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부터 양말까지 흠뻑 젖는다" 폭염과의 전쟁, 선수·팬만 문제? 심판들도 죽어난다
"경기 전 하늘색이던 심판복이 1회만 지나면 진한 파란색으로 변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홀딱 젖는다. 양말까지 젖는다고 보면 된다. 그 상태로 옷을 갈아 입거나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서너 시간을 버텨야 한다." 심판진과 자주 교류하는 한 야구인은 현장의 고충을 이렇게 전했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화장실조차 가기 어렵다. 이닝 중간에 물을 마시고 땀을 닦는 수준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마저도 양 팀 수비진에게 빨리 나오라고 독려하거나, 다음 이닝을 준비해야 하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5회 클리닝타임이 사실상 심판이 재정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경기장 편의시설도 열악하다. 일례로 잠실야구장의 경우 비좁고 낡은 심판 대기실 옆에 작은 샤워시설이 마련돼 있는 정도다. 경기를 앞두고 대기하거나, 경기후 휴식을 취할 만큼 쾌적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장시간 고온 노출은 심판 판정 정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체온이 높아지면 충동 조절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기능은 저하되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땀과 갈증, 심박수 증가 같은 신체 신호가 뇌의 주의를 빼앗으면서 판정에 써야 할 에너지가 더위를 버티는 데 소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 면에서 6일 열린 KBO 폭염 대응 긴급 실행위원회에서 '쿨링 브레이크'를 마련한 건 다행한 일이다. 이날 회의에선 3회와 7회 종료 후 이닝 교대 시간을 4분으로 늘려 쿨링 브레이크로 고정 운영하기로 했다. 5회 종료 후 클리닝타임도 필요시 최대 6분까지 늘어난다. 선수단과 관중은 물론, 심판진에게도 잠시 숨을 쉴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폭염의 피해는 사회 취약계층에게 먼저, 더 크게 타격을 준다. 야구장의 시선도 주로 선수와 팬들에게 쏠려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엔 심판뿐 아니라 볼보이, 판매원, 안내 요원들이 서 있다. 야구장에 갈 때마다 안내원들이 출입구 앞에서 손풍기 하나 없이 대여섯 시간씩 서서 버티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야구를 보면" 보이지 않는 그라운드의 또 다른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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