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비디오 게임처럼 질 거라고?"… 국보 류현진, 조국에 바치는 '마지막 80구' 장전 끝냈다 [2026 WBC]
50구 이상 던지면 끝… 류현진 "당연히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
베이징 금메달부터 WBC까지… 18년간 한국 야구 지탱한 '에이스의 품격'
"콜로라도 이기듯 쉬울 것" 외신의 조롱… 흔들림 없는 류현진의 '강철 멘탈'
승패를 넘어선 낭만의 시간… 1200만 팬들, 그의 마지막 80구를 기억하라
[파이낸셜뉴스] 19살, 더그아웃 구석에서 수줍게 웃던 '괴물' 막내는 어느덧 불혹을 앞둔 대표팀의 든든한 거목이 되었다. 한국 야구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마다 그의 왼팔이 있었고, 팬들의 환희 뒤에는 늘 그의 묵묵한 헌신이 따랐다. 그리고 이제,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왔다. '영원한 에이스'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고 마지막 스윙을 시작한다.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은 류현진의 국가대표 은퇴 무대다. 이번 대회 8강전의 투구 수 제한은 80개. 규정상 한 경기 50구 이상을 던지면 나흘을 쉬어야 하기에, 류현진이 이 경기에서 50구 이상을 소화하면 한국이 결승(18일)에 가더라도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1987년생인 그에게 다음 올림픽이나 WBC 출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류현진 본인 역시 "당연히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남다른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며 담담하게 '라스트 댄스'를 인정했다.
그가 조국을 위해 바친 세월은 곧 한국 야구의 영광스러운 역사 그 자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캐나다전 126구 완봉승의 기적, 그리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기 직전까지 마운드를 지켰던 늠름한 뒷모습. 2009년 WBC 준우승 신화까지, 그는 언제나 가장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찾아온 어깨와 팔꿈치 수술 등 숱한 시련 속에서도 그의 가슴 한편에는 늘 태극마크를 향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17년 만에 다시 밟은 WBC 무대. 전성기 시절의 폭발적인 강속구는 세월에 양보했지만, 그 빈자리는 타자의 뇌리를 꿰뚫는 노련함과 송곳 같은 제구, 그리고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이 채웠다.
마지막 무대의 상대는 잔인하리만치 강력하다.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이름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 1조 원의 우주 방위대,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심지어 도미니카의 앨버트 푸홀스 감독과 선발 투수 크리스토페르 산체스는 한국 선수들을 잘 모른다며 여유를 부렸고,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비디오 게임에서 최약체 팀을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과 같을 것"이라며 한국 야구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주변의 소음과 오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평생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의 돌팔매 역할을 해왔던 사나이다. 초호화 타선을 상대로 그가 쥔 무기는 단 80개의 공. 이 80구 안에는 한국 야구를 지탱해 온 18년의 묵직한 세월과, 후배들에게 8강 이상의 기적을 선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14일 아침, 1천만 야구팬들은 승패를 떠나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론디포파크 마운드 위에서 혼신을 다해 뿌려질 류현진의 마지막 80구는 한국 야구사에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