠ

글구 경야에서 누나와의 연기합도 진짜 점점 미쳐가서
선호 표정 보고 울고 누나 보고 울고 호떡 눈물 마를 날 없네....
양쪽 어딜 봐도 눈물뿐😭


크레바스에서 조가 죽고 싶지 않다고 두 번이나 말하잖아
선호는 그게 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것 같고
죽고 싶지 않다는 조의 뜻을 그 이후 모든 연기에 반영되게 하는 것들이 점차 와닿아서 관극이 갈수록 감동이야

그렇게 점점 선호가 만드는 조가 완전히 선호의 것이 되어가는 게 보여서 벅차고
본업존잘 내배우에게 또 설렜던 날이었다ㅠㅠ

김선호 진짜 평생 연기해주라ㅠㅠ
티비든 극장이든 내가 어떻게든 다 보고 다 갈게

그리고 이렇게 티켓 구하기 힘들어도
열심히 티켓 구하려고 열정 바쳐서 뛰어다니는 요즘의 내 활기가
스스로도 반가워서 ㅎㅎ 힘들지만 행복해
이건 다 조의 생명력이 주는 힘이다 선호야 고마워💙


그리고 읽어준 호떡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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