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효율의 시대’다. 과거엔 팀 성적을 위해 자신의 어깨를 아낌없이 희생하다 너무 빨리 사라져버린 투수가 적지 않았다. 요즘은 아마 야구부터 엄격한 규정에 따라 학생 투수들의 투구 수를 관리한다. 프로에서는 이른바 ‘이닝 이터’형 선발 투수들이 갈수록 줄어든다. 오프너(2~3이닝을 소화하는 첫 번째 투수)·불펜 데이(불펜 투수들이 1~2이닝씩 이어던지는 경기)·탠덤(두 명의 선발이 5이닝+4이닝을 막는 투수 운용법) 등 과거엔 낯설었던 용어들도 보편화했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야구팬의 꿈과 추억을 먹고 성장한 리그이기도 하다. 팬들은 한 투수가 경기의 첫 공과 마지막 공을 모두 던지는, 압도적인 ‘투수의 경기’를 여전히 기다린다. 지난 24일,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이 그 낭만의 기억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왔다.
그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9이닝을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는 완벽에 가까운 역투로 데뷔 첫 완봉승(삼성 10-0 승리)을 올렸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하나도 내주지 않은 무사사구 완봉승. KBO리그 역대 143번째 진기록이다. 올 시즌 부침을 겪다 기념비적인 순간을 맞은 그는 “4이닝 투구를 목표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던지다 보니 어느덧 9회였다. 정말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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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완봉승 20회를 해내 KBO리그 역대 2위(1위는 선동열의 29회)에 올라있는 정민철 해설위원은 완투와 완봉이 줄어드는 흐름을 두고 “리그 분위기가 ‘관리 야구’ 흐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위원은 “우리 시대 선발 투수들은 등판할 때마다 ‘이 경기를 내가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올라갔다. 반면 요즘 투수들은 ‘일정 투구 수를 넘기면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다”며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의 문화 자체가 바뀐 거다. 메이저리그(MLB)도 완투와 완봉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고, 오히려 한국보다 더 빠른 템포로 선발 투수를 교체하는 감독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이어 “완봉승은 기본적으로 매 이닝 투구 수 관리가 잘 돼야 가능한 기록이다. 볼이 많으면 도전 자체가 어렵다”며 “다른 투수들도 양창섭의 1피안타 완봉승이 조명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면 저런 값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목표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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