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바라보던 하늘의 높이를 바꾸었고 이승엽이라는 홈런의 역사가 가장 짙게 남아 있는 도시. 공교롭게도 역사에 닿지 못한 다음 날 이곳을 방문합니다. 어쩌면 대구는 이런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괜찮다고, 기록은 빼앗고 뺏기는 것이 아니라 가장 높이 빛나고 싶은 누군가가 그곳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남겨놓은 하나의 이정표”라고.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견뎌왔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도전은 전설을 지우지 못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설의 곁에 자신의 이름을 놓은 22살의 이야기입니다. 야구는, 아마도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빠르게 달리는 게 좋았고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 짜릿했고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이 행복해서 시작했던 야구. 그렇게 다시 처음처럼 즐기다 보면, 닿지 못한 듯했던 담장은 곧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겁니다. 그때 다시 손을 뻗으면 됩니다. 그때는 오늘보다 더 자란 만큼, 더 높은 곳의 별도 따낼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마흔 번째 홈런을 쳤어야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슈퍼스타였기에 마흔 번째 홈런까지 바랬었고 담장을 넘긴 서른아홉 번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홈런의 역사가 숨쉬는 대구에서 오늘 서른아홉의 마지막 페이지가 아니라 수많은 기록의 첫 페이지를 다시 펼치는 김도영 선수의 이야기와 함께 기아대 삼성의 대결 출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