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은 전통적으로 상단(하이존)에 박하고 좌우 폭에 관대한 편이었다. 하지만 ABS 도입 이후 일관된 상단 존 판정이 유지되면서 타자들의 접근 방식이 바뀌었다는 분석. 김 감독은 "타자들이 이제 하이존도 스트라이크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그에 맞는 스윙을 가져가면서 대응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이 가장 주목한 지점은 투수들이 활용하던 '보이지 않는 존'의 소멸이다.
과거 유희관 같은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들은 S존 좌우 보더라인에 '가상의 공 하나 혹은 반 개' 정도 빠지는 코스를 공략해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거나 정타를 피했다. 인간주심의 콜이 종종 나오는 코스라 타자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배트를 냈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분석.
하지만 ABS는 한 치의 오차 없이 규정된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는 공만 잡아낸다.
김 감독은 "과거에는 가상의 공 하나 존을 활용해 타자를 요리했지만, 지금은 그 가상의 존 자체가 사라졌다"며 "결국 투수들은 타자 몸쪽이나 중심부로 조금씩 더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과거에는 공이 빠르지 않아도 제구력으로 버텼던 투수들이 고전하게 된 반면, 존 안에서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들이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리그 지표도 이를 증명한다. 현재 KBO 리그는 팀 타율이 급상승하고 대량 득점 경기가 속출하며 투수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비록 시즌 극초반이지만 팀 타율 3할을 넘는 팀이 무려 3팀(KT, SSG, 한화)이고, 경기당 득점도 11.28점이나 된다. 홈런도 경기당 1.8개 꼴로 터지고 있다. 10개 구단 팀 평균자책점은 5.20에 달한다.
김 감독은 "미국은 하이존에 관대하고 좌우는 엄격한 편인데, 우리나라도 ABS 도입으로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며 "제구 좋은 투수들이 애를 먹는 대신, 구위가 좋아야 살아남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기술의 도입이 가져온 존의 변화가 타자들에게는 '기회'가, 기교파 투수들에게는 '숙제'가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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