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회 참가국 20팀 중 한국의 패스트볼(포심·싱커·커터) 평균 구속은 시속 145.0㎞로 18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낮은 팀은 호주(144.4㎞)와 체코(139.0㎞)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두 팀이다. 한국의 속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도미니카(153.2㎞)와 미국(152.1㎞), 일본(151.1㎞)은 물론 대만(149.5㎞)보다도 훨씬 느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강속구 기준으로 여겨지는 시속 93마일(149.7㎞) 이상 공을 64개 던졌는데, 8강 상대인 도미니카(318개)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조별 리그에서 탈락해 한국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대만(160개)과 네덜란드(133개), 콜롬비아(110개)보다도 적었다. 메이저리그를 필두로 세계 야구가 이른바 ‘구속 혁명’을 본격화하면서 강속구를 기본값으로 삼는 동안 한국은 그 흐름에서 뒤처져 있다는 의미다.
구속이 느린데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던지지도 못했다. 한국 투수진은 조별 리그 4경기에서 볼넷 16개, 8강에서 6개를 내주며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보였다. 한국 투수 가운데 평균 속구 구속 100위 안에 든 선수는 두산 곽빈(시속 150.8㎞·94위)이 유일했는데, 그런 그도 도미니카전에서 볼넷 3개를 내주는 등 제구가 흔들리며 자신의 구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도미니카전에 39세 류현진과 42세 노경은(SSG)이 차례로 등판한 모습은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 육성이 시급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한국 타선은 조별 리그에서 기대 이상 힘을 보여줬다. 팀 타율은 0.222로 전체 9위였지만, 득점(28점)과 홈런(7개), 타점(27점)은 모두 6위에 올랐다. 특히 문보경(LG)은 1라운드 4경기에서 11타점을 기록하며 한국 타선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등판한 도미니카와 8강전에선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