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혼자 별에 별걸 다 해봤다" 유니폼 입고 샤워하고 선인장까지 샀다…원태인의 절박했던 28일 [오!쎈 대구]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팔꿈치 굴곡근을 다쳤을 때만 해도 다시 1군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수 있기만 바랐다"며 "오늘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보다 간절했고, 더 열심히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밸런스를 수정했고, 왜 볼넷과 안타가 많이 나오는지 계속 고민했다. 결국 실투가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좋았을 때의 투구 폼과 비교해보니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애를 먹였던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원태인은 "제게는 정말 애증의 구종인데 올 시즌 슬라이더 기복이 너무 심했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난해 좋았을 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5일 동안 준비했다"며 "슬라이더가 다시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경기를 훨씬 편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슬라이더의 만족도는 70~80% 정도다. 오랜만에 던졌는데 제구가 조금씩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컨트롤도 괜찮았고 공의 움직임도 만족스러웠다"며 "괜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하던 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6회 투구를 마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던 순간도 특별했다.
원태인은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팬들에게 인사한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며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비난보다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팬들이 훨씬 많다는 걸 느꼈다. 하루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팬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경기 후에는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중계 화면에는 후라도가 원태인을 뒤에서 꼭 안아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원태인은 "후라도가 '나도 6이닝 무실점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웃은 뒤 "하지만 후라도는 전혀 걱정할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원태인은 이번 등판을 앞두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다.
그는 "혼자 별의별 걸 다 해봤다"고 털어놓았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칼 랄리가 38타수 연속 무안타를 끊기 위해 했던 것처럼 유니폼을 입은 채 샤워를 했고, 야구장 인근 화훼단지에서 선인장을 사 라커룸에 두기도 했다. 바지와 스파이크, 모자 등 장비도 모두 새것으로 바꿨다.
원태인은 "라커룸 샤워장에서 혼자 물줄기를 맞으며 안 좋은 기운이 모두 씻겨 내려가길 바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묵묵히 곁을 지켜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버지께서는 홈경기를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아오신다. 집에서도 저보다 더 많은 루틴을 지키신다. 형과 형수님, 조카도 매 경기 응원해준다.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가족 덕분이다. 그런 응원과 사랑이 있었기에 다시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8일 만의 승리. 그 결과 뒤에는 에이스의 집념과 가족의 응원, 그리고 누구보다 간절했던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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