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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2시’ 누구를 위한 경기인가”…팬도 선수도 원치 않는 지상파 편성

무명의 더쿠 | 05-25 | 조회 수 142
대구일보 기사라 삼성 위주로 작성되긴 했는데 

내용 자체는 구구절절 맞는말 같아서 가져옴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662729



프로야구가 사상 최대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누구를 위한 낮 경기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는 물론, 팬들의 관람 환경과 교통 문제까지 겹치며 지상파 중계 중심의 경기 시간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밤 11시에 끝나고, 다음 날 오전 출근”…선수단 체력 한계

현재 KBO리그는 5월까지 토요일 경기를 오후 5시, 일요일 경기를 오후 2시에 치른다. 하지만 지상파 생중계가 편성되면 토요일 경기의 시작 시각은 오후 2시로 조정된다. 삼성 역시 오는 30일 두산전을 오후 2시에 치르게 됐다.

문제는 금요일 야간 경기를 마친 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토요일 낮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금요일 경기는 밤 10시를 넘겨 끝난다. 선수단 이동과 정비, 식사까지 마치면 숙소 도착 시간은 자정에 가깝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를 준비하려면 선수들은 이날 오전까지 다시 야구장에 나와야 한다. 게다가 홈팀 부담은 더 크다. 경기장 공유 문제로 원정팀보다 먼저 출근해 훈련과 그라운드 적응, 각종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를 가장 힘들어한다”며 “루틴이 완전히 깨진다. 경기력에도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상파 중계 자체가 큰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경기를 모바일과 OTT, 케이블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시대”라며 “굳이 선수단의 희생까지 감수하면서 오후 2시 경기를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기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 시즌 일곱 번 치러진 토요일 오후 2시 경기(23일 경기 전 기준)에서 전날 야간 경기를 치른 홈팀의 승리는 두 차례뿐이었다. 지난 4월18일 삼성이 LG를 상대로 홈에서 승리했지만 전날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돼 체력 부담이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9일 한화가 LG를 상대로 이긴 경기가 유일한 사례다.


◆“벌써 30℃ 넘었는데”…5월 야외 관람도 폭염 수준

팬들의 관람 환경 역시 고역이다.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도 일부 경상권 내륙의 체감온도가 35℃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온열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야외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특성상 오후 2시 경기는 가장 강한 직사광선을 받는 시간대에 진행된다. 아직 KBO의 공식 혹서기 운영기간은 아니지만, 현장 체감은 이미 한여름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KBO는 선수 보호 등을 위해 6월 토요일 경기를 오후 5시, 7~8월 경기는 오후 6시로 늦춰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5월 경기도 사실상 혹서기 기준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지역 한 야구팬은 “5월인데도 낮에는 관중석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덥다”며 “응원문화 특성상 계속 서 있거나 움직이는 팬들도 많은데, 오후 2시 경기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한 중고참 야수도 팬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그는 “선수들은 경기 중 공수교대 시간에 더그아웃이나 그늘에서 잠시라도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관중석은 경기장 구조상 2~3시간 동안 햇빛을 그대로 받는 자리도 많다. 팬들의 온열질환 발생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온열질환 발생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가 운영 중인 구장 의무실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에서는 온열질환자 3명이 발생했다. 당시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25℃ 수준이었다. 이후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환자 수도 증가했다. 낮 최고기온이 33℃까지 치솟은 지난 16일 오후 5시 경기에서는 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튿날인 17일 오후 2시 경기에서는 무려 23명의 온열질환자가 의무실을 찾았다. 당시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4℃였다. 오는 30일 예정된 삼성과 두산의 오후 2시 경기 때도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돌 것으로 예보되면서 야구팬들의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차표 다시 구해야 하나”…원정 팬들도 혼란

갑작스러운 경기 시간 변경으로 원정 팬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 주말 홈경기에는 부산·대전·수도권 등 다른 지역 팬들의 유입 비중이 높다. 특히 최근 삼성의 선두권 순위 싸움과 홈 구장 흥행 등으로 주말 경기 예매 경쟁도 더 치열해진 상황이다.


문제는 상당수 팬들이 경기 일정 발표 직후 기존 오후 5시 기준으로 KTX와 숙박 등을 미리 예약한다는 점이다. 이후 지상파 중계 편성으로 경기 시간이 오후 2시로 바뀌면 교통편을 다시 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삼성 팬은 “주말 동대구행 열차표는 원래도 구하기 어려운데, 갑자기 경기 시간이 당겨지면 새 표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야구팬 입장에서는 일정 전체가 꼬인다”고 토로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관중 1천300만 명을 넘어선 새 기록을 향해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거 지상파 중심의 경기 시간 편성 관행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경기 편성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시대 흐름에 맞느냐는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특히 올해 토요일 오후 2시 경기 편성은 삼성을 비롯해 한화 등 특정 인기 구단에 집중되는 경향도 보였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지상파 노출 확대보다 선수 보호와 팬들의 관람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금, 단순한 시청률 경쟁이 아니라 ‘현장을 찾는 사람’을 중심에 둔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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