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해봤어. 어디가 제일 잘 어울릴까.
나는 신을 안 믿지만 너한테는 아버지 같은 존재니까.
나랑 결혼하자. 김단"
"못 들은 걸로 할게."
"왜? 왜 안되는데 너 나 사랑한다며 나도 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한다고"
"세상에 어느 누가 시한부 날짜 받아놓고 결혼을 해. 염치도 없이"
"왜 사라질 생각부터 해 기를 쓰고 내 옆에 있으면 되잖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이 되면 되잖아.
하자. 결혼."
"못해."
"하자."
"안 할 거야."
"난 할 거야. 신이 우리를 만나게 한 거라면 그럼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단아, 우리 날도 맑은 김에 결혼할래?"
"어?"
"단아 고맙지."
"응, 행복해."
"행복한 김에 우리 결혼할래?"
"유채꽃이네. 공연도 아닌데 뭘 이렇게"
"너 처음 봤을 때 꼭 주고 싶었어"
"언제?"
"20주년 기념 공연 때"
"그때 있었어?"
"봤어. 네 춤. 그 날 네가 제일 아름다워서 꽃 주고 싶었거든."
"그니까 하자 결혼"
"또! 안된다고 했잖아"
"난 너하고 꼭 할 거야. 이거 부케로 쓸 거니까 니가 잘 간직하고 있어."
"바람이... 어디서 들어오지"
무대 위 연서는 보이지 않고 갑자기 나타난 선배, 상황을 직감한 단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죽음이다"
"난 못 들었어요"
"너 다 알아. 아닌 척하지 마"
"나 사람 안 해요. 안 할게. 욕심 다 버리고 백기 들었어요."
"그냥 소멸할게 사라질게 결심했단 말이야 네?"
"그날 마지막 기회를 얻은 건 너뿐만이 아니었다.
원래 죽었어야 할 인간이었어.
그럴 운명이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운명은 우리가 다시 만난 거라구요"
"악인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 누군가는 그걸 타고나기도 하지"
"아니에요 아니야"
"유예가 된 것뿐이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예언은 실현되고 운명은 이뤄지는 법"
"하자. 나랑 결혼해줘 이연서"
"왜 생각이 바뀌었어? 리허설 전까진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
왜 갑자기 하고 싶어졌는데?"
"갑자기 아니야. 계속하고 싶었어"
"아 나도 좀 튕길 걸 너무 넙죽 예스했어. 청혼도 내가 먼저 해. 반지도 내가 사. 난 며칠을 거절당했는데... 아 자존심 상해!"
"취소해. 지금도 안 늦었어"
"진짜 해?"
"해! 누가 겁난대?"
"너 정말..."
"니가 취소하면 다시 하면 돼. 몇 번이고 백 번이고 다시 할게. 정식으로.
이연서 나는 니가 다 처음이야.
사람이었을 때도 천사일 때도 지금도 너뿐이야.
너 때문에 살고 싶었고 너 때문에 죽을 만큼 사람이 되고 싶었어.
바보처럼 망설이고 애 태우고 울리기나 하는 이런 나라도 괜찮으면
결혼해줄래?"
"얄미워. 내가 할 말만 다 골라서 해"
"행복하게 해줄게. 약속해"
"천년만년 같이 살자. 우리"
"연서야, 나 사람 안됐어. 못 될거 같아.
될 줄 알았는데 들어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너랑 행복하라고 허락해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네 옆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 무섭지 않아?"
"그때 내가 니 옆에 없을까봐 그게 겁나.
나는 니가 또 혼자서 외롭게 마지막을 맞이할까봐.
나 절대 너 혼자 안둘거야 그니까 김단 우리 같이 있자 응?"
오늘까지만 울자 내일부터는 하루가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내자 콜?
"결혼 서약서".
"하루를 영원처럼 둘이 하나처럼 행복하게 사랑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시작이었고 마지막일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구하고 구해졌습니다."
"우리는 운명을 믿습니다. 아니,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믿습니다."
스퀘어 n년 전 그날의 명수 - 우리는 운명을 믿습니다. 아니,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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