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대구 땅에 야구를 몹시도 잘하는 사내가 하나 살았더란다.
그 사내의 이름은 이승엽이라 하였는데, 방망이를 한 번 휘둘렀다 하면 흰 공이 담장을 훌쩍 넘어 하늘의 별이 되곤 하였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이승엽이 그해 쉰여섯 번째 공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내자, 온 나라 사람들이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였단다.
“쉰여섯이라니! 이런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날 대구 하늘에는 유난히 크고 밝은 별 하나가 떠올랐다고 해.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지.
그 별이 떠오른 바로 그날, 저 멀리 광주 고을에서는 한 아이가 세상에 첫 울음을 터뜨렸단다.
아이의 이름은 김도영이라 하였어.
아이가 태어나자 누군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지.
“허허, 오늘 대구 쪽 하늘에 큰 별이 하나 떴구나.”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단다.
“그럼 이 아이도 언젠가는 저 별처럼 높이 날아오르겠지요.”
세월은 강물처럼 흘렀어.
쉰여섯 번째 별을 쏘아 올리던 사내는 마침내 방망이를 내려놓았고, 그가 뛰놀던 대구에는 새로운 야구장이 들어섰단다.
사람들은 그곳을 라이온즈파크라 불렀지.
그리고 그 야구장 한쪽 벽에는 오래전 수많은 별을 하늘로 날려 보내던 이승엽의 모습이 커다란 벽화로 남게 되었단다.
그 사이 광주에서 태어난 아이도 어느새 훌쩍 자라 훌륭한 타자가 되었어.
발은 바람처럼 빨랐고, 방망이는 번개처럼 날카로웠지.
사람들은 그를 보며 말했단다.
“저 아이에게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김도영이 대구 라이온즈파크의 타석에 들어섰단다.
그의 뒤로는 오래전 쉰여섯 번째 별을 쏘아 올렸던 사내의 벽화가 묵묵히 야구장을 바라보고 있었지.
투수가 공을 던졌어.
김도영이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단다.
따악―!
공은 힘차게 밤하늘로 솟구쳤어.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그 공을 바라보았지.
그리고 공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 버렸단다.
그것은 김도영의 그해 마흔 번째 홈런이었어.
순간 야구장에는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졌지.
그런데 그때였단다.
누군가 문득 오래전 일을 떠올렸어.
“가만있어 보게.”
“저 아이가 태어난 날이… 이승엽이 쉰여섯 번째 홈런을 친 날 아니었던가?”
사람들은 하나둘 뒤를 돌아보았단다.
거기에는 이승엽의 벽화가 있었어.
오래전 쉰여섯 번째 별을 날렸던 사내의 그림 아래에서, 그날 광주에서 태어난 아이가 자라 자신의 마흔 번째 별을 하늘에 띄운 것이었지.
사람들은 이를 두고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라 하였단다.
어떤 이는 말했어.
“그날 대구에서 날아오른 쉰여섯 번째 별빛이 멀리 광주까지 흘러가, 갓 태어난 아이의 품에 내려앉은 게 틀림없다.”
또 어떤 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
“아니야. 야구라는 것은 원래 그렇게 이어지는 법이라네. 한 시대의 별이 지면, 그 빛을 따라 또 다른 별이 떠오르는 게지.”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어.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단다.
스물몇 해 전, 한 사내가 쉰여섯 번째 홈런을 날린 바로 그날 광주에서 태어난 아이가 훗날 그 사내의 그림이 내려다보는 대구의 야구장에서 자신의 마흔 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단다.
“야구의 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먼 고을의 다른 누군가에게 그 빛을 건네주는 법이다.”
그리고 그날 밤, 라이온즈파크 위에는 쉰여섯 번째 별 하나와 마흔 번째 별 하나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다는 듯 나란히 반짝였다고 하더란다.
대구에서 떠오른 별 하나가 광주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닿았고,
그 아이가 다시 세월을 건너 그 별의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별을 띄웠다고.
그렇게 한 시대의 전설과 새로운 시대의 별은
참으로 묘한 인연으로 한 야구장에서 다시 만났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