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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김선호 연극 왜 보냐고요? 김선호가 연극을 하니까요 (터더보 후기 ㅅㅍ
6,005 9
2022.07.23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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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귀가하는 길엔
밥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만 주구장창 듣게 돼
오늘도 그 노래를 들으며 공연의 여운을 곱씹다가
문득 오아시스의 Live forever가 듣고 싶더라

-
Maybe I just wanna fly
어쩌면 난 그냥 날고 싶은 거야

Wanna live I don t wanna die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Maybe I just wanna breathe
어쩌면 난 그냥 숨쉬고 싶은 거야

Maybe I just don t believe
어쩌면 그냥 믿지 않은 거지

Maybe you're the same as me
너도 나와 같을지도 몰라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우린 그들이 절대 못 보는 것들을 봐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너와 난 영원히 살거야


Gonna live forever
영원히 살거야

Gonna live forever
영원히 살거야

Gonna live forever
영원히 살거야

(ㅊㅊ 나무위키)
-

이렇게 우린 영원히 살 거라고 반복적으로 외치는
노래 후반부의 기타 리프는
굉장히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템포와 선율로 울려퍼져
단조에 가까운 듯 하지만
그 멜로디를 들으며 떠오르는 장면은
기타리스트가 무아지경에 빠진 채
자신의 고개와, 초크를 든 손을 쉼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지
난 그런 사람들을 보며 생명력을 느끼고
가끔은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도 실감해


오늘 선호의 연기가 딱 그랬어

조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죽음과 싸워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어
하지만 끊임 없이 비명을 지르고, 다친 다리를 붙들고 고통을 호소해

그때 선호는 지금 저 배우의 목 상태가 실제로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쇳소리를 섞어가며 조의 고통을 표현해

또 선호가 표정을 통해 보여주는 고통은
보는 사람마저 이를 꽉 깨물다 턱이 아프게 만들어


그래서 반대로 알게 돼
조는 지금 살아있다는 걸
살고 싶어 한다는 걸

저 사람은 죽을 것 같지가 않아
영하 20도의 날씨 속에서
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채 크레바스 속에 갇혀 있는데

저렇게 세상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고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아파하는 사람은
그 생생한 통각 만큼이나 온전하게 살아 있어
목이 그렇게 쉬었는데도 나 지금 아프다고 소리를 내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 쇳소리가 생명력을 표현할 수 있을 줄은 ㅠㅠ
나는 몰랐는데
역시 똑쟁이 김선호는 알았나봐


그러다 정말 삶과 죽음의 경계가 종이 한장 차이로
맞닿아 있는 순간을 맞이했을 땐
조에게선 그렇게 맹렬히 끓어오르던 생명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딘가에 스치기만 해도 아파하던 다리를 누나가 걷어차도 아무렇지 않아 해
그걸 연기하는 선호의 표정은 입을 벌린 채 얼어 있어
누가 봐도 저 사람 지금 눈을 감으면 안될 것 같아
결말을 알고 봐도 저러다 죽으면 어쩌나 싶어
그 순간을 로프에 매달린 채 한번, 침낭에 누우며 한번 맞이하는데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던 순간이 불과 몇 분 전이었거든
그러다 순식간에 얼굴에서 생명의 빛이 사라지는 거야

앞뒤로 장면 전환이 굉장히 빠르게 되고 있는 그 몇 분 사이에
생명력이 폭발할 때와 사라져 가는 순간을 오가며 연기하려면
대체 얼마나 장면에 집중하고 있어야 할까
모든 장면을 볼 때마다 선호의 집중력과 무대 장악력에 감탄해


그러다 침낭도 부목도 얼음도끼도 없이
동상에 걸려 오므라든 손가락 때문에
손바닥으로만 땅을 짚으며
오롯한 자신의 육체만으로 차가운 얼음밭을 기어가는 장면이 나와

만약 그때 사이먼과 리처드가 이미 떠나서
조가 사이먼에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조는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조는 죽음에 맞서 마지막으로 처참하게 싸우고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둔한 몸짓이었지만
동작 하나하나마다 불꽃이 피어나는 몸부림이었어
그래서 조의 생명력은 그때 절정으로 타올랐던 것 같아
그 불꽃이 꺼지고 나면 조는 죽을 거였으니까

그리고 나는 앞에서 언급한 리브포에버 후반부를 들으며 저 장면을 떠올렸어
조가 발이 아닌 팔을 딛고 나아가야 했던 마지막 걸음걸음마다
나는 영원히 살 거라고 울부짖는 것 같았어

조의 체력은 바닥난 채로 보이는 장면이지만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있었을 선호가
살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뜨겁고 강한지를 표현해냈어


그렇게 극을 마치고
땀과 눈물로 빛나는 말간 얼굴로 객석을 향해 인사하며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는 배우 김선호를 향해
손이 아프도록 크게 박수를 치며 깨달았어

나도 살아있구나
조처럼
선호처럼


기적이란 말이 오히려 가볍게 느껴질 정도의 생명력을 지닌 인물을 연기한 김선호는
그렇게 매회차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고
생의 증거인 눈물과 땀 그리고 눈빛을 빛내며
기적 같은 구사일생을 믿게 해
관객인 나도 생의 증거를 분출하며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하는 귀한 순간을 선사해


그래서 나에겐
선호의 조가 "난 죽지 않아 난 영원히 살 거야"라고 외친다 해도
영원히 살 거라는 말의 허항됨이 아닌
그 말에 담긴 희망과 생명력을 보게 하며
그 힘으로 삶을 노래할 수 있게 하는 선호의 연기가
살아 있기에 그 순간에만 존재했던 김선호의 무대가
진심으로 필요해졌어


"산에 왜 오르냐고요?
산이 거기 있으니까요"

이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게 된 오늘이야
조에게 산이
내겐 김선호의 무대고 연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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