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에서 듣는 애국가, 뭉클했다” 이정후, 김혜성도 의지했던 그 목소리, 한국어 동시통역 최지현 씨가 말하는 WBC의 기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 많은 이들이 있었다.
동시통역사 최지현(27) 씨도 그중 한 명이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대회 8강부터 결승까지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어 동시통역을 맡았다.
류지현 감독부터 이정후, 김혜성 등 대표팀 간판스타들이 모두 기자회견장에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탈락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자회견 진행을 도왔다.
“메이저리그에서 보통은 한국어 통역을 잘 고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말 흔치 않게 한국어 통역사를 고용해서 이렇게 같이 하게 됐다.”
경기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만난 최지현 씨는 이 ‘흔치 않은 기회’에 대해 말했다.
2월에 먼저 MLB 사무국의 연락을 받았던 그는 “사무국에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때 시간을 비워둘 수 있겠냐고 얘기했다. 한국이 올라오면 통역을 맡는 것이었다. 사실 3월이 통역사들에는 바쁜 시기지만, 그래도 한국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간을 비워뒀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1라운드 경기를 중계로 지켜봤다. 한국 대표팀은 1라운드 마지막 호주와의 경기까지 8강 진출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최 씨는 “사실 그 시기에 들어온 다른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이 8강에 올라왔다. 겹치는 다른 일정은 대체자를 찾아주고 여기로 합류했다. 굉장히 중요한 콘퍼런스였지만, WBC가 더 중요했다”며 대표팀과 함께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음을 말했다.
WBC 기자회견에는 영어와 스페인어, 일본어, 한국어까지 총 네 개의 언어가 동시통역으로 제공된다. 최지현 씨는 영어는 직접 한국어로 통역하지만, 일본어와 스페인어는 영어로 통역된 것을 전달받아 다시 통역하는 ‘릴레이 통역’을 하게 된다. 영어 통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통역이 어려운,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에게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를 함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대학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온 이후 플로리다에 정착,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플로리다는 내게 ‘제2의 고향’같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한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이 경기할 때 애국가가 나오는데 마이애미에서 애국가를 들으니 너무 찡했고 많이 뭉클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플로리다에서 애국가를 들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 준 대표팀 선수들에게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비록 한국이 8강전에서 도미니카에 0-10으로 크게 지면서 탈락했지만, 그는 “8강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며 재차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꼭 만나고 싶었던 선수를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고향이 대구인 그는 “1년에 한두 번 고향에 가는데 그곳에서 잘 가는 필라테스가 원태인 선수가 다니는 곳이다. 거기 강사님의 남편분도 도수 치료사인데 원태인 선수를 관리하고 계신다고 들었다. 두 분께 원태인 선수가 자기 관리를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 오시면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부상 때문에 못 오셨다고 들었다”며 원태인 선수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전했다.
어린 시절 삼성팬인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가본 기억은 있지만, 야구는 잘 보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기자회견 때도 경기를 봐야 맥락을 이해할 수 있기에 경기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에너지가 굉장한 거 같다. 경기가 끝나면 팬들 사이에서 섞여서 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기가 빨리는 그런 느낌”이라며 WBC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는 소감도 전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한국에 가면 라팍(라이온즈파크)에 가서 치킨을 시켜 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볼 수 있을 거 같다”며 이번 일을 통해 야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