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화려하게 병역 특례를 받았던 장현석(22·LA 다저스 산하)이 미국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군 문제라는 가장 큰 걸림돌을 치우고도 메이저리그(MLB)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장현석의 이른바 '병역 혜택 후 미국 직행' 선례가 한국 야구계에 남긴 파장이다. 그의 행보가 촉매제가 되어 다가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에서 아마추어 고교 유망주들의 차출 문이 사실상 완전히 닫히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은 차가웠다. 현재 다저스 산하 싱글A 온타리오 타워버저스에서 뛰고 있는 장현석은 지독한 기복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 9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으나, 불과 일주일 전 경기에서는 2⅔이닝 10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등 여전히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6월 한때 월간 평균자책점이 20점대까지 치솟았던 그의 현재 시즌 평균자책점은 7점대(7.09)에 머물러 있다.
나이가 무기라고는 하지만 군 면제라는 파격적인 특혜를 받고도 상위 라운드인 트리플A나 더블A는커녕 싱글A 무대조차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하는 모습은 메이저리그 정착이 결코 쉽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현석의 미국 내 고전보다 국내 야구계가 더 씁쓸하게 바라보는 대목은 국가대표 차출 시스템의 변화다. 실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을 구상하면서 고교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배제하는 기조를 굳혔다. 올해 고교 야구 최고 최대어로 꼽히는 부산고 하현승이나 미국행을 택한 엄준상 등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이 실력과 무관하게 아시안게임 대표팀 레이스에서 멀어진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장현석 트라우마' 때문이다.
KBO는 장현석을 고교생 신분으로 발탁할 당시, 그가 병역 특례를 받게 된다면 향후 KBO리그에 안착해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 속에서 선발을 결정했다. 하지만 장현석은 금메달을 따자마자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했다. 결과적으로 국가대표팀 시스템이 특정 개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병역 해결 창구'로 전락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KBO 내부에서는 국내 프로리그에 기여할 의지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과 병역 혜택을 우선 부여하는 것은 프로 선수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지배적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아마추어 쿼터는 대학 선수가 주를 이뤘고, 장현석의 발탁은 한국 야구 역사상 파격적인 순수 고교생 발탁 사례였다. 뛰어난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국가대표 세대교체를 이룬다는 명분은 좋았다.
하지만 장현석이 보여준 '혜택만 취하고 떠난' 행보는 후배 유망주들에게 거대한 장벽이 되어 돌아왔다. KBO리그 구단들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선수를 육성하는 상황에서, 정작 국가대표 혜택은 미국 직행 타깃 선수들이 독차지하는 모순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연맹과 구단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장현석의 선택과 미국 무대에서의 힘겨운 생존기는, 태극마크를 꿈꾸며 묵묵히 국내 잔류를 선택한 수많은 고교 후배들의 국가대표 진입 장벽을 완전히 높여버리는 씁쓸한 나비효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