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살려주는 수비수”… 곰 ‘철벽’ 마운드 뒤엔 박찬호가 있다
아웃카운트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주저 없이 달려든다. 흙투성이 유니폼과 기록지의 흠집은 이 과정서 얻은 훈장일 터. 현시점 KBO리그 유일의 3점대 팀 평균자책점, 그 뒤엔 유격수 박찬호(두산)의 헌신이 아로새겨져 있다.
두산은 3일까지 팀 평균자책점 3.76을 마크, 이 부문 선두다. 앞과 뒤 모두 탄탄하다. 선발 평균자책점의 경우 3.62로 1위, 불펜진은 3.97로 2위다. 팀에서 정규리그 한 시즌을 3점대로 마친 것은 2019년(3.51)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줄곧 4점대에 머물렀던 마운드가 7년 만의 기록에 도전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물갈이로 거둔 성과는 아니다. 올 시즌 1군서 뛴 투수 25명 가운데 18명이 지난해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역투를 펼친 바 있다. 나아가 이들은 현재 전체 901⅔이닝의 79%가량인 711⅔이닝을 책임졌다.
‘새 얼굴’의 힘은 오히려 투수들 뒤에 있다. 두산은 지난겨울 자유계약(FA)으로 박찬호를 영입해 ‘앓던 이’ 같았던 유격수 자리에 확실한 기둥뿌리를 이식했다. 유격수는 넓은 수비 범위를 책임지는 동시에 병살과 견제, 중계 플레이 등을 두루 조율하는 야전사령관에 가깝다.
김원형 두산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박찬호를 향해 “투수들을 살려주는 수비수”라고 평가할 정도다. 김 감독은 “다른 선수에게 엄청난 수비로 보일 플레이도 박찬호에겐 기본기에 가깝다”며 “잘 맞은 타구를 건져내며 흔들릴 법한 투수를 살리고, 이닝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게 돕는다. 투수들의 어깨를 정말 가볍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산에서는 무려 10명이 유격수 한 자리를 두고 나눠 소화했다. 이젠 박찬호가 붙박이로 나서며 중심을 잡고 있다. 특유의 빼어난 야구 지능(BQ)이 팀 전체로 스며드는 ‘멘토링’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안재석과 박준순, 박지훈, 오명진 등 젊은 내야수들도 박찬호 곁에서 배우며 매 경기 눈에 띄게 세밀한 모습을 더해가는 중이다.
물론 내야진 수비가 늘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아직 완성도에는 기복이 있다. 실제로 두산은 개막 7경기 만에 실책 10개를 쏟아냈고, 현재도 내야 실책 51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다만 박찬호를 축으로 성장 중인 내야진의 고점은 이미 확인됐다. 지난 5월 KBO리그 44년 역사상 처음으로 14경기 연속 무실책을 기록했고, 내야안타 허용 비율도 지난해 8.6%(4위)에서 올해 6.8%로 낮아졌다. 이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실책 수와 별개로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바꾸는 힘은 분명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괜히 살림꾼이 아니다. 마운드의 기를 살리는 일도 챙긴다.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실책을 피하려 소극적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주문한다. 개인 기록을 지키려다 타구를 안타로 만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투수에게 돌아간다는 생각이다.
그는 “내 실책 하나를 줄이려고 소극적으로 움직여 투수의 성적을 깎아선 안 된다. 잡을 수 있는 공이라면 몸을 틀기보단 (끝까지) 똑바로 승부해야 한다”며 “투수가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것도 내야수의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내야 전체를 이끄는 부담은 순위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커진다. 두산(52승4무45패)은 한 계단 위인 3위 LG(55승1무44패)를 두 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박찬호는 “원래 이맘때면 몸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어 잠드는 것조차 어렵다”며 “FA 계약 뒤로 생긴 책임감은 아니다. 이전에도 이 시기엔 늘 같은 무게를 느껴왔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순위표를 억지로 좇지는 않는다. 눈앞의 한 경기에 모든 힘을 쏟는 것이 해답이라고 믿는다. 그는 “이제부터는 정말 한 경기 싸움이다. 동료들에게 가진 체력을 매 경기 모두 쏟자고 했는데 잘 따라줘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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