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이숭용 SSG 감독은 올해 2월 열린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 당시 첫 훈련부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팀의 주전 2루수로 낙점하고 공을 들이고 있었던 정준재(23·SSG)의 수비 동작이 상당 부분 바뀐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이제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2024년 88경기에서 타율 0.307, 16도루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신인 시즌을 보낸 정준재는 2025년 공·수 모두에서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2025년 132경기에 나가 기록한 타율은 0.245, 출루율은 0.340으로 자신에게 걸렸던 기대치에 상당 부분 미달했다. 더 큰 문제는 수비였다. 2루수는 공격도 중요하지만 역시 수비 비중이 큰 포지션이다. 그런데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본적인 미스 플레이가 나오는 상황들이 많았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집중적인 수비 훈련을 진행한 이유였다. 잘못 길들여진 자세를 바꾸고, 기본을 더 다지고, 조금 더 안정적으로 다음 플레이에 대비가 가능한 동작으로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타격 훈련을 하느라 손바닥이 다 까진 상황에서도 수비 훈련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양쪽 모두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지만, 정준재는 군소리 한 번 없이 이 지옥 훈련을 다 이겨냈다.
그 남모를 노력을 충실히 한 선수는 올해 9월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갈 선수로 성장했다.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것은 그만한 실적과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고, 정준재는 대표팀 발탁 후 성적이 많이 떨어진 일부 선수들과 달리 그 실적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이제 SSG의 주전 2루수 자리에 다른 이름을 말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1년 사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정준재는 18일까지 시즌 86경기에서 타율 0.283, 출루율 0.357, 27타점, 14도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 비해 볼넷 대비 삼진 개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타율도 꾸준히 2할대 후반에서 3할 사이를 유지 중이다. 빠른 발도 여전하다. 가장 발전한 것은 역시 수비다. 올해 수비 실책이 단 2개에 불과하다. 풀타임 2루수인데 단 2실책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실책이야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많으면 그 선수의 수비력을 다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 올해는 체감적으로도 수비가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처럼 기본적인 포구 집중력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거의 없고, 포구에서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 또한 상당히 견고해졌다. 송구 미스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상황에 맞는 플레이까지 척척 이뤄지면서 이제는 베테랑 냄새가 나는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현 SSG 수비코치는 "현재 정준재가 자신이 낼 수 있는 수비력의 베스트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준비한 것을 착실하게 다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 됐는데도 그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꽤 중요하다. 몸에 익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SG 코칭스태프는 계속 수비 훈련을 시키며 지금 페이스가 처지지 않게끔 하고 있다.
김 코치는 "연습 때 나오는 실수들이 몇몇 있다. 아직 실전에서 나오지는 않았다"면서 잘 될수록 더 집중력을 가지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전에서 약간 운이 따라 아직 나오지 않는 실수들이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비에 눈을 뜨고 맛을 들인 정준재가 이 긴장감을 잘 유지하면서 현재까지는 좋은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1주일마다, 한 달 마다, 때로는 한 시즌이라는 큰 표본 사이에서도 타율이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수비는 한 번 기본을 가다듬으면 그 그래프가 쉽게 요동치지 않는다. 아직 젊은 선수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군 문제로 해결하는 만큼 기대가 걸리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앞으로 우여곡절이야 있겠지만 정준재의 전체적인 수비력 업그레이드는 SSG 내부에도 제법 큰 울림을 준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분석했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잘 토론했고, 훈련에서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해 시즌 중부터 코치들과 특별 수비 훈련을 하면서 만들어진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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